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필작가에 따르면 ‘당돌한 아이’ 이천수는 보기 와는 달리 예의 바르다고 한다. | ||
사실 외국의 경우 대필작가가 떳떳이 그 이름을 밝히는 반면, 아직 국내에서는 출판계 내부에서조차도 대필작가의 존재를 불문에 부치는 경우도 있다. 비록 이름과 얼굴은 드러나지 않지만 짧은 기간동안 고액의 원고료를 받으며 유명인들의 이미지에 화려한 ‘메이크업’을 하는 이들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현재 활동중인 대필작가의 수를 정확하게 추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단 관련 단체나 협회가 없을 뿐더러 스스로 대필작가임을 잘 드러내지도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판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대략 2백∼3백여 명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
이들은 대개 등단한 소설가, 전현직 기자, 방송 및 영화 시나리오 작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유명인의 책을 대필할 수 있는 사람들은 좀 더 까다롭게 선정된다. 따라서 A급 대필작가를 꼽으라면 수십 명에 불과하다. 영화 <불후의 명작>에서 송윤아는 본업인 시나리오 집필 외에 대필작가로서 일을 하고 있다.
최근 출간된 한 원로배우의 자전적 소설을 집필한 작가 김아무개씨(31•여)는 바로 이런 송윤아와 닮았다. 현재 시나리오 작업중이라는 그녀는 간간이 들어오는 대필 일을 하고 있다. 화제가 된 스포츠 스타의 자서전을 쓴 이아무개씨(32•남)는 전직기자. 최근 1년간 무려 4건의 유명인 자서전을 맡아 업계의 베테랑 자리에 등극했다.
▲ 왼쪽부터 린다김 자서전, 하리수 자서전, 황선홍 자서전 | ||
따라서 기초적인 스토리만 들을 뿐 상세한 내용은 ‘창작’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인터뷰 대상자가 외국이나 지방에 있을 경우에는 어디든지 달려가 현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인터뷰를 해야 하는 것도 고된 일이다. 17년 차의 잡지사 기자인 김아무개씨(39•여)는 인터뷰를 위해 3박4일간 해외출장까지 간 경우. 김씨는 짧은 기간 동안 인터뷰를 마무리하기 위해 밥 먹고 자는 시간만 빼고 하루에 무려 10시간 이상 인터뷰를 하면서 완전히 파김치가 됐다고 한다.
이들 대필 작가들에게 유명인들은 어떤 모습으로 비칠까? 공통적인 의견은 “언론에서 보이는 이미지보다 훨씬 인간적이다”라는 것. 이천수 선수의 경우 ‘건방지다’는 식의 이미지가 형성돼 있지만 실제로는 겸손할 뿐더러 예의까지 바르다고. 특히 그 특유의 솔직함에 작가까지 당황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천수 선수는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담고 싶다’고 주문했다는 후문. 책의 내용 때문에 많은 화제가 됐었지만 사실은 그것도 작가가 인위적인 수위조절(?)을 한 덕이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황선홍 선수는 매우 다정다감하고 친절하다고 한다. 작가의 식사까지 일일이 챙겨주고 시간 약속도 철저히 지키는 등 상대방에 대한 배려로 매우 인간적인 모습이었다는 것.
원맨쇼의 1인자 남보원씨의 경우 인터뷰 자체가 ‘원맨쇼’였다. 옛날 이야기를 추억하며 당시의 상황을 그대로 묘사하다보니 성대모사는 물론 심지어는 즉흥적으로 춤도 추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면서 재미있는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그렇다면 이렇게 인터뷰를 끝낸 후 집필에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일단 인터뷰는 최소 10회 정도를 해야 하며 한 번에 2∼3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인터뷰가 끝난 후에는 본격적인 집필이 시작되는데 두세 달에 걸쳐 조금씩 쓰는 작가가 있는 반면, 심지어 마감 시간에 몰려 일주일 만에 번개처럼 써 내려가는 스타일도 있다. 이남훈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