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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뿌연 화면이나 모자이크를 보는 일은 쇼나 토크쇼 등 오락프로그램에서는 다반사. 출연한 연예인들이 협찬 받아 입는 의상이나 걸친 액세서리에 붙은 브랜드 네임을 가려 ‘간접광고를 막는다’는 것이 이들 모자이크의 정체다. 그러나 정확하게 가리지도 못하고, 움직임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해 시청자를 짜증나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만 가리는 바람에 오히려 시청자들이 ‘저게 무슨 상표더라?’하고 호기심을 갖게 되는 부작용마저 일으키는 형편.
‘녹화 전에 출연자들의 의상을 점검하면 되는 거 아니냐’란 의견도 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실정. 협찬비용을 받았거나, 무상으로 제공받기로 하고 가져왔기 때문에 반드시 협찬의상을 걸쳐야 하는 출연자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요즘은 아예 방송국 녹화현장마다 각종 테이프가 구비되어 있다. 출연자들의 옷의 상표나 소품으로 쓰일 물건들의 상표를 가리기 위해서다. 모자이크 처리가 자연스럽게 되기도 힘들고, 사후 작업에 지나치게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아예 ‘원천 방어’를 시도하는 것. 그러나 이 같은 수고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성공적인 결과는 얻기 힘들었다.
모자이크는 방송위원회의 방송법 개정 이후 더 빈번하게 등장했다. 그전까지는 뚜렷한 규정이 없어 방송사마다, 프로그램마다 모자이크 화면이 들쭉날쭉 다르게 적용됐었다. 그러다가 지난 2000년, 방송법을 개정하여 간접광고를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후 오락프로그램은 물론이요, 드라마에서도 브랜드네임이 뚜렷하게 부각되는 것은 피하게 됐다. 그럼에도 이 규정을 어겨 적발된 사례도 적지 않다.
MBC 시트콤 <세친구>는 출연자들의 의상에 붙은 상표를 부각시켜 간접 광고한 부분에 대해 사과를 해야 했다. SBS 드라마 <순자>는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화장품 회사명과 상품명, 신제품 광고 장면 등을 협찬 회사의 실제 명칭을 사용해 간접 광고효과를 줬다는 이유로, 시청자에 대한 사과 및 관계자 징계 명령을 받았다. 같은 해 SBS <아름다운 날들>에서는 협찬사인 포털사이트의 홈페이지를 거의 매회 보여주다가 경고 조치를 당했다. SBS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서도 과자를 선물하면서 해당 제과점의 이름이 찍힌 쇼핑백을 노출해 경고조치를 받기도 했다.
이쯤 되자 제작진도 출연자도 모자이크 화면에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제작진은 출연자가 가능한 협찬의상을 입지 않길 바란다. 반면 출연자는 애써 얻은 협찬인 만큼 가능한 눈에 띄게 해야 할 입장이다. 협찬사도 규제를 피하면서 광고를 하는 가지각색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모 정보통신업체의 경우, 자사 로고를 새긴 옷이나 로고를 본 딴 액세서리를 스타급 연예인들이 착용하고 나와 교묘하게 규제를 피했다. 어느 여성캐주얼은 캐릭터와 옷 무늬 등을 로고로 이용해 의상을 가리기 어렵게 만들었다. 한여름에는 브랜드를 스티커로 만들어 문신처럼 붙이기도 한다. 드라마에서도 등장인물이 음료회사에 다니는 것으로 설정된 SBS <수호천사>의 경우 협찬 식품회사의 로고를 그대로 이용해 웬만한 사람은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있게 했다. 최근에 끝난 SBS <유리구두>는 아예 모 이동통신업체의 앞글자만 바꾸고 일부는 그대로 쓰는 등 거의 광고나 다름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민정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