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14일 <영웅> 홍보를 위해 내한한 장이 모 장만옥 양조위. 아래쪽은 지난해 4월 내한 한 <소림축구>의 조미와 주성치. 이종현 기자 | ||
그러나 몇몇 내한 스타들의 경우 체류 중 엉뚱한 요구를 해 한국측 관계자들을 황당하게 만들기도 한다. 물론 이런 내용들은 공식적으로 알려지지는 않는다. 한국을 방문했던 해외 스타들이 국내에 뿌리고 간 뒷얘기들을 모아보았다.
지난 14일 중앙시네마에서 열린 <영웅> 언론시사회에선 어느 때보다도 열띤 취재 경쟁이 벌어졌다. 중국과 홍콩의 톱스타 장이모 감독과 장만옥, 양조위가 내한해 함께 무대인사를 했기 때문. 이들은 이날 열린 언론시사회와 강남 메가박스에서 열린 VIP시사회에 참석한 후 각각 14일 밤(양조위)과 15일(장만옥 장이모) 출국했다.
한국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이들은 이번 내한에서 국내 연예인들에 얽힌 뒷이야기들도 남겼다. 한국의 톱 여배우 김희선이 직접 장이모 감독에게 꽃다발을 전하며 축하인사를 하자 다음 작품 출연설이 떠올랐다. 그러나 이내 사실무근으로 밝혀졌고 장이모 감독이 ‘몇 달 후 다시 내한할 때 보자’는 여운만 남겼다고 한다.
또한 장만옥은 한국의 톱스타인 장동건에 관심을 갖고 만남을 기약했다. 그러나 장동건이 휴식차 떠난 미국 여행에서 늦게 돌아오는 바람에 만남이 무산되고 말았다고. 안타깝게도 두 사람은 15일에 엇갈려 출국과 입국을 했던 것.
이들을 초청한 영화수입사 코리아픽쳐스는 ‘톱스타에 대한 예우’를 다했다. 숙소인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도 가장 고급인 프레지덴셜 스위트에 장이모 감독을, 바로 아래 레벨인 앰배서더 스위트에 장만옥을 묵게 했다. 프레지덴셜 스위트는 하룻밤 숙박료가 3백만원에 이르는 특실.
영화 <영웅>팀의 접대는 내한 스타들의 전례를 보면 비교적 수월한 편이었다. 숙소 수준만 해도 감독과 배우라는 ‘신분’ 차이로 설명할 수 있고, 배우도 남녀 각 한 명이었기 때문에 공연한 신경전도 벌어지지 않았다.
▲ 양자경(왼쪽)과 장쯔이 | ||
양자경은 <007 네버다이>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반면 장쯔이는 새파란 신인이었다. 초청사측은 비교할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 이미 톱스타인 양자경의 편의에 중점을 두고 행사를 진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경이 상당히 언짢아 했다는 후문이 들렸다. 언론사들의 관심이 젊은 신인 장쯔이쪽에 몰렸기 때문. 여배우들끼린 아무리 세대 차이가 있어도 자존심 대결은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비슷한 상황은 지난해 <맨 인 블랙2>의 홍보차 내한한 윌 스미스와 토미 리 존스에게도 있었다. 하루 숙박료가 5백만원에 이른다는 VIP룸에 똑같이 두 사람을 묵게 했고, 모든 대우도 동등하게 했다. 하지만 언론의 관심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는 젊은 스타 윌 스미스에게 집중됐다. 졸지에 들러리서는 입장이 된 토미 리 존스는 심기가 불편해졌고, 기색을 살핀 매니저들이 이후 방문한 기자들에게 상황을 귀띔해 심기를 풀어줬다고 한다.
지난해 말 내한한 팝 가수 머라이어 캐리의 경우, 드높은 ‘악명’을 확인할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주었다. 한국측 관계자는 그녀를 위해 프랑스에서 생수를 수입해야 했고, 한술 더떠 그녀는 실내 온도를 ‘몇 시에 몇 도에 맞춰달라’는 요구까지 했다.
또한 머라이어 캐리 주변에 있는 사람은 수시로 “you are so beautiful”을 남발해 그녀의 비위를 맞춰야 했다. 그녀는 급기야 모든 음악을 라이브로 진행하는 MBC <수요예술무대>에서 립싱크를 고집하다가 결국 출연을 포기했다.
독일 출신의 5인조 록그룹 ‘스콜피온스’는 식사 도중 장난을 치다가 수백만원에 달하는 조선백자를 깨뜨려 소속사가 손해배상을 해 준 적도 있다.
▲ 머라이어 캐리 | ||
지난해 5월 <소림축구> 홍보차 내한하기로 한 주성치가 갑자기 일정을 바꿨다. 기자회견과 각종 인터뷰, 팬클럽 미팅까지 하루씩 뒤로 미룬 사정은 과음. <소림축구>로 홍콩 금마장 영화제를 석권하자 너무 기뻐 축하연을 벌인 결과였다.
대개는 숙취로 못 왔다고 하면 빈축을 사게 마련이지만 주인공이 ‘코미디의 제왕’ 주성치가 되고 보니 있을 법한 해프닝으로 받아들여졌다. 더욱이 주성치는 ‘대신 내가 한턱 쏜다’고 전해와 그를 보기 위해 왔던 기자와 팬들을 즐겁게 했다. 다음날 그는 정말 약속을 지켜 근사한 호텔 뷔페를 기자들에게 대접했다.
내한 스타 중 가장 까다로운 사람은 마이클 잭슨. 지금까지 네 번의 방문 동안 한 번도 초청사나 직배사인 소니뮤직을 ‘편안하게’ 해 준 적이 없고 수시로 온갖 것들을 요구해 관계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줬다고 한다. 호텔 객실 한 층을 통째로 빌리고, 식단은 비빔밥 아니면 초밥만을, 그것도 프랑스 생수와 함께만 먹는 등 그의 주변에선 뉴스거리가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한국을 잊지 못할 스타’는 따로 있다. 수년 전 공연 온 팝그룹 ‘블러’(blur)의 보컬 데이먼은 “태권도를 해보고 싶다”고 졸라 태권도장까지 갔다. ‘청띠’라는 그는 직접 종주국 한국에서 태권도를 배우게 되어 들떴는데 그만 발을 헛디뎌 발톱이 빠져버렸다. 구급차까지 동원돼 병원에 실려간 그는 나머지 일정을 호텔방에서 보내야 했다.
지난 2001년 내한한 올리비아 뉴튼 존은 남자친구가 한국계라 특히 한국에 호기심과 애정을 갖고 왔다고 한다. 남자친구의 부모는 결국 못 찾았지만 호기심에 인사동 길거리에서 본 점이 신통했다. “40대에 죽을 고비를 넘겼으니 앞으로 오래 살 것”이라는 점괘가 나온 것. 실제 그녀는 몇 해 전 암으로 죽을 뻔한 사실이 있어 같이 얘기를 들은 모든 사람이 놀랐다고 한다.
김민정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