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별세했을 때 수많은 선후배 연예인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한 것도 고인이 생전에 깊은 존경을 받았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인의 이러한 선행을 ‘악용’하는 일부 연예인들에 대한 소문이 최근 하나둘씩 퍼지고 있다. 주변의 몇몇 연예인들이 그에게 거액을 빌리고도 일부러 갚지 않고 있다는 내용이다. 개중엔 유사시 압류를 피하기 위해 자기 재산을 타인 명의로 해놓는 등 ‘악의적인’ 경우도 있다고 한다.
▲ 생전에 거액을 빌려간 동료연예인이 의도적으로 채무변제 를 회피하는 게 사실이라면 ‘천상’의 이주일씨는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까. | ||
특히 P씨의 경우 사업상의 명목으로 수차례에 걸쳐 빌린 돈이 수십억대에 이른다고 한다. 한때 고인과 절친한 관계였던 P씨는 하지만 요즘 방송가 일각에서 ‘매너 좋지 않은 사람’으로 분류되고 있다. 고인의 측근들이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 여러 가지로 노력했지만 교묘히 이를 회피했다는 소문 때문이다.
참다 못해 측근들이 채권 확보에 나서려 하자 P씨가 자기 명의의 재산을 타인 앞으로 옮겨놓는 등 지능적으로 돈 갚기를 미뤄왔다는 것. 소문대로라면 L씨 역시 개인적인 이유로 고인으로부터 억대의 돈을 빌렸지만 사후에 ‘무대포’로 버티고 있다고 한다.
소문들이 조금씩 퍼지면서 L과 P씨에 대해서 ‘무늬만 선배’라며 빈정거리는 후배 연예인들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소문에 따르면 이주일씨의 측근들은 이들이 빌려간 돈을 어떻게든 받아내려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고 한다.
일반인들끼리라면 고소를 통해서라도 빌린 돈을 받아낼 수 있었겠지만 이씨가 국회의원을 지냈을 뿐 아니라 유명인이었기 때문에 ‘법대로’ 풀기가 쉽지 않았다는 얘기. 같은 연예인들끼리, 그것도 ‘돈문제’ 때문에 고소를 하게 되면 당장 언론에 대문짝만하게 나오게 될 것이고 이후 선후배들 간에 얼굴을 붉히고 살 수밖에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라는 것.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당시 폐암말기로 투병중이던 이주일씨를 생각해서라도 복잡한 송사를 하기는 힘들지 않았겠냐는 것이 주변의 얘기다. 이러한 사정을 이씨가 알게 되면 마음고생으로 병이 악화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문 속에서 ‘나쁜 채무자’로 지목된 당사자들은 고개를 내젓고 있다. L씨는 이러한 소문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사실무근이다”며 “나도 그런 소문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돈 빌린 적이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기분 나쁘지 않다. 전혀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당사자 P씨측도 ‘우리도 괴소문의 피해자’라며 비슷한 입장을 나타냈다. P씨의 한 가족은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 (P씨가)현재도 왕성하게 TV와 영화에 출연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어렵지도 않고, 또 돈을 빌리지도 않는 성격”이라며 “소문에 대해서 신경 쓸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이주일씨 유족들 역시 이러한 소문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이씨의 큰딸인 정미숙씨는 “그런 소리를 어디서 들었냐”며 “그런 일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그녀는 수차례 전화통화에서 “당사자가 그런 일이 없다고 하는데 왜 자꾸 물어보느냐”며 거부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생전 이주일씨의 재산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이씨의 한 측근도 “그런 일은 모른다. 돈에 얽힌 문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에 설사 그런 일이 있더라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인과 가까웠던 몇몇 사람들의 얘기는 다르다. 작가 김아무개씨는 “이주일 선생이 직접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지만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인터뷰 과정에서 그가 빌려준 돈을 못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건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중견 코미디언 김아무개씨도 “우리(코미디언)쪽은 아니고, 다른 쪽이라고‘빚진 연예인’의 존재를 시사했다. 양 김씨의 얘기대로라면 소문 속의 L씨와 P씨가 대상인지는 불분명해도 분명 고인에게 ‘채무자’가 있는 셈이다.
만약 그렇다면 채권자인 고인의 가족들이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했다는 소문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부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연예인은 “돈을 빌려주고 못 받은 것은 ‘피해 사실’에 속하긴 하지만 어쨌거나 구설수에 오르는 것이 싫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또 다른 연예인은 “아무리 재산이 많은 사람이라도 친인척이 아닌 이상 수십억씩 빌려주기가 쉽지는 않다”며 “일방적으로 돈을 빌려주고 못 받은 것이 아니라, 예를 들면 사업상의 관계 때문에 그랬던 일이 다소 과장된 경우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여전히 퍼져나가고 있는 ‘이주일씨에게 빚진 연예인들에 대한 괴담’. 소문이 사실이라면 해당 연예인들은 물질적 빚 위에 커다란 마음의 빚마저 얹고 살아가야 하는 셈이다. 이남훈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