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에 치러진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하는 개그맨들을 휘어잡기 위해서는 강한 카리스마가 필요 조건. 양 CP는 이런 점에서 개콘을 완전히 장악하고 출연자들을 움직여왔다고 한다. 특히 개그에 관한 한 양 CP의 감각은 가히 ‘천재적’이었다는 것.
개콘이 그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중에게 사랑을 받아왔던 것엔 뛰어난 감각과 강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는 담당 CP의 공이 컸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CP가 교체되자 출연자들은 동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잡다한 의견충돌은 물론이거니와 개그에 대한 서로의 감이 맞지 않아 그때부터 개콘은 삐걱대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담당 CP의 교체가 출연 개그맨들의 집단 보이콧을 부른 걸까. 하지만 방송가 사람들은 이번 집단 보이콧 사태의 배경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고 얘기한다. ‘도중하차’ 멤버들의 주축인 스타밸리 소속 개그맨들은 출연 중단 이유에 대해 ‘아이디어가 고갈됐고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이런 이유 때문에 집단적인 보이콧을 결정했다고 보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개그맨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연예대상 시상식이 출연자들과 KBS간의 대립에 휘발유를 붓는 격이었다”고 털어놨다.
시상식이 치러지기 하루 전까지만 해도 심현섭, 이병진, 강성범, 김대희 등 스타밸리 소속 개그맨들이 상당수의 상을 차지할 것으로 ‘내정’되어 있었지만 정작 시상식에서는 스마일매니아측 개그맨들이 상을 휩쓸었다는 주장이다.
당시 시상식에서는 박준형이 최우수상을, 이정수가 신인상을 받았으며 최우수코너상도 스마일매니아측 소속 개그맨들이 주축이 된 ‘생활 사투리’가 수상했다. 반면 스타밸리측은 ‘수다맨’ 강성범만이 상을 받는 것으로 겨우 ‘면피’를 했다. 이렇게 단 하룻밤 사이에 예상과 크게 다른 결과가 나오자 당시 일부 개그맨들은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것.
특히 스마일매니아측 개그맨들은 개콘에 관한 한 후발주자 격. 개콘의 초창기 멤버는 거의 다 스타밸리 소속이어서 이들 사이에선 힘겹게 일구어 논 개콘의 명성에 스마일매니아 소속 출연자들이 ‘무임승차’했다는 정서도 은연중에 깔려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단적인 예로 KBS 코미디언실 일각에서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기도 했다는 것. 따라서 ‘박힌 돌’의 입장이었던 스타밸리측 개그맨들은 감정적으로 매우 격해졌다고 한다. KBS 연예대상 수상 직후 일부 출연자들은 ‘KBS가 우리한테 너무한 것 아니냐’며 심하게 흥분했다는 후문.
물론 KBS측은 “수상 여부는 그렇게 하룻밤 사이에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일부 개그맨의 시각이 지나치게 왜곡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스타밸리측 개그맨들이 KBS의 처사에 대해 내심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번 사건은 그간 은연중 ‘스타밸리’와 ‘스마일 매니아’ 양측으로 갈려 있던 개콘 출연자들의 감정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말았다. 한 개그맨은 “사실 스마일매니아 소속이나 스타밸리 소속이나 개인적으로 모두 선후배며 친하다.
하지만 매니지먼트라는 것이 은근히 소속감을 강요하게 되고 그러면 우리도 원치 않는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남훈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