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포미닛의 허가윤은 손가락 욕 사진을 트위터에 게재했다 문제가 되자 방송을 통해 직접 사과했다.
욕설 파문의 대표적인 사례는 입이 아닌 ‘손가락’이었다. 걸그룹 포미닛의 허가윤은 멤버들과 찍은 사진을 트위터에 게재했다 욕이 문제되자 방송을 통해 직접 사과했다. 배우 김민준도 공항에서 취재진을 욕해 물의를 빚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소녀시대 태연은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 중 ‘보이는 라디오’ 카메라를 인지하지 못하고 동료에게 욕을 해 곤욕을 치렀다. 방송인 이휘재, 래퍼 산이, 아티스트 낸시랭 등도 ‘중지’가 문제였다.
방송가에서는 SBS 예능 프로그램이 많은 논란을 낳았다. 타 방송사에 비해 조직이 슬림한 SBS가 기존 예능의 응용을 넘어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자주 선보였기 때문이다. 첫 주자는 <패밀리가 떴다>다. 지난 2009년 1월 18일 방송에서 이효리가 “게스트 송창의는 요리 잘하는 사람을 XX 좋아한다”라고 말한 내용이 그대로 방송을 탔으나 말을 더듬어 생긴 해프닝으로 끝났다.
<강심장>은 적나라한 프로그램 콘셉트 탓에 욕을 한 연예인들보다 편집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제작진들이 호된 질책을 받은 경우다. 2010년 1월 5일 방영분에서 개그맨 김영철이 가수 브라이언에게 한 손가락 욕이 가감 없이 전파를 타 질타를 받았다.
한동안 잠잠하던 욕 논란은 최근 걸그룹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에프엑스 멤버 설리가 “차XXX”라는 중국 욕을 내뱉은 2013년 <런닝맨> 해외 촬영분이 방영돼 중국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과 해당 욕이 나란히 등장하는 뼈아픈 유명세를 치렀다. 지난해 7월 방영한 SBS <룸메이트>도 배우 박민우가 졸음운전을 하자 동승한 투애니원의 박봄이 놀라 욕하는 장면을 ‘삐’ 소리만 덮은 채 그대로 보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소녀시대 전 멤버 제시카도 데뷔 초 공연 리허설 중 같은 그룹 멤버 서현을 밀치며 욕하는 영상이 나돌아 논란이 됐다. 뒤늦게 몰래카메라 상황이 알려졌지만 소속사의 빠른 대처가 아쉬웠다. 사건 후 굳어진 제시카의 차가운 이미지는 최근 소녀시대 탈퇴 논란으로 더욱 강하게 대중들의 뇌리에 남았다.
공영방송에서도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컨츄리꼬꼬 출신의 신정환은 지난 2009년 KBS <상상플러스> 녹화 중 한 출연자에게 “녹화 처음하냐”며 “XXX”라는 험한 욕을 한 것이 알려져 물의를 빚었다. 같은 그룹 출신의 탁재훈도 같은 해 MBC <뜨거운 형제들>에서 혼잣말로 “XX”라고 욕하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을 타 고생한 바 있다.
김구라는 인터넷 욕 방송으로 뜬 후 자신에게 당한 연예인들을 일일이 찾아가 사과하기도 했다.
욕설 논란에서 DJ DOC 이하늘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04년 4월 베이비복스가 미국 래퍼 투팍의 생전 미발표곡 ‘엑스타시’를 7집에 차용한 것이 발단. 평소 투팍을 존경한 이하늘은 그해 6월 Mnet <힙합더바이브> 홈페이지에서 베이비복스를 ‘미아리복스’라 비난했다. 특히 “랩 가르쳐달라고 찾아와 XX 부탁하드만 XX 뜨니까 인사도 안하고”라며 리더 김이지를 욕한 게 문제였다. 베이비복스 소속사는 이하늘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이하늘이 베이비복스에게 사과하며 문제는 일단락됐으나 베이비복스는 서둘러 활동을 접었다.
팬들에게 욕하는 연예인은 스타와 팬의 관계를 재조명했다. 슈퍼주니어 전 멤버 동해는 2007년 중국 공항에 마중 나온 팬들에게 그랬고, 김재중은 2012년 사생팬들의 성화를 못 견디다 욕을 퍼부었다.
연예인 욕 논란에 대한 여론은 양분되고 있다. 공인으로서 당연히 겪어야 하는 일이며 더 이상 치부를 숨길 수 없다는 점에서 투명사회로 가는 과정의 일부가 아니냐는 긍정론도 있는가 하면, 사회지도층들의 잘잘못을 더욱 엄중히 다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도 있다. 영화 <왕의 남자>에서처럼 과거 남사당패의 풍자와 해학이 있는 욕이 그리운 이유는 시대상과도 무관치 않은 듯하다.
이채훈 인턴기자
욕으로 흥한 연예인 ‘욕의 카타르시스를 보여주마~’ 김수미 영화 <헬머니> 출격 욕으로 사람들을 기분 나쁘게 하는 건 매우 쉽지만 그만큼 욕으로 대중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일은 쉽지 않다. 그 흔치 않은 성공 사례를 보자. <개그콘서트>와 <코미디빅리그>에서 ‘욕 개그의 신세계’를 개척한 장동민은 남자 연예인으로는 드물게 욕으로 흥한 사례다. 이후 “팬들이 사인보다 욕설 한마디를 더욱 원한다”는 인터뷰와 “욕설 프러포즈를 부탁받았다”는 에피소드가 화제가 됐다. 욕의 최고 수혜자는 배우 김수미다. 1970년 MBC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수미는 젊을 때부터 노인 연기를 한 흔치 않은 경력의 배우다. 이것이 욕을 듣는 이로 하여금 오히려 푸근하게까지 하는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음은 물론이다. 영화 <위대한 유산>, <마파도> 등에서 활약하며 감초 조연으로 거듭난 김수미는 최근 MBC 드라마 <전설의 마녀>로 다시금 전성기를 맞았으며, 욕의 카타르시스를 보여줄 영화 <헬머니>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욕 잘하는 여성 캐릭터가 영화 마케팅 소재가 될 때도 있다. 영화 <두근두근 내인생>의 강동원은 상대역 송혜교를 “욕을 가장 잘하는 여배우”라고 칭송(?)한 바 있다. 이는 강한 여성 캐릭터가 한국 로맨스 영화의 전형으로 정착했기 때문이라는 게 평론가들의 설명이다.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과 <오늘의 연애>의 문채원이 그 예다. 앞서 1990년대 초반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우 정선경도 오디션에서 욕 한 번 해보라는 요구를 들은 적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