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과정에서 정 여인이 수차례 꿈에 나타났습니다. 울면서 어찌나 억울함을 호소하던지…. 30대 중반에 청상과부가 되어 갖은 고생을 하며 두 아들을 키워온 정 여인의 사연을 알게 된 후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가 범인을 꼭 잡아드리겠습니다’라고 약속했었죠. 생각해보세요. 여자 혼자 몸으로 두 아들을 키우기가 얼마나 퍽퍽했겠어요. 슈퍼마켓을 하기까지 안 해본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정 여인은 돈 몇 푼 더 벌어보겠다고 남들 다 가는 휴가도 안가고 홀로 가게를 지키고 있다가 그런 변을 당한 거예요. 오죽했으면 칼에 찔려 피투성이가 된 몸을 이끌고 60m 떨어진 파출소를 직접 찾아왔겠어요. 특히 죽는 순간까지 그날 수입이 들어있던 지갑을 움켜쥐고 있었다는 말에 정말 눈물이 나더군요.”
김원배 수사연구관은 강력반에 몸담을 당시 수없이 많은 사건들을 담당했지만 이 사건은 여느 강력사건보다 더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빚독촉에 시달려오면서도 두 아들을 훌륭히 키워 분가시켜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한눈 한번 팔지 않고 살아온 정 여인의 모습은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 그 자체였다는 것이다. 홀어머니의 고생을 모를리 없는 두 아들의 충격과 슬픔은 이루 말 할 수 없었을 터.
김 연구관의 수사기록에는 이례적으로 이런 메모가 적혀있다.
“고인이여! 약속드린 대로 범인을 검거해서 법의 심판대에 올려놨습니다. 당신의 고귀한 생명을 보호하지 못한 점에 대해 경찰 모두를 대신해서 용서를 빕니다. 한 많은 이승을 잊고 편히 쉬소서.”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