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혼법정의 조정위원으로 나오는 신구 정애리 김흥기(왼쪽부터). | ||
부부간의 이혼사연을 다루는 KBS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 중년부부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는 것은 바로 부부간의 ‘말못할 속사정’들을 속시원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방송이 나간 다음날이면 간밤의 사연들이 주부들 사이에서 얘깃거리로 오르내릴 정도.
하지만 차마 방송으로 내보내지 못하는 충격적인 이혼사연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제작진을 통해 아주 특별한 이별전쟁에 얽힌 사연들을 들어보았다.
<사랑과 전쟁> 속의 갖가지 사연들은 대부분 시청자들의 제보로 접수된다. 이 중에서 ‘방송용’으로 채택되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전파를 타지 못하는 사연들은 크게 세 가지 부류라고 한다. 김태은 작가는 “본인의 입장만을 하소연한 뻔한 사연일 경우와 선정성 문제 때문인 경우, 그리고 촬영여건이 어려워 제작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3명의 아내를 거느린 사내]
그동안 다루지 못한 사연 중에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여겨질 만큼 특이한 것도 많다. 다음은 한 남자가 세 명의 아내를 거느리고 무려 15년 동안이나 결혼생활을 지속해온 스토리.
세 명의 아내 모두와 각 나라에서 ‘합법적인 부부관계’에 있던 터라 ‘유산 분배’ 문제 때문에 고민하던 남편은 결국 이 어마어마한 고백을 하게 된 것. A씨는 일본에서 처음 결혼해 아이를 낳고 한국에서 두 번째 결혼식을 올린 것이었다고 한다. 결국 A씨의 임종은 국적이 다른 세 명의 처가 지키게 되었고 재산은 이들과 아이들에게 똑같이 나눠주었다. 이 사연은 현지에서의 촬영 여건이 어려워 제작되지 못했다고 한다.
[아버지에게 칼 겨눈 ‘파더보이’]
너무나 ‘반인륜적’인 내용이어서 방송되지 못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아버지의 며느리 성폭행 사건. 어릴 적부터 완고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B씨는 소심한 성격 탓에 모든 것을 아버지의 의견에 따라왔다. 아버지가 직접 골라준 참한 여자와 결혼한 B씨는 그런 대로 순조롭게 결혼생활을 이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몇 년 후 B씨는 아버지와 아내의 숨겨진 관계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됐다. 신혼시절 시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며느리를 성폭행한 뒤, 몇 년 동안이나 성관계를 가져왔던 것.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B씨는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했고, 결국 살인미수 혐의로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이 사연은 몇 년 전 이와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한 시청자가 편지로 직접 제보한 내용이었다.
[새엄마에게 몸으로 복수한 딸]
그런가 하면 복잡한 악연이 이어져 결국 한 가정이 파탄에 이른 스토리도 있다. 딸이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아내를 잃은 남편 C씨는 재혼을 했다. 당시 사춘기를 겪던 딸은 새엄마를 극도로 싫어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여행을 떠난 이들 부부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C씨만 죽게 됐다. C씨는 ‘내 딸을 부탁한다’는 유언을 남겼고 이때부터 새엄마와 딸의 어색한 동거가 시작됐다.
자꾸만 엇나가는 딸에게 엄마는 “대학에 가면 독립시키겠다”는 약속을 했고 결국 미술대학에 진학한 딸은 집을 나왔다. 그러나 딸과 새엄마의 악연은 여기서도 끊어지지 않았다. 딸은 중년연배의 학교 시간강사를 짝사랑하게 됐는데 하필이면 이 남자가 새엄마와 사랑에 빠지고 만 것. 남자는 새엄마가 운영하는 꽃집의 단골손님이었다고 한다.
딸은 ‘아빠를 뺏어가고 첫사랑마저 앗아간’ 새엄마를 더욱 미워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가 이 딸을 설득해 결국 결혼까지 이르렀지만 딸의 속내는 따로 있었다. 두 사람의 결혼 뒤, ‘새아빠가 된 첫사랑’을 유혹하기 시작한 것. 수시로 스킨십을 시도하는가 하면 술을 마신 뒤 성적인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딸과 단둘이 술을 마신 새아빠는 ‘실수’를 하고 만다. 결국 모두가 피가 섞이지 않은 이들 가족은 새엄마의 이혼소송으로 한지붕 생활을 끝내게 됐다.
한때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묻지마 관광’으로 인한 이혼사례도 있었다. ‘묻지마 관광’을 통해 만난 중년의 한 커플이 관광지에서 꿈 같은 2박3일을 함께 보냈다. 그런데 이런 기막힌 우연이 있을까. 몇 년 뒤 결혼을 앞둔 자식들의 양가 부모 상견례장에서 둘이 ‘딱’ 마주친 것.
별다른 이유 없이 자식들의 결혼을 반대하는 것을 이상스레 여긴 가족들의 추궁에 남자가 그만 과거사를 발설했다. 이 어이없는 사태를 남자쪽 집안에서는 용서하기로 했지만 여자는 결국 이혼하고 말았다고 한다. 자식들의 혼사가 깨진 것은 당연지사.
[한 남자와 세 번이나 결혼·이혼]
그런가 하면 한 남자와 결혼과 이혼을 무려 여섯 번이나 했던 기구한 여인도 있었다. ‘바람기’가 대단한 남편과 살다가 여자문제로 이혼을 한 D씨. 어느 날 D씨의 시골집 앞으로 길이 생겨 보상금으로 큰돈을 받게 됐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딸에게 유산으로 재산을 모두 넘겨주었고 이 사실을 안 전 남편은 ‘다시 합치자’며 D씨를 꼬셨다고 한다.
그러나 재결합 후 남자는 집안의 돈을 흥청망청 써대고 여자문제로 또 속을 썩였다. D씨는 ‘더 이상은 이 남자와 살지 못하겠다’며 이혼을 했다. 그러나 그 뒤 딸의 결혼을 앞두고 사돈 집안에서 아버지 문제를 들먹이자 달리 방도가 없었다. D씨는 법적으로라도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시 남편과 합쳐야 했다.
식장에서 딸의 손까지 잡아준 이 남편은 그대로 집안에 들어와 눌러앉아 살았다. 그러나 다방 레지와 또다시 바람이 났고 결국 세 번째 이혼으로 두 사람의 악연은 끝이 났다.
부부의 이혼사연 중 ‘성문제’로 인한 것은 아주 흔한 편이다. 크게 어느 한 쪽이 성에 너무 집착하거나 아예 성관계를 원하지 않는 경우로 나뉜다. 성관계를 피하는 경우는 대부분 어릴 적 성폭력을 당했다거나 이와 비슷한 경험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 때문이라고 한다.
남편이 군대시절 당한 성추행 때문에 여성을 대상으로 ‘관계’를 맺지 못하고 오로지 자위만을 하는 경우, “난 하룻밤에 3∼4번씩도 가능하다”고 큰소리친 남편이 결국 결혼 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들시들 말라가다가 먼저 이혼을 요구한 경우 등 사연도 가지가지다.
[어느 정력식품 애호가의 비애]
도가 지나치게 성에 집착했던 남자의 이런 사연도 있다. “여자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던 E씨. 그는 온갖 정력에 좋다는 것은 다 구해 먹다가 탈이 나서 병원에 실려가기도 하고 나중에는 음경확대수술까지 받았다.
부부관계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닌데 지나치게 정력에 신경을 썼던 E씨에겐 사실 ‘아픈 과거’가 있었다. 어린 시절 어느 날 어머니가 동네 아저씨와 ‘관계’하는 장면을 목격했던 것. 아버지가 오랜 기간 병을 앓았던 것이 바람의 원인이라고 여긴 E씨는 강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처럼 강박관념에 시달렸던 것이다.
[기막힌 ‘불륜 적발’ 휴대폰]
남편의 불륜현장을 ‘기막히게’ 잡아낸 한 여성의 희한한 사연도 있었다. 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생겼음을 눈치챈 F씨는 휴대폰을 새로 구입해 남편에게 선물했다. ‘위치 추적 서비스’를 신청해둔 F씨는 수시로 남편의 위치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얼마 뒤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은 휴대폰을 한강물에 던져버렸다. 이를 모르고 지내던 어느 날 밤, 야근을 하고 온다던 남편의 휴대폰 위치를 확인한 F씨는 곧바로 신호가 발견된 청평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이런 기막힌 우연이 있을까. 근처 모텔을 뒤져가던 F씨가 세 번째 찾은 모텔의 한 방에 남편이 다른 여자와 함께 누워 있었던 것. 한강에서 던진 휴대폰이 청평까지 떠내려왔던 것이다.
이처럼 이혼사연의 대부분은 배우자의 외도 때문이다. 그러나 외도를 했다고 해서 모두 이혼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먼저 외간 여자에게(남자에게) 눈길을 돌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만약 ‘사태’가 이미 벌어진 경우라면, 그 이후에는 현명한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살다보면 애꿎게 의심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을 터. 남성독자들을 위해 <사랑과 전쟁>의 김태은 작가는 ‘아내의 의심을 잠재우는 비법’을 귀띔했다. “그동안 숱하게 부부들의 사연을 접해본 결과 한국 여성들은 나이가 들어도 소녀 같은 면이 많다”며 “남편이 가끔 꽃 한 송이를 선물하거나 영화를 함께 보는 것만으로 아내들은 감동을 받는다”는 것. ‘한 달에 한 번씩만 20대처럼 데이트를 하라’는 것이 그 비결이었다. 아내가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줄 때 남편들도 편안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