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드라마 <인어아가씨>(왼쪽)와 KBS드라마 <러빙유> 의 한 장면 | ||
이같은 이유로 때론 다소 엉뚱하거나 재미있는 제목이 등장하는가 하면, 도무지 내용과 동떨어지는 것 같은 제목도 눈에 띄게 된다.SBS <야인시대>의 인기에 밀려 다소 주춤거리지만, 여전히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MBC 드라마 <인어아가씨>. 장서희의 소름 돋는 연기와 조연급 연기자들의 감초 연기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한창 재미있게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 중에는 “그런데 대체 왜 제목이 인어아가씨지? 인어공주라면 모를까”라는 궁금증을 갖고 있는 이들이 의외로 많은 것. <인어아가씨> 이재갑 CP는 “인어공주의 이미지를 연상하면 된다. 공주보다는 좀 더 소박한 아가씨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인어아가씨의 이미지가 가진 비극성을 담은 제목으로 이해하면 된다. 주인공 장서희가 결국 자신의 목적을 이루지 못한 채 절망하게 되는 스토리와도 맞아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개 ‘제목선정’은 방송 나가기 직전까지 제작진에게 골머리를 앓게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인어아가씨>의 경우 작가 임성한이 대본을 쓸 당시부터 염두에 둔 제목이었고, 이 의견이 그대로 반영된 케이스라고. <인어아가씨> 때문에 부랴부랴 제목을 바꾼 드라마도 있었다. 얼마 전 종영된 유진, 박용하 주연의 KBS <러빙유>. 애초 <인어공주>라는 타이틀을 내세웠던 <러빙유>는 한동안 <인어아가씨>와 제목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제작진이 밝힌 기획의도 역시 “인어공주라는 고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동화 같은 사랑이야기”였다. 이처럼 ‘21세기판 신 인어공주’를 대대적으로 표방했음에도 비슷한 시기에 타방송사에서 등장한 <인어아가씨> 때문에 뒤늦게 <러빙유>라는 새로운 제목이 만들어진 것.
특히 드라마 제목의 경우, 내용을 압축적으로 나타내는 문구를 즐겨 사용하기 때문에 때로 ‘시적 허용’이 용납되기도 한다. 비유나 은유 등의 표현이 주로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 그 예로, MBC <여우와 솜사탕> <장미와 콩나물> 등은 얼른 이해할 수는 없었으나 곰곰 생각해보면 “아하”하며 무릎을 ‘탁’ 칠 재치있는 제목이었다.단순명료하면서도 드라마의 성격을 솔직히 드러내는 제목들은 친근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현정아 사랑해> 같은 경우 너무나 평이할 정도로 특색이 없다. 한 때 ‘선영아 사랑해’라는 광고문구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기억을 더듬어보면 비슷한 맥락의 <현정아 사랑해>가 주목을 끄는 이유도 너무나 평범한 데 있는 것은 아닐까. 아무튼 그 어떤 이유보다 앞서는 프로그램 제작진의 제1원칙 역시 “기억하기 쉬운 제목”이라는 단순한 것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