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민-최진실 커플은 불화설이 나돌기 시작했 을 때에도 방송에선 화목한 부부로 ‘표정관리’ 를 했다. | ||
이 사건이 특히 충격적인 것은 이들이 평소에 ‘잉꼬 부부’로 알려진 데다 방송과 잡지는 물론 CF에 동반출연까지 할 정도로 단란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심한 폭력을 휘두를 정도로 사이가 악화돼 있었던 것. 그럼 그동안 두 사람이 매스컴 등을 통해 보여줬던 다정한 모습은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경실•손광기 커플은 지난 92년 결혼할 당시부터 화제였다. 8년 연애 끝에 첫사랑과 결혼했다는 ‘순애보’와 함께 당시 인기 탤런트 신혜수가 큐피드 역할을 했다는 뒷얘기도 한몫했다. 남편 손씨는 평범한 샐러리맨이었음에도 이경실과 여러 차례 방송에 동반출연을 하면서 개그맨보다 뛰어난 입담까지 선보여 부인 못지 않게 얼굴이 널리 알려졌었다.
사건이 벌어지기 얼마 전까지도 이경실은 방송에서 남편 자랑을 빼놓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자신이 진행한 프로에서도 ‘남편은 여전히 나를 사랑해준다’고 자랑해 보조출연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두 사람의 집 문패에 ‘행복한 우리집’이라고 새기는 등 일반 대중의 눈에는 ‘사랑이 각별한 부부’로만 비쳐져 왔던 게 사실.
그러나 방송가 일각에서는 이미 몇 달 전부터 이경실 부부의 불화설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두 사람이 몇몇 가까운 동료에게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대외적으로는 화목한 가정으로 ‘표정 관리’를 해왔지만 가슴 속으로는 속앓이를 하고 있었던 셈.
지난 연말 전국을 들썩인 조성민•최진실 커플의 파경도 마찬가지. 나중에서야 두 사람이 사이가 안 좋아졌다고 밝힌 시점은 지난해 9∼10월께. 하지만 이즈음 방송에 나온 두 사람은 극진하게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이었다.
▲ 아내 이경실을 때려 구속된 손광기씨.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두 커플의 사례에는 연예인이나 스타 부부의 ‘숙명적 비애’가 담겨 있다. 아무리 금이 간 상태일지라도 최후의 순간까지는 팬과 대중 앞에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는. 상당수 기혼 연예인들이 속사정과는 달리 대중들 앞에서 이렇게 부부 관계를 ‘포장’하는 데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결혼할 때 기자회견까지 여는 등 워낙 떠들썩하게 ‘광고’를 했기 때문에 ‘남의 눈’을 두려워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 이미지가 실추되어 인기에 지장을 줄 것을 염려해서 다른 사람들 앞에선 더욱 금실을 과시하기도 한다.
실제로 두 해 전 이혼한 탤런트 L의 경우 별거중에 TV프로에 나와 “너무 착해서 탈”이라며 남편 자랑을 늘어놓는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수입’ 문제도 이미 금 간 연예인 부부가 이른바 ‘쇼윈도 커플’로 지낼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CF 수입. 결혼한 연예인을 CF에 출연시키는 것은 대개의 경우 행복한 가정이라는 이미지를 극대화시켜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약 기간 중 이혼이나 스캔들이 터지면 상품에 치명적인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결혼상품과 관련된 CF의 경우 타격이 더욱 크게 마련이다. 그런 까닭에 수입이 짭짤한 CF라도 찍고 있는 경우라면, 더군다나 그것이 부부동반 출연 CF라면 해당 연예인 부부는 더 더욱 ‘연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
▲ 이미연 | ||
두 사람이 조용하고 깔끔하게 그리고 서로를 배려하며 헤어지는 과정이 광고주에게 또 다른 신뢰감을 준 것. 이미연은 손해 배상은커녕 당시 출연하던 CF의 모델로 여전히 활약하며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도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김승우도 스타성에 조금도 손상을 입지 않았고 오히려 ‘멋진 싱글’로까지 꼽히고 있다.
요즘 들어 방송가 일각에선 몇몇 기혼 연예인들의 ‘이혼설’이 심심찮게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드라마에서 맹활약중인 탤런트 K, 팔방미인 탤런트 B, 인기영화배우 B, 영화감독 K 등이 소문에 오르는 대상이다.
실제로 이들을 두고 혹시 ‘쇼윈도 커플’이 아닌지 의문의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혼 연예인이 갑자기 방송이나 잡지에 부부동반으로 등장하는 일이 잦아지거나 공개적으로 배우자 자랑을 유별나게 심하게 하거나 하면 거꾸로 부부 사이를 의심받는 경우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지금까지 이혼한 상당수 연예인들이 거친 수순이 그러했던 까닭이다. “내게는 쉽게 헤어질 자유도 없다”던 한 ‘별거’ 탤런트의 고백이 새삼 떠오른다. 그게 바로 연예가 쇼윈도 부부들의 남다른 비애다. 김민정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