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문 서귀포시 생활환경과장
지저분한 쓰레기를 보고 기분 좋은 사람은 없다. 시민의 행복지수가 떨어진다. 덩달아 시민복지지수가 떨어진다. 차에 떨어진 쓰레기를 피하려다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안전복지, 교통복지지수가 떨어진다.
한편 떨어져 있는 검은 비닐봉투를 살펴보자. 종량제 봉투는 당연히 아니다. 서귀포시에서 쓰레기종량제를 시행한 것이 1994년. 이제 21살이 되었는데 아직까지 검은 비닐봉지가 생명을 유지한다. 신기할 따름이다.
다음으로 검은 비닐봉지 안을 살펴보자. 오만잡다한 재활용이 가능한 비닐류, 캔, 패트병들이 가득하다. 서귀포시가 자체적으로 동 지역에서 수거된 종량제 봉투 5톤을 모두 뜯어 분리배출을 해본 결과 정작 쓰레기는 40%에 불과했다. 40%는 재활용 마크가 새겨진 비닐류, 20%는 음식물 계량장비에 버려져야 할 음식물, 패트병 등이었다.
분리배출은 습관이다. 2007년 분리배출을 위해 도입된 클린하우스. 나이로 치면 초등학교 2학년이다. 의식주. 이 중에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만큼 자주 쓰레기를 버린다. 아직도 습관화되지 않은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에 서귀포시에서는 지난 2월부터 분리배출이 되지 않은 쓰레기의 매립장 및 소각장 반입금지를 실시했다. 성과가 꿈틀댄다. 눈으로 보인다.
매립장에 매립되는 혼합배출 쓰레기는 전년 동기대비 37%가 감소했다. 더욱 놀라운 통계. 재활용품은 무려 118.5%가 증가했다. 부족한 재활용 선별인력에 허덕이지만, 기쁜 비명을 지른다고 표현하고 싶다.
필자는 생활환경과장이다. 남들은 놀리며 ‘쓰레기과장’이라고 한다. 맞다. 쓰레기과장이다. 매립장, 소각장의 냄새는 ‘잠바떼기’에 배어 드라이크리닝도 포기한 지 오래다. 시장, 부시장, 국장에게 보고하러 갈 일이 있으면 냄새가 날 까봐 매번 창피하다.
하지만 신념이 있다. 매립장 조기포화를 막기 위해 1년 반이 넘는 시간동안 영혼을 바치고 있다. 시민들께 청결이라는 복지를 선물해 주고 싶다. 분리배출은 습관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다.
시민들의 ‘응원’은 바라지 않는다. 다만 바라는 것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다. 나중에 쓰레기를 머리에 이고 사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시민들의 참여를 간곡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