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 ||
그 교집합의 한 부분은 바로 선거와 직결된다. 양쪽의 ‘공생관계’가 큰 힘을 발휘하는 때가 바로 선거철이다. 불과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연예계는 또 한 번 대선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제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본격적인 대선정국에 들어간 시점. 각 당의 치열한 선거전략이 윤곽을 드러내는 가운데, 연예인들의 이름이 함께 거론되고 있다. 정권을 거머쥐어야 하는 각 정당들은 ‘잘나가는’ 연예인 영입작업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현실. 얼굴이 명함인 연예인들만큼 확실한 홍보수단도 없기 때문이다.요즘 각당 홍보팀들은 밤낮 없이 분주한 때를 맞이했다. 이름이 오르내리는 연예인들은 얼굴 깨나 알려진 이들이 많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각종 행사도 즐비한데 연예인들은 이래저래 바쁠 듯싶다.
가장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는 곳은 한나라당. 11월6일과 11일 연예인들로 구성된 연예인지원단과 한마음자원봉사단의 발대식을 가질 예정이다. 젊은 층의 지지율이 낮은 편인 이회창 후보측은 연예인들을 내세워 20∼30대 젊은 층들을 공략한다는 계획. 발대식에는 수백 명의 연예인이 참가할 것이라고 전해진다.
현재 한나라당의 도우미로 나선 연예인들은 가수 설운도 김수희 변진섭 신성우, 코미디언 이용식 최병서 한무 등. 최병서는 최근 한나라당 문화예술단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전국연예예술인노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석현씨도 이 후보를 지지하고 있어 눈에 띈다.
▲ 노무현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는 문성근 명계남씨. | ||
지난 97년 선거 때도 한나라당은 탤런트, 코미디언, 가수 등으로 구성된 자원봉사 유세단을 발족시켰다. 당시 멤버는 엄앵란 임채무 최병서 남보원 현철 임하룡 허참 태진아 설운도 김자옥 등으로 구성됐으며, 3개조로 편성해 수시로 거리유세와 전국순회유세를 하기도 했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 진영은 ‘노사모’라는 탄탄한 지지세력을 가지고 있다. 문성근 명계남이 간판급 인물. 이들은 연예인을 통한 홍보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월 ‘노문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문화예술인 모임)’를 결성하기도 했는데 11월 초 합동공연을 가질 계획이다.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 캠프는 최근 연예인 이름이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에서 활동했던 가수 김흥국이 정 후보 진영에 참여하면서 특히 활동이 두드러진다. 정 후보와 ‘축구로 맺은 인연’이라고 말하는 김흥국은 행사 때마다 정 후보 곁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열심이다.
정 후보는 창당발기인 명부에 기재된 연예, 체육계 인사들이 본인들의 동의 없이 명단에 올렸다는 이유로 이름도용 시비가 일기도 했다.정 후보는 국민당 시절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강부자와 친분이 있으며, 가수 조영남 송창식 등을 좋아한다고 한다. 국민통합21의 발기인 명단에는 이밖에 백일섭 남궁원, 가수 김현정 등이 포함돼 있다.
이한동 후보측에도 김을동 심형래가 지지의사를 밝혔다. 젊은 연예인들을 위주로 홍보단을 구성중인 이 후보 진영에는 신세대 가수 조성모 신화 등이 거론되고 있어 이채롭다.
▲ 정몽준 의원과 김흥국씨 | ||
이에 대해 한나라당 캠프에 참가한 한 연예인은 “이 후보를 지지했던 탤런트 A씨가 지난 대선에서 진 다음 한동안 활동하지 못하지 않았느냐”라는 말을 했다. A씨의 방송복귀는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A씨와 가까운 연예인들 중 이번 대선에 참여한 이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수년간 곁에서 그를 지켜봤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히 ‘진흙탕’에 비유되는 정치판에 몸을 던진 것. 한나라당에서 뛰고 있는 B씨 역시 A씨와 절친한 사이. B씨는 최근 한 방송사로부터 방송출연을 거부당하는 ‘쓴맛’을 벌써부터 맛보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영남 출신의 가수 C씨는 한동안 방송에서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 D씨의 경우는 그 반대 케이스. 지난 연말 한 방송사의 가요대상 시상식에서는 그동안 없었던 이름의 상이 새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이는 D씨를 위해 제정된 상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처럼 연예계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 때문에 연예인들 역시 종종 ‘정치철새’에 비유되곤 한다.올 초 이회창 후보의 자택에는 탤런트와 코미디언 20여 명이 신년인사를 하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런가하면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을 지지했던 이들 중 일부는 정몽준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와 같이 연예인들이 정치바람에 편승하는 것은 비단 어느 한쪽만의 욕구는 아니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교묘히 맞물려 때마다 이런 바람을 일으키는 것. 그러나 많은 연예인들이 정계의 손짓에 부화뇌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최근 한나라당은 한창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장나라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장나라의 아버지 주호성씨는 이에 대해 “한나라당으로부터 제안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미 (나라가) 중앙선관위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만큼 특정 정당을 지지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주씨에 따르면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인물을 통하거나 학교동문들을 통해 이 같은 연락이 오고 있다고 한다.
특히 선거캠프에서 주최하는 각종 행사 초대가 가장 빈번하다고. 또한 주씨는 그동안 한나라당뿐 아니라 다른 정당으로부터도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 영입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씨는 “나라의 이미지에도 맞지 않을뿐더러, 특정 당에서 활동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