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이 지난 13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특히 이번 압수수색은 이완구 총리가 ‘부패 척결’을 언급한 지 하루 만에 실시된 터라 그 영향이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테헤란로에 위치한 포스코 본사. 일요신문 DB
사실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 혐의는 이미 지난해 7월 포스코건설 자체 감사를 통해 적발한 건이다. 당시 포스코건설은 베트남 지역 사업을 책임지는 임원들이 현지 하도급업체 지급 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일을 포착, 관련 임원들을 징계조치한 바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당시 자체 감사 결과 개인 비리가 아니라 관행상 어쩔 수 없었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안다”며 “검찰 고발로 이어지지 않고 자체 징계 처리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비록 포스코는 이들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았지만 정치권에서 다시 문제제기가 일어났다. 지난 2월 26일 이완구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사실이라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부패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비리·횡령 등 위법이나 탈법이 있을 경우 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며 “관계기관에 즉각 사실을 조사하도록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이 총리 지시 이후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4일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을 특수2부에 배당, 수사를 시작했다.
특히 이번 압수수색은 이완구 총리가 지난 12일 취임 첫 대국민담화를 통해 대기업 비자금 조성 등을 언급하며 “정부는 모든 역량과 권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구조적 부패의 사슬을 과감하게 끊어내겠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실시된 터라 ‘그냥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재계 관계자는 “사정기관에서 압수수색에 나설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뚜렷한 증거나 정황을 확보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수사에 돌입한 검찰이 9일 동안 수사하면서 중요한 단서를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재계 다른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국세청 압수수색과 검찰 압수수색은 다르다”면서 “국세청은 정말 증거와 정황을 확보한 후 들이닥치지만 검찰은 일단 압수수색 먼저 해보자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구체적 증거 확보 없이 압수수색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일단 포스코건설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포스코 안팎에서는 후폭풍이 어떨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권오준 회장 취임 후 정확히 1년이 되는 시점에 재무구조개선 작업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부채비율을 낮췄으며 지난해 영업이익이 3조 원대를 회복하는 등 청신호가 켜지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자칫 분위기에 찬물이 끼얹어질까 조심스러워 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4일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지분 매도·사업협력 등에 대해 전략적 제휴를 맺는 등 중요한 일을 앞둔 상태다. 아직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을 뿐 매매계약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벌써부터 포스코건설 지분 매각 협상은 권오준 회장의 성과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이 계획들이 틀어진다면 권 회장도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있던 지난 13일 권오준 회장은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 정기주주총회 직후 포스코에너지도 포스코건설 같은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포스코에너지는 당초 IPO를 목표로 했으나 경기가 불확실한 탓에 자꾸 미뤄지고 있다. 이에 기업공개 방식보다 지분 매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쪽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만큼 권 회장과 포스코 내에서는 포스코건설 지분 매각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포스코건설은 유상증자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3일 포스코는 “포스코건설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검토 중에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재무구조개선과 관련한 이 같은 작업들이 채 결정 나지 않은 상황에서 실시된 검찰 압수수색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건설 전체적인 일이 아니라 베트남 현지법인에 국한될 일이기에 건설 전체 혹은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본사 차원에서도 아직까지는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는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전했다.
포스코의 바람과 달리 검찰 주변에서는 벌써 포스코건설 비자금 수사가 포스코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권오준 회장 취임 1주년이 되는 때 포스코가 큰 시련을 맞이할 수도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자체 감사에서도 밝혀졌듯 베트남 현지법인에 국한된 일”이라며 “비자금 규모로 보나 관련 인물들로 보나 그룹 전체가 영향 받을 일은 아니며 검찰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고 말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