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중앙회는 지난 2월 27일 정기총회를 열고 박성택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제25대 중기중앙회장 선거에는 5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기호순으로 보면 1번 서병문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 2번 박성택 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 3번 이재광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4번 박주봉 한국철강구조물협동조합 이사장, 5번 김용구 전 중기중앙회장이다.
선거 당일인 27일 중기중앙회 건물은 이른 시간부터 몰려든 선거인단과 중기중앙회 직원들로 북적였다. 선거인단은 행사에 앞서 삼삼오오 모여 오랜만에 만난 회포를 풀면서 선거 향방을 점쳤다. 선거인단 527명 중 9명을 제외한 518명이 참석, 높은 참석률을 보이며 열기를 느끼게 했다. 이날 모인 선거인단 중에는 ‘중통령’이라는 별칭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투표하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왔다는 한 선거인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중통령이라고 하는데, 사실 무슨 힘이 있냐”고 반문했다.
1년 예산 1조 4000억 원, 한 해 사업비 500억 원의 중기중앙회를 이끄는 중기중앙회장은 중앙회 산하 약 580개 정회원 조합에 대한 감사권을 가지며, 중소기업 전문 홈쇼핑 채널인 홈앤쇼핑 이사회의장도 맡는다. 또 보수는 없지만 월 약 1000만 원의 대외활동비를 받으며 출국 시 부총리급 의전 예우를 받는다. ‘중통령’이라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선거인단 중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은 밖에서 보기에는 이렇듯 큰 권한과 예우를 받지만 단체수의계약 폐지, 적합업종의 유명무실화 등 필요할 때 중기중앙회장으로서 정부에 업계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면서 비롯됐다.
선거 기간 중 벌어진 금권선거가 대화 주제로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2월 26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중기중앙회장 후보자 A 씨의 측근 B 씨를, A 씨의 당선을 위해 선거인인 C 씨에게 200만 원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시 선관위 관계자는 “투표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A 씨가 누구인지는 밝힐 수 없다”며 “검찰이 사건을 접수한 만큼 곧 조사가 시작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선거인 중 한 명인 조 아무개 씨는 “지난 2월 11일 중소기업중앙회가 이사회를 열어 불법선거 신고포상금을 최고 5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대폭 상향했는데, 이 3억 원을 노린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에 이 아무개 씨는 “만약 이번에 금품을 살포한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법정 싸움으로 끌고 가면 임기 끝날 때까지 결론이 안 날 것 같다”고 추측했다.
그래도 예전보다 금권선거가 줄어들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앞의 조 씨는 “20억 원 쓰면 낙선하고, 30억 원 쓰면 당선된다는 말이 있었지만 25억 원 쓰고 23표 얻었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나도는 것처럼 돈이 당선을 결정하지는 않는다”며 “더군다나 요즘 신고포상금이 오르고, 보는 눈이 많아 예전처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오전 10시가 조금 지나 후보 연설이 시작됐다. 하지만 후보 연설을 듣지 않고 행사장 바깥에 나와 있는 사람도 많았다. 정 아무개 씨는 “어차피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여서 들을 필요 없다”며 “중기중앙회는 이미 기반이 잡혀 있기 때문에 여기 참석한 500명 중 누가 하더라도 상관없다. 바보만 아니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옆에 있던 이 아무개 씨도 “연설을 듣고 선택할 후보를 바꿀 사람이 있을까 싶다. 어차피 다 연줄로 정하고 온다”고 말했다.
이어서 1차 투표가 시작됐다. 참석한 선거인단은 1차 투표가 시작될 때부터 2차 투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1차 투표에서는 과반 득표해야 당선된다. 후보로 나서기 위해서는 선거인단의 10%(52명)의 추천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5명의 후보는 각각 최소한 10%의 지지율은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상 과반이 나올 수 없는 구조였다.
1차 투표 결과 서병문 후보 112표, 박성택 후보 154표, 이재광 후보 130표, 박주봉 후보 65표, 김용구 후보 57표였다. 1차 투표 결과에 영남지역 한 선거인은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지역이 투표에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면서 “같은 영남인 서병문 후보와 김용구 후보가 단일화했어야 한다. 표가 갈려서 영남 후보 둘 다 결선에 못 갔다”고 아쉬워했다.
결선투표가 시작되자 선거인단은 1차 투표 개표 결과를 문자로 돌리며 분주했다. 이재광 후보를 지지하는 한 선거인은 “갈 곳 잃은 표가 결선투표에서 이재광 후보에게 온다”며 당선을 확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1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결선 투표가 끝나고 개표 결과 박성택 후보가 294표, 이재광 후보가 204표를 얻어 90표 차로 박성택 후보가 당선됐다. 박성택 후보 당선 소식에 충청권 한 선거인은 “이미 1차 투표에서 당선자가 정해진 것이다. 3위를 했던 후보가 1위를 한 후보를 미는 딜이 있었다고 알고 있다”며 “결선 투표에만 가면 그 이후 어떻게 딜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신임 회장은 중기중앙회 본연의 역할 회복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박 신임 회장은 “중앙회가 ‘조합의, 조합에 의한, 조합을 위한’ 조직으로 기능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을 표방하며 동반성장위원회를 대체할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경쟁력강화위원회 설치 등 구체적인 공약을 내걸었다.
이날 당선된 박성택 신임 중기중앙회 회장은 아스콘조합회장이다. 아스콘은 아스팔트 콘크리트의 줄임말이다. 그래서일까. 첫 번째 처리 안건인 부회장단 선출에서도 박 신임 회장의 스타일이 그대로 묻어났다. 이날 부회장단의 1번, 2번으로 호명된 부회장은 레미콘조합 회장과 콘크리트조합 회장이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박 회장은 아스콘조합 회장에 있으면서도 큰 관여를 하지 않고 많은 부분을 위임했던 것으로 안다”면서 “아스콘이 말해주듯 박 회장은 건설 현장 특유의 시원시원한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박 신임 회장의 이 같은 스타일은 전임 회장인 김기문 로만손 회장과 정반대다. 김 전 회장은 사소한 부분까지 챙기는 것으로 유명해 ‘김 대리’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