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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륜드라마 <고백>의 한 장면. | ||
70년대까지 나온 드라마는 늘 같은 결론에 달한다. ‘남의 가정 파탄시키고 잘 사는 여자 있을 수 없다’는. ‘조강지처 버려서 잘된 남자 못봤다’란 말과 상통하는데, 당시 엄격했던 사회분위기 탓도 크다. 불륜 상대의 부인이 일가친척 다 끌고 와서 살림을 때려부수고 머리채를 잡고 흔든다 해도 당하는 수밖에.
순진해서 꼬임에 넘어갔던 자기가 먼저 꼬드겼건 부인 있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 건 잘못임을 인정했고, 그래서 아무리 부인이 못되게 굴어도 그 앞에서 ‘당신 남편은 내 남자’라고 감히 말할 배짱을 가진 여자는 없었다. 부인 앞에서 울며 잘못을 빌 뿐이다. 70년대까지 나온 드라마는 거의 이 유형에 속한다.
80년대 나온 드라마부터는 조금씩 여자들이 달라진다. 정 때문에 혹은 자식이 걸려서 부인을 떠나지 못한 과거의 남자들과 달리, 깨끗하게 헤어질 수도 있다는 사고방식의 변화가 남자들에게도 생겼기 때문. 부인 혹은 약혼녀에게 미안해하면서도 남자를 포기하지 않고 헤어지기 쉽게 물질적 도움을 제공하기도 한다.
90년대 드라마의 불륜녀들은 좀더 당당하다. 부인 있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것을 한탄하지도, 억울해하지도 않고 부인 앞에서도 ‘사랑’이란 단어를 입에 올린다. 부인은 어쩌다 자기의 남자와 먼저 만난 것일 뿐이라고 우기기까지 한다. 좀더 나아가 남자에게 부인과 이혼할 것을 종용하기도 한다. 남자와 헤어지게 되면? 금방 새로운 남자를 찾아 단숨에 결혼한다. 물론 남자는 여자의 과거를 모른다.
2000년대 들어서는 자신이 저지른 불륜을 그럴듯하게 포장하고 나름대로 논리를 펼쳐서 ‘바람 피운다’의 정의는 무엇인가 헷갈리게 한다. 또는 상대 남자의 부인을 제발로 찾아가 ‘이 남자가 어떤 사람이냐’고 상담을 청하는 뻔뻔함도 갖췄다. 제발 헤어져달라고 애걸하는 부인에게 ‘언니, 겨우 그런 사람이었구나’하는 면박까지 준다. 이런 여자가 눈앞에서 이런 말을 한다면 어떤 부인이든 살인의 충동을 느끼지 않을까. [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