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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은은 영화 <노랑머리>를 찍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 ||
영화 <노랑머리> <세기말> 등에도 출연하고 뮤지컬배우에 이어 가수로도 활동했던 이재은. 연기면 연기, 노래면 노래, 그야말로 못하는 것이 없다. 그런 그녀가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털어놨다.
그녀를 만난 것은 8월의 마지막날, 이른 아침 MBC에서였다. 그날 태풍 ‘루사’가 북상 중이었다. 이재은은 다른 작품하고는 달리 <인어아가씨>의 경우 연기 연습을 따로 하지 않는다. 극중의 마마린이라는 역할이 그녀와 매우 닮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극중의 마마린처럼 그녀의 사생활도 통통 튈까. 일단 술에 관한 한 이재은은 할 말이 많다. 주량은 소주 한 병 정도.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긴 적도 많다.
그중 가장 기억나는 것이 영화 <노랑머리> 쫑파티 때, 감독하고 둘이서 데킬라를 마셨다고 한다. 그 날 처음 데킬라를 마셔본 그녀는, 데킬라가 독한 술인지 알았는데 막상 마셔 보니 너무나 맛이 있어서 벌컥벌컥 ‘원샷’으로 들이키다 결국은 어느 순간에 필름이 끊기고 말았다.
“술에 취하면 제가 아주 웃긴가 봐요. 정의감에 불타서 내 친구를 울린 남자들하고 싸우질 않나, 벽을 벗삼아서 벽보고 얘기를 하지 않나, 가끔은 전봇대하고 부딪힐 때도 있어요. 하지만 울거나 하지는 않아요. 제 술버릇은 술에 취하면 그냥 잠을 자는 거예요. ‘너, 왜 그래’ ‘너, 왜 그래’하고 중얼거리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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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랑머리> 포스터. | ||
술에 취해서 노래방에 가면 그녀가 꼭 부르는 노래가 있다. 이소라의 ‘제발’이라는 노래가 바로 그녀의 애창곡이다. 어떤 때는 음정, 박자 다 무시하고 “제발, 제발”하고 소리를 지르며 마이크를 놓지 않을 때도 있다. 그 바람에 친구들의 눈총을 받을 때도 많다나.
친하게 지내는 연예인은 별로 없다. 아니, 일부러 만들지 않는다는 얘기가 더 맞을 수도 있다. 같이 드라마를 할 때는 마치 간, 쓸개까지도 다 빼줄 것처럼 굴다가도 작품이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나 몰라라 하는 것이 연예계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대신 남자친구들이 많다고 한다. 또 그동안 남자도 많이 사귀어봤다고 하는데 그러나 남자친구 그 이상의 선을 넘어본 적은 없다고 맹세코 말했다. 그녀의 표정이 갑자기 그 부분에서 심각해졌다.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겠지만 제 이상형이 항상 극과 극을 달려요, 어떤 때는 잘 생긴 남자가 좋다가도 또 어떤 때는 외모보다는 자상한 남자가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가 ‘아 저번에 자상한 남자 사귀어 보니까 별로였어’라는 생각이 들면 이번에는 터프한 남자가 제 이상형이 되는 거예요. 그러니 어디 일이 되겠어요.” 이러다 시집도 못갈까봐 벌써부터 걱정이란다. 그 말과 함께 목젖이 보일 정도로 깔깔거리며 웃는 이재은.
그 모습만 보면 극중의 마마린하고 꼭 닮았지만, 얘기를 더 들어보면 의외로 속 깊은 구석도 있다. IMF 때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해 참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그동안 번 돈으로 얼마 전에 부모님께 집을 한 채 사드렸다”면서 이제는 한시름 놓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영화 <노랑머리> 찍었을 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저는 그 영화를 목숨 걸고 찍었어요. 저를 아끼는 사람들은 그 영화가 노출신이 많다고 반대를 했지만 집안 사정도 안좋은데 그 일을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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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은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그래서 출연을 했던 건데 다행히 운 좋게도 그 영화를 통해 제 연기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어요. 도중에 애로사항도 많았지만 저는 처음부터 연기력으로 승부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어요.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아요. 그때는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내가 생각해도 신기할 정도예요.”
베드신을 찍을 당시 <감각의 제국>과 <베티블루>라는 영화를 비디오로 빌려보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 두 편의 영화는 성 관계를 하는 장면을 아름답게만 그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계약까지 한 상태에서 베드신을 못찍겠다고 할 수가 없어서 이재은은 촬영 당시 감독한테 “난 경험은 없지만 한 번에 가겠다”고 공언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NG 없이 한 번에 말끔하게 촬영을 끝냈다고 한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녀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목욕탕에 왔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용감무쌍하게 찍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영화도 찍어보고 뮤지컬배우도 해보고 가수로도 활동을 해봤지만 내가 끝까지 하고 싶은 건 연기예요. 저는 좋은 연기자로 남고 싶어요. 사람들은 저를 보고 변신을 잘한다고 하는데 저는 팬들하고 약속을 했거든요. 어떤 역할이라도 대충하지 않고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고요.”
그 말을 끝으로 이재은은 서둘러 <인어아가씨> 촬영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태풍 때문에 날씨는 꾸물꾸물하고 우중충했지만 날씨가 그녀의 발랄한 끼를 억누르지는 못했다. 이재은은 촬영장에 발길을 옮기는 순간부터 통통 튀는 ‘얌체아가씨’로 돌아가 있었다. 최숙영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