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정보석의 나이는 29세, 연적이 되는 김성택의 극중 나이가 30세이므로 더 어려보여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정보석이 젊어 보인다지만 실제 74년생인 김성택과 띠동갑인 그가 연하로 나오는 건 너무 하지 않느냐는 게 시청자들의 성화다.
<인어아가씨> 중 또 하나의 어색커플은 김용림과 사미자. 둘이 함께 나오면 어느 쪽이 시어머니냐고 절로 반문하게 된다. 하얗게 덮인 머리를 하고 나온 사미자가 더 나이가 많은 역일 거라고 짐작은 하지만 막상 김용림 입에서 ‘어머님’ 소리가 나오면 기겁하게 된다. 얼굴의 주름이나 피부 상태로 두 사람이 고부지간임을 납득하기란 쉽지 않다.
사미자가 평소 곱게 늙은 할머니 역할로 자주 등장하긴 했지만 김용림 역시 시어머니 역할로는 만만찮은 관록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며느리한테 불호령 내리는 무서운 시어머니 역할로 주로 나왔던 그녀가 사미자에게 조신하고 다소곳하게 ‘어머님 어머님’하는 모습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약일 듯. 그럼 두 사람의 실제 나이차는? 공교롭게도 1940년생 동갑인 데다가 생일은 김용림이 오히려 3개월 정도 더 빠르다.
‘나이랑 안맞는다’고 입방아에 오르기로는 하희라도 마찬가지. 한때 귀엽고 앳된 얼굴로 사랑받은 그녀지만 1969년생으로 이젠 30대 중반의 아이 엄마 티가 나는데도 KBS <당신 옆이 좋아>에서 여고생 역할로 나오는 건 심하다는 반응이다. 게시판마다 ‘갈래머리만 땋으면 여고생이냐’란 볼멘 소리가 가득.
|
||
|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명성황후>의 이진우와 최명길, <인어아가씨>의 사미자와 김용림같은 드라마의 정보석과 고두심, <당신 옆이 좋아>의 하희라. | ||
김창완이 1954년 생, 권해효가 1965년 생으로 실제 두 사람의 나이차이는 불과 열한 살. 평소 김창완이 노총각 역을, 권해효가 팀장 등 비교적 사회경력이 있는 샐러리맨 역을 맡아서 이들의 부자지간이란 설정이 더 낯설어 보인다.
몇 주 전 끝난 KBS <명성황후>는 명성황후 역을 맡은 배우가 바뀌는 진통을 겪었다. 방영 횟수를 늘리자 원래 명성황후 역을 맡은 이미연이 애초 계약한 횟수 이상 할 수 없다고 버틴 것. 대신 제작진은 비극의 주인공 명성황후를 소화해낼 적임자로 최명길을 내세워 성공적으로 드라마를 끝낼 수 있었다. 그렇게 황후에만 신경 쓰느라 황제 역할엔 더 큰 관심을 기울일 수 없던 것이 옥에 티로 남았다.
‘아내가 바뀌었으면 남편도 바뀌어야지’ ‘아내가 아니라 큰 누나다’란 일부의 불평을 산 것이다. 그러나 제작진으로선 자기 역에 충실한 이진우를 굳이 왕좌에서 끌어내리고 최명길과 어울리면서 황제 역에 들어맞는 배우를 새로 찾는 위험부담을 자초하고 싶진 않았을 것이다. ‘명성황후가 고종황제보다 연상이었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기도 하니까.
몇 달 전 종영한 KBS <태조 왕건>은 막판에 한꺼번에 비난을 당하는 일이 생겼다. 실제 나이가 33세인 안정훈에게 15세로 나오는 태조 왕건의 장자 역을 맡긴 까닭이다. 드라마가 종반부로 치닫는 상황에서 태조에게서 왕위를 물려받아 2대 왕인 혜종이 되는 태자 역에 아역과 성인 역을 따로 두기가 부담스러웠던 것.
그러나 어머니 역의 염정아보다 무려 세 살이나 더 많은 안정훈을 가리켜 계속 ‘어린 태자가 어찌 할꼬’ ‘이렇게 어린 태자에게…’라며 ‘어리다’는 대사로 배역의 쑥스러움을 덮으려다가 더 큰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70년생인 이영애와 59년생인 이보희가 동갑으로 나왔다면 믿을 수 있을까? 몇 해 전 두 사람은 KBS드라마 <서궁>에서 같은 해,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나 운명이 엇갈리는 숙명의 라이벌 역을 맡았다. 수 년이 흐른 지난해 두 사람은 각각 젊은 작가와 대궐의 주인인 대비마마 역을 맡아 시청자 앞에 섰다.
이들 드라마는 나름대로 변명의 이유가 있다. ‘오랜 세월을 거치는 과정이다’ ‘다른 드라마에서도 이 정도 나이차이 나는 역을 했다’ ‘처음 보는 거라 그렇다’ 등등.제작진의 의도가 이해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최소한 드라마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는 배역만큼은 가능한 없기를 바란다. 재미로 보는 드라마가 재앙이 되길 그 누가 바랄까.
김민정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