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화를 이끌고 있는 김대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3월 26일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같은 해명으로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항간에서는 마치 대통령이 대타협 시한을 정해서 시한 내에 해내라 한다는 오해를 하고 있지만 3월 말 시한은 지난해 12월 말 우리 스스로가 약속했던 것”이라며 “대통령이 3월 말 시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된 것도 당연하다”고 말했다.
4월에는 공무원연금 개혁 등 반드시 처리하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일들이 많지만 반면 걸림돌도 적지 않다. 일요신문 DB
하루 전인 25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도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 대표 초청 간담회에서 “현재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고 있는데, 3월 말까지 좋은 합의안을 만들어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개혁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필수적인 생존전략”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발언은 역설적으로 노사정 대타협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는 강조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졌다.
노사정위원장이 해명 아닌 해명을 늘어놓으면서까지 조속한 성과 도출을 강조한 것은 4월을 맞이하는 청와대와 여권의 비장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로 청와대 안팎에선 4월에 대해 “꽃 피는 봄이 되거나 잔인한 달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5년 임기의 반환점을 도는 올해 국정운영 성적표가 결국 박근혜 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은데, 올해 국정운영의 성패는 4월 정국에서 판가름 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4월에 반드시 처리하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일들이 많은 반면 걸림돌이 될 만한 계기도 적지 않다는 의미다.
4월에 반드시 처리해야 할 대표적인 과제는 공무원연금 개혁이다. 3월 28일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 활동시한이 종료됐다. 여야 정치권은 대타협기구의 활동성과를 받아 4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지난해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김무성 대표를 포함해 새누리당 지도부조차 난색을 표하는 바람에 ‘4월 임시국회 내 처리’로 한 발 물러섰다.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여당의 건의를 수용한 것이지만, 이제 더 이상 물러날 수는 없다. 5월 초면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의 임기가 종료되는 데다 6월에 가서야 다음 임시국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칫 상반기를 허송세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버금갈 정도로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는 노동시장 개혁이다. 박 대통령은 25일 간담회는 물론 지난 17일 국무회의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노동시장 개혁 없이는 경제 활성화도, 일자리 창출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노사정위의 대타협 시한을 3월 말로 설정해 놓고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압박성 발언을 여러 차례 내놓은 것도 이런 절박함 때문이다. 이들 외에 청년들의 해외 일자리 진출을 지원하는 내용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경제 활성화 관련 미처리 법안들도 청와대는 4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목록에 올려놓고 있다.
청와대의 구상대로 공무원연금 개혁과 노동시장 구조개혁이 성과를 거둔다면 박 대통령에게 4월은 그야말로 ‘꽃 피는 봄’이 될 수 있다. 이병기 대통령 비서실장 체제 출범 후 부쩍 안정감을 찾으면서 지지율 급락세도 반전됐다. 올해에 반드시 추진하기로 했던 공공·노동·금융·교육, 4대 구조개혁 과제 중 첫 번째·두 번째를 달성함으로써 나머지 과제들도 힘 있게 밀어붙일 수 있는 동력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무회의에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3~4월 중 4대 개혁의 큰 축인 공공부문과 노동시장 개혁이 첫 성과를 거두게 된다면 다른 개혁과제들도 잘 풀려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표한 바 있다.
다가오는 일정부터 심상치 않다. 우선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1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하게 이어졌던 실종자 수색은 어렵사리 종료됐지만 진상 규명이나 보상·배상, 세월호 인양 등 뭐 하나 제대로 해결된 게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세월호 인양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데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특별조사위원회’의 예산 및 조직 축소 논란, 보상·배상 지연 등으로 인해 정부와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의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여권 관계자들조차 “세월호 유가족들의 분위기가 1년 전 참사 때와 달라진 게 없다”고 우려할 정도다.
4월 29일에는 재·보궐 선거가 예정돼 있다. ‘미니 총선’으로 불렸던 지난해 7·30 재보선에 비해서는 규모가 크지 않지만 정국에 미칠 영향을 간과할 수는 없다. 청와대 등 여권에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이런 일정들이 노동계의 대규모 춘투와 맞물리면서 4월이 정치투쟁 국면으로 변질될 가능성이다.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의 노동시장 구조개혁 논의에 반발해 4월 총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전국공무원노조의 집단행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은 “세월호 참사일인 4월 16일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처럼 반정부·진보 세력을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공무원연금 개혁이든 노동시장 개혁이든 결국 국회의 입법을 통해 마무리될 수밖에 없는데, 국회의원이나 정당은 외부 여론에 민감하다. 여론이 악화될 경우 여당이 개혁과제를 힘 있게 밀어붙이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세월호 참사 1년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국민 안전의 날’이라는 콘셉트에 맞춰 세월호 참사 1년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짚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참사 1년을 맞아 세월호 유족들이 광화문광장 농성을 정리할 수 있을 정도로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세월호 인양 약속과 인양계획 발표, 조속한 보상 약속과 같은 가시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공헌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