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방송사들은 이들 스타 작가들을 확보하려고 벌인 물밑 ‘모시기 경쟁’도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는 후문이다. 이들의 작품료는 액수에 따라 작가들의 자존심이 걸려있기 때문에 철저하게 감추지만 ‘특A급’의 경우 60분 1회당 5백만∼8백만원선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 작가들의 작품료가 60분 1회당 1백30만원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대우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 스타 작가들의 사생활은 어떨까?
점심을 간단히 빵으로 때운 뒤 집필 계속, 오후 8시 남편과 아이들 얼굴 한 번 보고 새벽 1시까지 작업을 한다. 하루 15시간 이상 중노동 “원고를 쓸 때는 무식하게 앉아 있는 편”이라는 그녀는, 가사는 엄두도 못내고 일주일에 쓰레기 버리러 딱 한 번 집 밖에 나갈 정도로 하루 16시간 이상을 극본 쓰기에 매달린다.
원고지가 아닌, 컴퓨터로 원고를 쓰기 시작한 것은 <엄마의 바다>를 쓸 때부터였는데 그 유명한 독수리 타법(양쪽 집게•가운데 손가락을 이용해서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것을 말함)으로 쓴다고 한다. 이 때문에 극본을 쓰려고 하면 두 아이들이 “앗, 독수리 떴다”라며 놀린다나.
아직 미혼인 박예랑 작가도 사생활이 없기는 마찬가지, 새벽 5시에 잠들어 아침 8시에 일어난다는 그녀는 신문 읽기, 식사, 이메일로 원고 송고하는 일을 제외하고 하는 일이란 극본 쓰기가 전부다. 요즘은 휴대폰도 꺼놓고 오직 집필에만 몰두하고 있다.
아들 교육을 위해 지난해 12월 뉴질랜드로 떠났다가 8개월 만에 돌아온 송지나는 뉴질랜드에서 이메일로 대본을 보내기로 했는데 뉴질랜드 생활을 즐기느라 게으름을 피웠더니 김종학 PD가 직접 잡으러(?) 왔다고 한다. “그 바람에 서울에 있는 여동생들을 급히 뉴질랜드로 불러들여 아들을 맡겨놓고 김종학 PD를 뒤따라 들어온 것”이라면서 “아들하고는 수시로 메신저로 채팅하며 하루 일과를 이야기한다”고 했다.
“이젠 나이 들어 밤을 새워가며 대본 쓰는 일이 힘에 부친다”고 말하는 그녀이지만, 그러나 극본을 쓸 때는 구상에서부터 자료수집, 취재까지 거의 완벽하게 해놓고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아직도 세인들에게 정상의 드라마로 각인돼 있는 <모래시계>도 1년 넘게 관련 인물들을 취재하고 쓴 작품이라고 한다.
한적한 지방에서 <고독>을 집필중인 노희경은 한때 자신의 경험담을 드라마 소재로 써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MBC 창사특집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평생 가족을 위해 헌신한 한 주부가 암에 걸려 가족들 몰래 인생을 정리한다는 내용으로, 주인공의 모델이 바로 그녀의 모친이었다.
이 드라마로 그녀는 스타 작가들의 반열에 올라섰지만 정작 방송이 나간 뒤 가족의 전화는 한 통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내가 사는 이유>라는 작품에서도 가난이 아름다웠던 자신의 ‘지난 20년 세월’을 드라마 속에 녹여내기도 했다.
“사생활 같은 건 없어요” “언젠가 드라마 작가가 되면 엄마의 이야기와 어린 시절 그녀의 추억이 묻힌 마포 이야기를 하리라 생각했다”는 그녀는, “나에게 상처를 준 수많은 죽음과 이별, 아픔에 감사한다”고 했다. 그러한 고통을 글의 소재로 삼을 만큼 글 쓰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방송작가가 된 뒤로 “컴퓨터를 늘 껴안고 살다 보니 어깨 결림, 안구 건조증 같은 직업병에 시달리고 사람을 만나더라도 편하게 못만나고 캐릭터와 연결짓는 버릇이 생겼다”면서 “사생활이 없어졌다”고 공통적으로 말한다. 그만큼 글을 쓴다는 것이 고통스러운 직업이기 때문이다. 이들 스타 작가들이 저마다 독특한 색깔로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자못 기대가 된다. 최숙영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