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24시>의 경우 iTV에서 방영되는 프로그램 중 가장 시청률이 높고 <인간극장> 역시 다큐프로로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15∼20%의 시청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다큐프로의 인기를 반영하듯 MBC와 SBS도 봄철 개편을 통해서 ‘휴먼다큐’를 표방한 프로그램들을 준비중이다. 안방극장에 전달되는 생생한 현장 화면의 이면에는 제작팀과 출연자에 얽힌 또 다른 사연들이 숨겨져 있다. 이들 다큐프로들의 ‘촬영 뒷이야기’를 밀착취재했다.
iTV <경찰 24시>는 일선 형사들의 수사 및 검거 과정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범죄수사 다큐멘터리’라고 할 수 있다. 위험천만한 현장 취재가 많기 때문에 때론 제작진도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조직폭력배를 촬영할 때는 마치 전장 한가운데에 투입되는 병사와 같은 심정이 된다고.
iTV 김종래 PD는 “조폭은 다른 범죄자들과는 달리 직접적으로 폭력을 휘두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취재 때 신변의 위협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촬영 순간 조폭에게 들켜 협박을 당하고 필름을 빼앗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것. 또한 ‘어깨’들이 득실득실한 ‘보스’의 결혼식장에 혈혈단신 몰래카메라를 숨기고 들어가 ‘적진’을 촬영하며 온몸으로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고 한다.
프로가 프로인 만큼 때로는 PD들이 본연의 업무를 잠시 제쳐 두고 형사로 활약(?)하는 경우도 있다. 한번은 마약사범 검거 현장을 촬영하러 나갔을 때였다. 현장에 용의자가 3명이나 있었지만 공교롭게 형사들도 3명밖에 없던 ‘난감한’ 상황. 마약사범들은 검거 때 매우 거칠게 반항하기 때문에 형사의 수가 많지 않으면 일망타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형사들이 검거작전에 돌입한 순간 돌발상황이 벌어졌다. 도망치던 용의자 한 명이 촬영중이던 PD쪽으로 달려왔던 것. 마침 PD는 대학때 체육을 전공한 유단자. 상황을 재빨리 판단한 PD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이단옆차기를 날려 마약사범을 한방에 거꾸러트렸다. 검거에 공을 세운 그 PD는 나중에 경찰청으로부터 감사패까지 받았다고 한다.
또 한번은 대규모 주부 도박단을 덮치던 형사들을 동행취재했을 때의 일. 막상 ‘현장’에 들이닥치자 주부들은 30여명이 훨씬 넘었던 반면 형사들의 수는 고작 10여명 남짓.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서 촬영을 하던 PD 역시 형사들과 함께 ‘엎드려!, 움직이지마!’라고 외치면서 사방으로 도망가던 주부들의 덜미를 잡아야 했다.
그러나 제작진이 취재하는 모든 사건들이 잘 해결되는 건 아니다. 수사가 미궁에 빠지면서 장기화되면 촬영 역시 답보 상태로 접어든다. 심한 경우에는 아예 중간에 촬영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또 비록 검거를 했어도 방송이 나가기 전에 영장이 기각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도 방송이 나갈 수가 없다.
경찰서에 제보된 내용과 실제 수사 결과가 달라 제작팀을 황당하게 만드는 경우도 간혹 있다. 이른바 ‘티켓다방’ 사건이 비근한 예. 몇몇 미성년 여성들이 다방업주가 자신들을 고용해 엄청난 빚을 지게 했고 그래서 그곳에서 도망쳐 나왔다고 경찰에 제보를 해왔다. PD 역시 그녀들의 말을 듣고는 ‘이런 나쁜 업주가 있나’라고 격분을 하면서 ‘확실한 아이템을 잡았음’을 회사에 알리고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막상 ‘파렴치’ 업주를 검거해 조사해보니 실상은 영 딴판이었다. 빚을 지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그녀들 자신의 극심한 낭비벽 때문이었던 것. 촬영이 거의 완료된 상황에서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 제작진은 밀려오는 배신감에 한숨만 내쉴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