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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이 두쪽 나도 국민연금을 지키겠다”는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불신’에서 나왔다는 해석이 주목을 끌고 있다. | ||
15대 대선 직전인 97년 11월 당시 통추 소속이던 노 대통령이 국민회의에 입당하며 ‘한솥밥’을 먹은 이래 두 사람이 현안에 대해 이견을 보였던 적은 있지만 이번엔 대통령-각료라는 상하관계에서, 보기에 따라선 ‘항명’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을 낳고 있다.
양자간 ‘애증’을 잘 아는 인사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그동안 아슬아슬하게 고비를 넘겨온 두 사람 사이가 이번 일로 정치적으론 어떨지 몰라도 정서적으론 완전히 틀어질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를 반영하듯 친노 그룹에선 “(김 장관의 행동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지극히 정치적이라는,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행보라고들 한다. 주판알 튕겨 얻는 계산속이 먼저 보여서는 안된다”(명계남 노사모 전 회장)는 류의 ‘김근태 때리기’가 한창이다.
김 장관은 자신을 둘러싼 여권내 성토 움직임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이다. 파장을 예상하고 칼을 뽑았던 만큼 국민연금 운용과 관련해 수용할 만한 개선안이 나오지 않는 한 물러설 수 없다는 것. 21일 총리 공관에서 열린 당·정·청 고위 정책협의에 김 장관이 예고없이 불참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라는 분석이다.
여권내에선 노 대통령에 반기를 든 김 장관의 행동이 가깝게는 내년 3월 열린우리당 당권 경쟁, 멀게는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을 염두에 둔 ‘마이 웨이’ 선언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6·30 개각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것도 염두에 뒀던 통일부 장관이 아닌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입각하면서 여권내 입지가 축소된 김 장관이 상황반전의 계기로 이번 사건을 ‘기획’했다는 것.
실제 입각 이후 김 장관은 차기 주자란 위상에 비해 별반 스포트 라이트를 받지 못해 왔다. 내각내 다른 차기주자들인 이해찬 총리가 ‘실세 총리’로 연일 주가를 높히고 있는 것이나,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으로서 통일·안보분야에서 주도권을 강화해 가고 있는 것과 뚜렷한 대조를 보여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장관이 활로 개척을 위한 고리로 국민연금 문제를 설정한 데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나오고 있다. 우선 “현재의 체제가 유지될 경우 2047년이면 기금이 고갈될 것”이란 예측이 정부 부처에서 나올 만큼 ‘잠재적 뇌관’인 국민연금을 당장의 경기부양에 무분별하게 투입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주무 장관인 김 장관으로선 그냥 보고 넘길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자칫 국민연금 부실이 전면화될 경우 김 장관에겐 대권가도의 치명적인 ‘암초’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혁형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 구축도 김 장관이 얻고자 했던 목적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온다. ‘성장론’의 또다른 표현인 부양책 요구가 확산되고 있는 여권내 흐름에 브레이크를 걸어 개혁세력의 지지를 이끌어내겠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고 나선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 김 장관이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는 평가다.
주목을 끄는 것은 김 장관이 ‘마이 웨이’를 선언한 가장 큰 이유가 노 대통령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다. 김대중(DJ) 정부 시절만 해도 개혁진영의 ‘양 축’으로 선의의 경쟁을 벌였던 두 사람이 2002년 대선 직전 당시 노 대통령과 정몽준 국민통합 21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에서 ‘삐끗했던’ 과거가 오늘의 상황까지 이어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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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장관측은 현 정권 출범 이후 노 대통령이 김 장관에 보여준 일련의 행동을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내세운다. 일례로 김 장관이 2002년 3월3일 기자회견을 통해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으로부터 2천만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것을 ‘양심고백’한데 대해 노 대통령이 “김 의원의 고백은 웃음거리가 됐다”(2003년 7월21일 기자회견)고 공개적으로 조롱했던 일을 꼽는다. 김 장관은 당시 “노 대통령이 그렇게 말한 게 웃음거리다”고 맞받아친 적 있다.
노 대통령의 ‘전방위 압박’으로 이뤄진 김 장관의 입각 전후 상황도 김 장관 진영에서 “‘노심’은 우리 편이 아니다”란 인식을 갖게 한 원인이다. 한 측근은 “입각에 대해 막판까지 주변에선 ‘불가’ 의견이 많았다. 통일부 장관이냐 보건복지부 장관이냐의 차원을 떠나 김 장관을 대하는 노 대통령의 태도에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끝까지 고집한 것이나, 재야 후배인 이해찬 의원을 총리에 지명한 것은 김 장관의 위상을 의도적으로 격하시키려는 의도로 보기에 충분했다. 김 장관은 그래도 노 대통령을 돕기 위해 입각을 결정했지만 그 결과는 요즘처럼 ‘일개 장관 김근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을 향한 김 장관 진영의 불만은 자연 운신의 폭이 좁은 내각을 떠나 확고한 기반을 가진 열린우리당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4대 개혁입법의 처리 결과에 따라 연말-연초 당정청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만성적 ‘리더십 부재’ 현상에 시달리는 열린우리당을 재활시키기 위해선 김 장관이 ‘당의 실세화’를 기치로 차기 당권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김 장관측은 대외적으론 아직 ‘당 복귀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 측근은 “김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학습기간이 끝났다는 판단이며 이번 발언도 강력한 정책적 드라이브를 통해 보건복지부 장관 ‘2기’를 맞이하겠다는 뜻일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노 대통령과 틀어질 대로 틀어진 마당에 더 이상 내각에 머무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지금이라도 당에서 독자적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세를 확산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할 말’이 많고 격앙되기는 노 대통령 주변도 못지않다. 김 장관의 행동에 대한 친노 그룹의 인식은 한마디로 “‘대권 조급증’에 시달린 나머지 또다시 자충수를 뒀다”(초선 A의원)로 요약된다. 노 대통령이 해외순방중인 시기의 문제와 국무회의나 당정회의 석상이 아닌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공개 항명’이란 방식을 문제삼아 국무위원으로서의 ‘자질’을 거론하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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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근태 장관의 돌출발언이 이어지면서 노무현 대통령도 둘의 관계를 심각하게 고민할 것이라고 한 측근은 전망했다. | ||
청와대 출신 한 의원은 “김 장관의 이번 행위는 지난 6월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을 겨냥해 뱉었던 ‘계급장 떼고’ 발언의 연장으로 한마디로 ‘오발탄’이다. 피아 구분도 제대로 못하는데 한심한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무조건 차별화 전략을 쓴다고 대권 후보가 되는 것이 아닌데 김 장관이 요즘 급부상하고 있는 이 총리나 여론조사에서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지나치게 의식해 무리수를 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또다른 초선 의원은 “김 장관이 국무위원답지 않게 정치적 행보에 너무 매달리는 것이 문제다. ‘출장다녀오겠다. 과천에 여의도 (국회) 지점 하나가 생겼다 생각해달라’라고 소감을 밝힐 때 알아봤다. 서머스 미국 하버드대 총장 발언을 반박한 것이나,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 고구려사 왜곡에 항의서한을 보낸 일,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의견을 밝힌 일 등도 결국은 ‘정치인 김근태’로 언론을 타기 위해 안달한 데서 비롯됐다. 이번에도 주무장관으로서 ‘당연히 할 말을 했다’고 하지만 공개적으로 돌출 행동을 한 것은 정치적 행위이지 결코 정책적 문제 제기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친노 그룹내에도 이번 일로 노 대통령과 김 장관 관계가 ‘중대 국면’을 맞이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일부에서는 김 장관의 행동이 결과적으로 4대 개혁입법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빚고 있는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주장을 강화시켰다는 점에서 ‘부역’(附逆)으로까지 여기는 분위기다.
노 대통령의 한 측근 의원은 “‘정치적 결별’로까지 이어지진 않겠지만 김 장관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대통령으로선 관계를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김 장관 진영에서 2002년 대선 때 얘기를 자꾸 하는 모양인데 그 문제와 관련해 정작 ‘피해자’인 노 대통령은 이러쿵 저러쿵 얘기한 적이 한번도 없고 ‘계급장 떼고…’ 운운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김 장관의 자격지심이며 우리로선 ‘적반하장도 유분수’란 말 외에 할 게 없다”고 말했다. 두 사람 사이가 꼬일 대로 꼬여 회복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준원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