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이어도 성실하게 노력하는 그녀를 마음에 찍어두고 있다가 주인공으로 낙점한 사람은 바로 임성한 작가. <온달왕자들>이 인기몰이할 당시 주인공 김지수의 그늘에 있으면서도 자기 역할에 색깔을 입혀, 튀지 않으면서도 묻히지도 않는 장서희의 개성을 높이 산 것.
이렇게 한 번 좋은 인연을 맺으면 계속해서 작품을 함께 하는 경우가 방송가에선 드물지 않다. 작가로서는 자신의 작품세계를 잘 알고 역할을 소화해주는 배우가 편하고, 배우 입장에서는 좋은 작품에서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작가가 고맙다. 서로에게 이익이 되니 자연스럽게 다음 작품도 함께 하게 되고, 작가는 특정 배우를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설정할 정도가 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드라마 작가 김수현씨는 스타급 탤런트들과 짙은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 일명 ‘김수현 사단’.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작가인지라 ‘김수현 사단’에는 그만큼 많은 스타들이 포진해 있다. 윤여정 정혜선 등 몇몇 연기자는 김수현 드라마에 ‘실과 바늘’처럼 인식될 정도. 최근 몇 년은 윤여정이 노희경 작가의 작품으로 외도(?)하는 바람에 김 작가와 사이가 안좋다는 낭설이 돌았으나 <내 사랑 누굴까>로 김수현 사단에 복귀, 소문을 일축했다.
|
||
<장미와 콩나물>로 찰떡궁합을 과시한 정성주 작가와 최진실-김혜자 콤비는 주말 드라마 <그대를 알고부터>로 또 한 번 굳건한 파트너십을 보여주고 있다. 최진실이 출산 이후 방송가 복귀 첫 무대로 정성주 작가의 작품을 택한 것도 전작 <장미와 콩나물>이 시들했다면 어림도 없는 일.
박정란 작가는 김미숙과 <울 밑에 선 봉선화>로 맺은 끈끈한 인연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김미숙은 지난해 박 작가의 <소문난 여자>에도 출연했는데, 주인공 시비가 일 정도로 그 비중은 상당했다. ‘소문난 여자’는 주연 강성연을 가리키는 제목이었음에도 시청자들은 제작진에게 “누가 ‘소문난 여자’냐”는 질문을 퍼부었을 정도.
찰떡 궁합은 PD와 스타 사이에도 많다. 오랫동안 무명으로 지내온 김승우에게 톱스타로의 발판을 마련해준 사람은 황인뢰 PD. 그가 만든 미니시리즈 <연애의 기초>에서 순박하고 진실한 마음을 가진 고아역을 잘 소화한 김승우는 이후 가장 주목받는 남자 연기자로 떠올랐다.
더욱이 황인뢰 PD는 영화 <꽃을 든 남자>에 김승우를 다시 캐스팅하여 그가 영화계로 돌아올 기회도 마련해줬다. 단역을 전전하던 김승우가 TV에서 다시 영화로 왔을 때는 명실상부한 주인공이었다.
차인표 역시 궁합이 잘 맞는 PD 덕에 스타로 떠올랐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는 연기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한 차인표를 믿어준 이진석 PD의 작품. 일약 스타가 된 차인표는 제대 후 사방팔방의 손짓에도 불구하고 이진석 PD의 작품 <별은 내 가슴에>로 복귀했다. 당연히 작품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이병헌과 이장수 PD는 상부상조의 좋은 예로 꼽힌다. <내일은 사랑>으로 주연급 연기자가 되긴 했지만 연기나 지명도가 아직 부족했던 이병헌을 일급스타로 자리매김하게 해준 계기는 이장수 PD의 야심작 <아스팔트 사나이>였다.
또 다른 작품 <아름다운 그녀>에서도 호평을 얻은 이병헌은 유난히 이장수 PD와 돈독한 친분을 자랑한다. 때문에 지난해 영화에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장수 PD의 작품이란 이유만으로 브라운관에 돌아와 <아름다운 날들>을 찍었다. <아름다운 날들>은 이병헌의 매력을 150% 살려 인기몰이를 했고, 이장수 PD나 이병헌 양쪽 다 만족스러운 작품이 됐다. 지금은 두 사람 다 영화 쪽에서 차기작을 준비중이다.
그러나 모든 연기자와 작가 PD가 다 처음 인연을 지켜가는 것은 아니다. 처음엔 좋은 파트너십을 자랑했지만 뜨고나서 마음이 바뀌는 경우도 종종 있다. 청춘물의 대가로 불리는 윤석호 PD는 김희선과 <칼라> <프로포즈> <웨딩드레스>까지 순조로운 항해를 함께 했지만 <겨울연가> 때는 소박을 맞아야 했다. 그가 잡기에 김희선은 너무 커버린 것.
모든 작가나 PD들이 스타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작품으로 스타가 되었다 해도 작품색깔 때문에 도리어 스타 연기자를 피하는 경우도 있다. <옥이 이모> <파랑새는 있다> 등으로 서민세계를 대변한다는 평을 듣는 김운경 작가는 같은 이유로 스타급 연기자를 꺼리는 편. 최민식이나 한석규조차 <서울의 달> 이후 그의 드라마에 출연한 적이 없고 <파랑새는 있다>의 정선경은 작가가 그녀의 유명세를 몰랐던 덕에 캐스팅됐던 것이다.
스타 연기자들은 좋은 작품을 만드는 작가나 PD의 작품에 출연하려고 애쓴다. 작가와 PD는 스타 연기자를 찾느라 혈안이 된다. 서로 원하는 바가 같을 때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