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아시스 | ||
때로 그 어떤 격정적인 남녀의 애정행각보다 짜릿한 스릴을 안겨주기에 키스장면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 빠짐없이 등장하곤 한다. 그것이 더구나 첫키스라면? 떨리는 마음으로 다가섰던 ‘그때 그 느낌’을 잊지 못하는 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갈지는 애써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애정장면이 많이 등장할수록 시청률도 따라 오른다’는 공식은 100% 성립하지 않지만, 그 상관관계가 지대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따라서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는 종종 키스장면이 등장하며 그 장르에 따라 연출되는 남녀의 키스 종류도 가지가지다.
시청률은 높지 않지만 꾸준한 마니아층을 거느리고 있는 표민수•노희경 콤비의 KBS <고독>. 극중 나이 차가 열다섯 살이나 나는 연상연하 커플인 이미숙과 류승범은 행여 불륜처럼 비쳐질 수도 있는 사랑을 아름답게 그리기 위해 고군분투중이다.
두 사람의 첫키스 테마는 바로 ‘기습키스’. 자신을 어리게만 보는 류승범이 직장 선배인 이미숙의 팔을 잡아챈 뒤 기습적으로 입술을 훔치는 장면이었다. 방송에서는 이미숙이 ‘당하는’ 모습으로 나갔지만, 실제 촬영에선 그렇지 않았다고(?). 연기선배인 이미숙이 NG없이 가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오히려 더 많은 NG가 나 버린 것. 결국 대여섯 번의 NG 끝에 각본상의 키스가 완성될 수 있었다.
MBC <인어아가씨>에서 김성택과 장서희의 첫키스는 처절하리만치 슬픈 장면으로 기억된다. 약혼식을 하루 앞둔 날 밤, 마음에 품은 여인을 떠나보내야 하는 김성택과 이를 붙잡고 싶은 장서희는 결국 서로의 마음을 외면하지 못한다. 김성택의 품에 안겨 춤을 추던 장서희가 먼저 입을 맞추는 이 장면은 두 사람의 운명의 앞날을 예고하는 복선으로 작용했다.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이들은 마침내 결혼에까지 이르게되고, 드라마는 내년 상반기까지 연장방영을 계획중이다.
전도연 특유의 ‘깜찍 연기’가 시청자들의 칭찬과 비난을 동시에 받고 있는 SBS <별을 쏘다>에서는 키스신 역시 발랄하다. 실제로는 조인성보다 여덟 살 위인 전도연이 극중에서는 여섯 살 연상으로 등장, <고독>에서와 같은 연상연하로 짝을 이룬다. 그러나 두 커플의 성격은 정반대. 이미숙•류승범이 블랙커피의 진하고 아린 맛이라면, 전도연•조인성 커플은 새콤달콤한 사탕처럼 입술을 자극한다. 키스신도 마찬가지. 지난 11일 방영분에서 조인성의 연기 연습을 빙자해 두 사람은 키스직전까지의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어 스키장으로 놀러 간 두 사람은 설원을 배경으로 드디어 첫 입맞춤을 나눈다.
그런가하면, 영화 <중독>의 키스는 가장 실감나는 장면으로 꼽을 수 있다. 시동생과 형수의 사랑을 다룬 <중독>에서 이병헌과 이미연의 정사장면은 이미 화제가 된 바 있다. 특히 이병헌의 떨리는 입술이 그 강도를 더해 주었다.
최근 동성애를 다룬 영화가 만들어지면서 동성간의 키스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사회분위기상 동성애를 다룬 영화의 애정표현방법은 키스 정도가 가장 높은 수위. 그러나 남성과 남성, 혹은 여성과 여성끼리 나누는 키스는 그 사랑의 순도를 떠나 애초부터 변색된 것으로 비쳐질 위험이 크다. 따라서 연출진은 더욱 심혈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영화 <로드무비>에서 정찬과 황정민의 ‘남성간’ 키스가 좋은 평과 함께 합격점을 받았다면,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에서 공효진과 조은지의 ‘여성간’의 키스는 관객의 평을 기다리는 중이다.
영화 <오아시스>에서의 키스장면은 또 어떠했나. 뇌성마비 장애여성과의 사랑에도 섹스신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였으며, 설경구와 문소리는 이를 훌륭히 소화했다. 입도 제대로 다물지 못하는 문소리와 설경구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키스신을 연출했는지는 영화를 보기 전까지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