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매니저 겸 제작자 강승호씨 | ||
강씨는 이 책에서 자전적 성공 스토리뿐만 아니라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가요계의 뒷이야기들을 풀어놔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명 톱가수들과의 일화는 물론 여자와 술로 자신의 노래실력을 갉아먹는 가수, 명품으로 사치를 하는 일부 초보 매니저들의 어두운 행태도 들춰냈다.
강씨는 이 책을 통해 매니저를 직업으로 동경하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삼은 독특한 ‘깡통 매니저론’을 설파하기도 했다.
[서태지가 부른 첫 ‘몸값’]
서태지가 데뷔하기 전 최초로 찾아간 제작자는 바로 강승호씨였다. 당시 서태지는 1집 앨범에 담긴 거의 모든 노래를 데모 테이프로 제작, 강씨에게 전달하며 제작의사를 타진했었다. 당시 서태지는 계약금으로 2천만원 정도의 돈을 요구했다고 한다.
▲ 빅스타인 서태지도 데뷔 무렵엔 자신의 몸값으 로 ‘고작’ 2천만원을 불렀다니 상전벽해는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지 않을까. | ||
[‘명품족’ 매니저들의 말로]
강씨는 “만약 1백 명의 매니저가 있다면 그 중에서 성공하는 사람은 5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그 나머지는 현재 망가져가고 있거나 망가진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상당수 매니저들이 지나치게 화려한 생활을 동경하는 것도 실패의 이유 중 하나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휘하’ 연예인들이 워낙 화려하게 생활하다보니 매니저들도 생각 없이 비슷한 생활에 젖어들게 되고 결국 돈에 대해 무감각해진다는 것이다. 매니저 월급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명품들을 하나둘 사 모으는 게 그 징조. 심할 경우 회사 공금에도 손을 대게 된다. ‘명품’만 좇는 매니저의 말로는 뻔하다. 돈에 쫓기다 보니 방송 관계자들을 만나도 커피나 밥 한끼 사주기도 힘들게 되고 결국 그러다 보면 방송가에서 ‘인색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는 것.
[술과 여자로 망가지는 가수들]
가수가 뜨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오는 유혹이 바로 여자와 술. 따라서 일부 몰지각한 가수들은 낮에 대부분의 활동이 끝나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술과 여자를 찾아 ‘불나방’처럼 날아다닌다. 흔히 이런 행동을 가요계에서는 ‘밤이슬 맞고 다닌다’고 표현한다고.
하지만 대개의 경우 가수들은 이런 사실을 매니저에게 털어놓으려 하지 않고 매니저는 매니저대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가수들의 생활을 감시하기도 한다고.
[현찰 12억원으로 뺨 때려보다]
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에는 남녀 두 주인공이 호텔에서 돈을 뿌리면서 장난스레 서로의 뺨을 때려보는 장면이 나온다. 강씨 역시 이런 ‘영화같은 일’을 해보기도 했다고.
음반 유통업계에서는 이른바 ‘마이낑’이라고 해서 유통사에서 기획사에 미리 돈을 ‘당겨’주는 관행이 있었다. 강씨의 주가가 하늘을 치던 때, 한 기획사에서 모두 12억원을 사과박스 6개에 넣어 주면서 함께 일하자고 제의해 왔다고 한다.
돈을 받아든 강씨는 은행으로 가려던 발길을 돌려 여관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돈을 전부 풀어놓고 12억원 위에서 헤엄을 치기도 하고 돈으로 자신의 뺨을 때려보기도 했다는 것. 하지만 그는 ‘철부지’ 같은 행동을 곧바로 후회해야 했다. 12억원을 다시 사과박스에 담느라 밤을 새워야 했으니까.
[이승환에 ‘퇴짜 맞은’ 사연]
강씨가 한번은 가수 이승환에게 전화를 걸어 ‘나와 함께 일하자’고 했다고 한다. 당시 이승환은 막 1집을 내놓았지만 특별히 매니저가 없던 상태. 하지만 어이없게도 이승환은 그를 만나보지도 않은 채 전화상으로 ‘싫은데요’라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는 것.
자기 스스로는 ‘그래도 꽤 유명한 깡통’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곧바로 퇴짜를 맞으니 무척 무안했다고 한다. 그날 이후 강씨는 아무리 욕심이 나도 절대 먼저 가수에게 ‘같이 일하자’고 말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남훈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