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회창 전 총재 주변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사진은 지난 4월 총선 투표장에 나온 이 전 총재. | ||
여기에 일각에선 이 전 총재의 측근들이 지난해 7월 결성했던 ‘자유를 위한 행동’과 지난 11월 출범한 뉴 라이트(New Right, 신보수) 운동을 표방한 시민단체 ‘자유주의 연대’가 이 전 총재의 정계 복귀 추진을 위한 전위부대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가에선 이른바 ‘남대문 사무실-자유를 위한 행동-자유주의 연대’로 연결되는 ‘삼각편대’가 이 전 총재의 정계 복귀 연착륙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요즘 이 전 총재는 거의 매일 아침 10시면 서울 남대문 부근에 마련된 개인사무실로 출근,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오후 4~5시경에는 사무실 문을 나선다는 게 측근의 전언이다.
이 사무실에서 그는 한나라당 전·현직 의원들과 지인들을 만나고 있으며, 틈이 날 때마다 법철학 서적 등 다방면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이흥주·이병기 전 특보 등도 자주 드나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구 전 언론특보는 “손님들이 꾸준히 오고 있다”고 말했다. 손님들로 북적댈 정도는 아니지만, 방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초 문을 연 이 사무실의 용도에 대해 이 전 특보는 “이 전 총재가 지인들을 만나기 위한 장소”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것처럼 ‘정치 재개를 추진하는 베이스 캠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한나라당의 전·현직 의원들이 이 사무실을 드나들면서 ‘정치적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9월21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의 옥인동 자택 회동 이후 이 전 총재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당시 이 전 총재는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 의견을 분명히 밝히는 등 정계 은퇴 이후 처음으로 정국 현안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단순한 오비이락이었을까. 이 발언 직후 남대문 사무실까지 오픈하자 자연히 정가의 안테나는 이 전 총재를 향했다. 게다가 지난 10월 초 이 전 총재와 대선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권철현 의원, 박진·유승민·나경원 의원 등 창(昌) 측근 현역의원 10여 명이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회동을 갖기도 했다.
이에 한나라당 안팎에선 이 전 총재가 사무실 마련을 계기로 본격적인 대외활동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그러면서 정치권에선 지난 11월23일 출범한 ‘자유주의 연대’와 지난해 7월 이 전 총재의 측근들이 결성한 ‘자유를 위한 행동’에 주목하고 있다. 이 두 단체가 이 전 총재의 정계 복귀를 모색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뉴 라이트 운동’을 표방하고 있는 ‘자유주의 연대’는 386운동권 출신인 신지호 서강대 겸임교수가 대표를 맡고 있는데, 회원 수는 6백여 명.
‘자유를 위한 행동’은 이 전 총재의 보좌관이었던 이명우씨가 대표를, 공보 보좌역이었던 정찬수씨가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전 총재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30·40대 측근 43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는데, 현역 의원으로는 한나라당 고진화·권영세·박진·원희룡 의원 등이 가입해 있다. 이명우 대표는 “이 전 총재가 대선에서 낙선하긴 했어도, 정치노선에선 우리와 비슷하다”고 설명하면서 “요즘도 이 전 총재를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 9월21일 박근혜 대표와 회동한 뒤 이 전 총재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졌다. | ||
‘자유주의 연대’의 발기인이기도 했던 이명우 대표도 “‘자유주의 연대’와 함께 할 수 있는 공동사업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를 위한 행동’은 지난 11월22일엔 ‘자유주의 연대’ 신지호 대표를 초청해 세미나를 갖기도 했다. 내년 4월경에도 386세대부터 50대까지 동참할 수 있는 대규모 행사를 구상중인데, ‘자유주의 연대’와 공동 주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를 위한 행동’과 직접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자유주의 연대’는 지난 11일 경주 교육문화회관에서 한나라당 국가발전전략연구회 소속 의원들(공성진 이재오 의원 등)과 ‘뉴 라이트 운동과 한국 정치의 진로’를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갖기도 했다.
이처럼 이들 단체들이 긴밀한 관계를 지속하다 보니 정치권에선 이들이 이 전 총재의 복귀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종구 전 특보는 이와 관련해 “이 전 총재는 ‘자유주의 연대’ 사람들과는 만나거나 연락을 주고받은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유를 위한 행동’의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남대문 사무실 방문에 대해서 “인사차 방문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일각에선 최근 들어 보수단체 관계자들이 이 전 총재를 찾는다고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서도 “보수단체에서 온 적도 없다”고 말했다.
‘자유를 위한 행동-자유주의 연대’도 자신들과 이 전 총재의 정치재계 여부를 연관짓는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자유주의 연대’측은 “‘자유주의 연대’에 특정 정당에 소속된 회원은 없다”면서 “우리는 현재 독자적인 사상운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그리고 나중에 국민적 공감을 얻게 되면 그때 가서 정치활동을 할 사람들과 학술이나 NGO, 싱크탱크 등의 활동을 하게 될 사람들로 분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총재의 정계 복귀와는 무관하다는 게 ‘자유주의 연대’측의 주장인 것이다.
‘자유를 위한 행동’의 이 대표도 “이 전 총재의 정치 복귀 여부는 우리가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이 전 총재의 복귀 추진에 대해 부인하면서도 이 대표는 “차기 대선 과정에서 ‘자유주의 연대’와 공동보조를 맞출 생각”이라고 밝혀, 두 단체가 차기 대선 과정에 깊숙이 개입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이 전 총재의 정계 복귀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전 총재와 가까운 한 초선 의원은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보면서 이 전 총재를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앞으로 정치 상황에 따라서 이 전 총재가 정치를 재개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요즘 ‘이회창 정계 복귀설’은 여의도 정가에서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그만큼 ‘창’(昌)에 대한 식었던 관심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정치 복귀의 명분과 시기를 조율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 이를 ‘남대문 사무실-자유를 위한 행동-자유주의 연대’ 등이 ‘은밀히’ 추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정치권 일각의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