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미지라는 큰 틀에 갇혀 사는 그들이 인터뷰라고 시원스럽게 속내를 드러내주진 않는다. 어떤 이유든 간에 인터뷰를 하게 되었을 때 그들은 먼저 학습되어서 나온다. 영화개봉에 맞춰 인터뷰를 했을 때는 제작사와 영화 홍보사가 원하는 틀이 있고, 새 음반 홍보를 위해 인터뷰에 응했을 때는 음반사와 기획사의 뜻이 그들의 입을 빌려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어느 연예인을 제대로 읽어내는 것에 가장 정확하고도 빠른 방법이 인터뷰라는 것은 맞지 않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대중의 관심의 중심에 있는 그들을 알아내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은 그래도 인터뷰다. 연예인들이 ‘거지떼’(뭔가 주워 먹으려고 어슬렁댄다는 뜻에서)에 비유한다는 기자들은 정말 거지처럼 하나라도 더 얻어가려고 연예인들 앞에 앉아 리포팅 패드를 열거나 녹음기를 켜댄다. 거지와 다르다면 거저 먹으려고 하지는 않는다는 것.
인터뷰는 연예인이라는 직업군이 없어질 때까지 공생할 영원불멸의 취재 수단일 것이다. 그 영원불멸의 기간동안 연예인들은 계속 기피하거나 억지로 끌려나와 꼭두각시처럼 입을 벙긋거리겠지만 말이다. 연예인이 인터뷰를 기피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의 일만은 아니다.
할리우드에서도 기자들은 기네스 팰트로를 인터뷰하기 위해 그녀를 다독이는 전화 메시지를 적어도 50회는 보내며, 마돈나를 인터뷰하기 위해 그녀가 아주 좋아한다는 레스토랑의 주방장을 들볶기도 한다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인터뷰용 카메라 앞에 앉히기 위해 그가 자주 들르는 클럽과 항상 함께 어울린다는 친구를 찾아 비행기를 타는 것도 예사라고 하니 여자 연예인들을 섭외하기 위해 메이크업 아티스트들과 돈독한 사이를 유지하느라 애쓰고 그녀들이 좋아하는 디자이너에게 주기적으로 찾아가는 라이센스지 기자들의 눈물겨운 사교가 난무하는 우리나라 상황과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다.이렇게 어렵사리 인터뷰가 시작되면 연예인들만의 독특한 습벽은 또 다른 스트레스로 기자를 괴롭힌다.
솔직하고 냉철한 대답으로 대한민국 여자 연예인 인터뷰의 역사를 다시 썼다는 평을 듣는 A. 그녀는 교묘하게 기자의 질문사이를 피해 다닌다. 지나치게 똑똑한 척한다는 비판을 듣기도 하지만 그렇게라도 대답을 하는 연예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자들은 만족스럽다.
더욱 놀라운 점은 지성적인 대답보다는 사진 촬영에 임하는 그녀의 태도다. 한동안 노출증이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자신의 벗은 몸을 보여주는 데 인색하지 않은 그녀는 남자 사진기자 앞에서 티 스트링 팬티가 보일 정도로 치마를 펄럭거리는가 하면 메이크업 룸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브래지어를 푸는 등의 행동을 해 의상을 준비해 갔던 한 명품 브랜드의 홍보담당자를 기겁하게 했었다. 자신의 몸에 쏟아지는 시선들을 부담스러운 채로 즐기는 듯한 그녀의 태도는 인터뷰에서도 예외는 아닌 것 같았다.
개인적인 사건 후, 오히려 더 많은 사랑을 받는 듯한 배우 B도 인터뷰하기 까다로운 연예인. 그녀는 질문의 말꼬리를 잡는 것으로 자신이 대답해야할 민감한 부분을 피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요한 질문이 쏟아지면 별안간 화를 내고 돌아가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녀에겐 묻지 않아야 할 질문 리스트가 잡지사에선 족보처럼 내려오기도 한다.
그녀와 같은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만 얼굴을 맡기는 탤런트 C는 스튜디오 휴게실을 너구리 잡는 굴로 만든다. 촬영 사이사이, 조명에서 멀어지기만 하면 무조건 담배부터 무는 그녀는 함께 한 메이크업 아티스트와 휴게실로 달려가 담배를 즐겼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인터뷰를 하기로 한 기자에게 사적인 얘기와 담배 연기만 오가는 인터뷰 시간이 고역이었던 것은 불문가지.
대범하고 도회적이라는 평을 받는 배우 D는 인터뷰가 끝나면 소심해지는 스타일. 그녀는 인터뷰 중 대단히 솔직한 대답으로 기자를 흥분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별히 1면 톱이 될 만한 사건을 발설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단히 놀라운 화법으로 기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그녀는 인터뷰한지 한 시간 정도가 지나면 본전 생각이 나는 다른 여자가 되어 있다.
그녀는 인터뷰 후 녹취한 테이프를 함께 들으며 실리면 안 되는 부분을 골라내겠다고 하거나 기사가 나가기 직전의 상태를 직접 보겠다고 떼를 쓴다. 결국 그녀가 고르고 고른 대답으로 대개의 인터뷰가 그녀를 위한 주례사가 되는 이유도 그것이다.
부족한 인터뷰 시간 때문에 늦게 다시 연결된 통화에서 오랜 친구처럼 마음을 여는 듯한 태도로 자정이 넘을 때까지 전화를 끊지 않던 배우 E의 많은 말들이 오래지 않아 모두 거짓말로 드러나 그 인터뷰를 한 기자는 인간 본연에 대한 신뢰감을 잃어버렸다고 토로한 적도 있다.
인터뷰는 도대체 연예인에게 무엇일까? 자신을 보여주는 일에 그토록 무관심하고, 무책임해도 되는 것일까? 대중의 관심으로 생명이 연장되는 직업이라는 것을 그들은 정말 모르는 것일까?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