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선 경찰서 수사관은 “대선 전에는 가급적 모든 경찰력을 강절도 예방 등 민생치안에 주력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대선이 끝난 만큼 조직폭력배 소탕과 함께 마약 수사도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선 기간 중에도 연예인 마약과 관련, 각종 첩보와 정황 증거가 포착된 사안은 은밀히 동향 파악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선거를 마친 지 20여 일이 지난 1월 중순 현재, 검찰 마약부와 일선 경찰서 마약반은 그간 조용히 내사를 진행해온 일부 연예인에 대한 수사 속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대마초 등 마약 흡입 혐의를 받고 있던 몇몇 영화배우와 가수들 중에는 이미 소변 시약 검사와 머리카락 채취 등을 통한 정밀 조사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양성 결과가 나오리라 예상했던 수사관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도핑 테스트 결과 현장에서 음성 판정이 나온 것. 정확한 사실 여부를 밝히고 싶다는 수사관의 제안을 받아들인 A씨는 머리카락 수십 올을 채취하게 허락했고, 이 머리카락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졌다. 보통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정밀조사 결과 발표 시한은 15일 이내. A씨는 결국 국과수 조사 결과 혐의 없음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 참여한 한 수사관은 “연예인의 인권과 피의 사실을 밝힐 수 없기 때문에 A씨에 대한 자세한 신원은 밝힐 수 없다”고 전제한 뒤 “A씨는 그동안 정보기관과 몇몇 영화인의 제보로 수사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도 정보기관과 체포된 마약 중간책들의 진술을 토대로 몇몇 연예인들의 수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K경찰서 마약부는 해외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유명 가수 B씨에 대한 마약 관련 첩보를 입수, 조만간 임의 연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통 연예인 마약 수사와 관련해 일선 경찰들은 특히 해외파 연예인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에 비해 대마초나 코카인을 접할 수 있는 루트나 기회가 다양할 뿐 아니라 법적 규제도 국내보다 탄력적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찰서인 Y경찰서 강력반에서는 톱영화배우 C씨를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분주히 동향 파악중이다. 정상급 스타인 C씨에 대한 혐의는 그와 어울린 몇몇 신인급 여자 연예인들의 목격담에서 나온 첩보라 상당히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씨와 여자 연예인들이 서울 강남 일대와 이태원 나이트클럽 등지에서 어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2월. 평소 여자 관계가 복잡하고 문란한 것으로 악명 높은 C씨는 친한 후배 탤런트들을 불러내 이들 여자 연예인들과 어울렸다. C씨와 파트너가 돼 연애를 즐겼다는 한 여자 연예인은 “C씨는 우리들 사이에서 애국가로 불렸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녀는 “C씨가 자정무렵 마감 뉴스 끝나고 애국가가 나올 때부터 시작해 다음 날 아침 방송이 시작될 때 애국가가 나오는 순간까지 섹스에 탐닉한다고 해서 그런 별명이 붙여졌다”고 말했다. 수사진은 바로 그녀가 C씨 방에서 몇 차례 주사기를 봤고 C씨의 눈이 종종 마약 복용한 사람처럼 풀려있었다는 구체적인 진술을 이미 확보해둔 상태다.
그녀가 형사에게 했다는 제보에 따르면 “C씨가 주사기로 자신의 팔목에 뭔가를 주입하는 걸 봤다. 깜짝 놀래서 ‘오빠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묻자 ‘아무 것도 아니다. 그냥 피곤해서 영양제 맞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처음엔 그런 줄 알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뭔가 수상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담당 수사관은 C씨에 대한 최근 1년간 출입국 기록을 확인하며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지난해 영화 한 편에 주인공으로 출연한 이후 줄곧 휴식을 취하고 있는 C씨는 별다른 활동 없이 미국과 호주로 여행을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수사관은 “대선 전까지는 강•절도 등 민생 치안에 주력하느라 연예인 마약 수사가 다소 느슨했던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갈수록 마약의 유혹에 빠지는 연예인들이 늘고 있다는 정보에 따라 본격적인 내사에 착수한 상태”라고 전했다. 현재 경찰은 연예인들을 무작정 연행, 인권을 무시한다는 일부 여론을 의식하면서도 수사선상에 오른 일부 연예인들을 향한 수사망을 한층 좁혀가고 있다. 김범석 일간스포츠 연예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