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아쉽게도 촬영장은 취재진의 자유로운 출입이 허락되지 않아, 주연배우들의 화면 밖 모습은 쉽게 노출되지 않았다. 궁금증 많은 팬들로서는 다소 아쉬웠던 대목. 그러나 제작진에 따르면 카메라의 사각지대에선 갖가지 에피소드가 많았다고 한다.
<올인>의 인기 요인 중 하나로 주연배우들 못지 않게 개성 있는 연기를 펼친 조연 및 단역 연기자들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중 독종 조폭 ‘임대수’ 역을 맡은 정유석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김인하(이병헌 분)에게 더욱 연민을 갖도록 악역을 그럴 듯하게 소화해 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카메라가 돌아갈 때만 보여지는 모습. 실제 정유석은 매우 온순한 성격의 소유자다. 정유석의 평소 모습은 터프가이보다는 오히려 ‘꽃미남’에 가깝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설명이다. 심지어 그는 극중 임대수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는 몇 명의 ‘어깨’들과도 평소에는 말 한마디 나누는 것을 어려워할 정도로 수줍음을 많이 탄다고 한다.
얼마 전 경기도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액션신을 촬영할 때였다. 연기자들이 한창 연기에 몰입해 있는데 인근의 폭력배들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시비를 걸어왔다고 한다. 순간 촬영장 분위기가 ‘험악·썰렁’해졌는데 이때 극중 ‘대수’의 패거리들이 나섰다. 그리고는 “거, 조용히 좀 합시다!”라는 단 한마디로 이들을 ‘조용히’ 물러가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보스로 등장하는 ‘상두’ 역의 기주봉은 배역을 완벽히 소화해낸 탓에 ‘건달 두목’ 대우를 받기도 했다고. 기주봉의 평소 모습은 타고난 신사. 그러나 그동안 맡았던 역할이 주로 악역이었던 데다 <올인>에서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겨 길을 가다가 오해를 받은 적도 많았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매너 좋은 남자’로 평하는 기주봉은 영화 <와일드카드>에서는 형사로 화려한 변신을 할 예정.
▲ 정유석(왼쪽), 최정원 | ||
지난달 24일 새벽까지 촬영된 키스장면(3월26일 방영). 이날 유민은, 이병헌의 옷깃을 젖히고 가슴에 손을 넣는 이전 장면에 이어 좀 더 과감한 분위기를 연출해야 했다. 이병헌이 유민의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오늘 날 유혹해보지”라는 멘트를 날려야 하는데 두 사람 모두 어색함 때문에 자꾸 웃음이 나와 감독은 계속해서 ‘컷’사인을 외쳐야 했다고.
유민은 아직 한국말이 서투르기 때문에 대본을 외우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다행히 대사량은 많지 않았지만 중요한 장면에서는 통역이 의사전달을 해주며 연기의 감을 잡곤 했다. <올인> 촬영을 마치는 대로 유민은 영화 <바람의 파이터> 촬영을 위해 일본으로 건너갈 예정이라고 한다.
대본상에는 있었지만 ‘아깝게’ 방영분에서 잘린 장면도 있었다. 최정원(유정애 역)과 이병헌의 키스신이 바로 그것. 극중에서 결국 ‘대수’ 정유석과 결혼하게 되지만 최정원은 애초 이병헌을 짝사랑했다. 극 초반 이 같은 스토리 라인 때문에 두 사람의 키스장면이 설정돼 있었던 것. 그러나 실제 촬영까지 이루어진 이 장면은 아깝게도 ‘비방송용’으로 묻히고 말았다.
촬영장 분위기는 대부분 시청률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시청률이 지지부진하면 배우나 감독이나 스태프 모두 신경이 예민해지고 기자들에게도 비협조적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올인>의 경우 끝까지 높은 시청률을 유지했음에도 다소 삼엄한 분위기가 이어져왔다. 극 중반을 넘어서면서 배우들과 스태프 모두 빡빡한 촬영스케줄에 지쳐 일부에서는 ‘어서 종영되었으면 좋겠다’는 하소연까지 나왔을 정도.
드라마의 인기가 높을수록 배우들의 후유증도 크게 마련이다. 이병헌과 송혜교 모두 <올인>이 끝나는 대로 한동안은 모든 걸 잊고 쉴 예정이라고 한다. 드라마에 온 힘을 ‘올인’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