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장관이 지난 12월15일 개성공단 시제품 생산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개성=사진공동취재단 | ||
우선 정 장관의 북한 방문은 준비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다. 지난해 11월 개성공단 첫 제품 생산 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북신청서를 냈으나 정 장관이 북한의 방북허가서를 손에 쥔 것은 개성방문 하루 전날인 12월14일이었다.
방북을 허락한 이후에도 정 장관에 대한 북한의 냉대는 계속됐다고 한다. 15일 오전 북측 출입사무소(CIQ)를 지날 때도 북측은 특별한 설명없이 정 장관을 포함한 남측 방문단 3백80여 명을 1시간 가까이 차에 묶어 놓았다. 북한에 들어선 이후 정 장관을 마중한 북측 인사는 주동창 북한중앙특구개발지도 총국장과 수행원 2명뿐이었다. 정 장관의 위상에 걸맞은 인사로 거론됐던 아태평화위원회 리종혁 부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북측의 결례는 계속됐다. 정 장관의 연설이 시작되자 주 총국장은 바로 자리를 떴다가 5분이 지난 후에야 나타났다. “화장실에 갔다 왔다”는 것이 이유였다고. 또 정 장관이 축사를 통해 탈북자 집단입국 등에 대해 공식적으로 유감의 뜻을 표명하며 북한에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지만 주 총국장은 개성공단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데에 대한 불만을 표시할 뿐이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의 측근으로 알려진 열린우리당 채수찬 의원은 “정 장관에게서 북한이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이런저런 자극을 한다고 본다”며 “망신을 당했다고 보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 북한 나름의 독특한 외교 방식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북한 방문에 비하면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3박4일간의 중국 방문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중국 방문도 속사정은 달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6자회담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우리측 고위관계자와의 만남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정 장관의 이번 중국 방문과 관련, 정·재계 일각에서는 정 장관의 성공적인 중국방문의 뒤에는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채수찬 의원의 도움이 있었다는 소문도 퍼지고 있다. 채 의원의 친형인 현대자동차 채수일 고문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정 장관의 중국 방문을 위해 이들이 물심양면으로 뛰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채 의원은 “그런 일은 없다. 통일부장관이라는 직함보다 더 잘 중국에 어필할 수 있는 협상력은 없다”며 “내가 도와줬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 장관 일행과 관련된 구설수도 일고 있다. 강남의 ‘박정어학원’ 대표인 박정 원장이 정 장관과 같은 시기에 중국을 방문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지난 총선 당시 경기도 파주에서 출마했으며 정 장관의 기획특보와 당 부대변인을 맡았던 정 장관의 측근.
박 원장측은 “우연히 일정이 같았을 뿐이다. 중국에서는 정 장관과 일정이 달랐고 같이한 일정은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 김홍재 공보관도 “박 원장의 중국 방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박 원장이 정 장관과 함께 회담에 참석했다거나 하는 소문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