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전 대사가 청와대 입성에 실패한 데다 지역구 복귀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요신문 DB
양창영 의원은 원래 비례대표 순위 28번으로 지난해 7월 안종범 전 의원이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다음 순번으로 의원직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그런데 1943년생으로 비교적 늦게 배지를 단 양 의원은 지역 공식 행사 등에 간간이 참여해오다 지난 연말부터 지역 활동을 활발히 하기 시작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지난해 12월 새마을협의회와 동별 주민자치협의회 등 지역 송년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을 시작으로 각종 지역 행사에 참여하며 지지도 높이기에 돌입했다. 최근에는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 지역 핵심 당원들의 출입이 잦아지는 등 지역구 관리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영등포을 지역의 한 정치권 인사는 “최근 양 의원이 지역을 다니며 지인들에게 총선 출마 의지를 밝히고 있다. 권 전 대사가 조직 관리를 위해 나이 든 사람에게 자리를 맡겼는데 중간에 비례대표가 됐고, (재선) 욕심이 나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최근 지역 주변에서 권 전 대사의 복귀를 두고 ‘조직 관리가 안 됐다’는 소문이 들리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정황과 맞물린다.
양 의원이 갑자기 ‘변심’한 이유에 대해 여의도 정가에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 정가에서는 권력의 최고 실세인 현역 의원의 지역구를 둘도 없는 측근이 넘본다는 것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먼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해석도 권력의 추가 다른 곳으로 옮겨갈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여의도 인근 지역의 한 당협위원장은 “올해 상반기가 지나면 대통령의 힘도 하향곡선을 그리고 친박 실세들의 힘도 약해진다. 권 전 대사가 이번에 청와대에 입성했다면 감히 그런 소리가 안 나왔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양 의원 주변에서 부추김이 있었을 것이다”라며 “지금 영등포을의 새누리당 조직은 양 의원의 조직으로 봐야 한다. 매년 당협운영위원회를 갈아 끼울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완벽하게 자기편을 넣게 된다. 양 의원이 권 전 대사의 권위에 순순히 항복하고 조직을 넘겨주지 않으면 권 전 대사의 지역구 회복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전 대사가 청와대 입성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친박 실세간 파워게임에서 밀려난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중앙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을 맡으며 핵심 세력으로 떠올랐지만 주중대사를 다녀오면서 정계활동에 2년의 공백이 생겼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우여 교육부 장관, 이완구 총리 등 친박 핵심을 비롯해 최근 개각을 통해 유기준 의원이 해양수산부 장관에, 유일호 의원이 국토교통부 장관에 임명되는 등 친박 인사들이 대거 청와대와 관가의 핵심 포스트에 포진한 것과 비교된다. 권 전 대사가 정치공백기를 거치는 동안 여권은 권력구도의 많은 변화를 겪었고, 그 결과 당연하게 여겼던 그의 ‘고토 회복’도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친박 실세들의 권력구도가 다분화되면서 권 전 대사의 힘도 더욱 떨어진 측면이 있다. 오히려 차기 당 대표 등에 대한 잠재적 라이벌인 그의 복귀를 바라지 않는 당내 세력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얘기로도 연결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상향식 공천이 이뤄질 경우 영등포을의 핵심당원을 소유한 양 의원 측의 공천 가능성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분위기다. 여론조사에서 권 전 대사가 앞서지만 조직력을 지닌 양 의원도 당원조사에서 해볼 만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앞서의 정치권 인사는 “지난해 영등포구청장 선거에서 아무리 세월호 여파와 박원순 서울시장 플러스 효과가 있었다 해도 야당 후보가 인물론으로는 강한 편이 아니었는데 권 전 대사 측 후보(양창호)가 이기지 못했다. 그것은 그만큼 이 지역에서 권 전 대사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양 의원 측은 내년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 일단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양 의원의 보좌관은 “아직 지역에서 결정된 게 없다. 이곳이 권 전 대사가 당협위원장으로 있던 지역구이기도 하고 공천 등에서 어떤 변수가 있을지 결정된 게 없어 말하기 민감한 사안이다. 당협위원장으로서 지역구 관리를 열심히 하는 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권 전 대사는 공식 행보를 자제하면서 지역으로 조용히 복귀했다. 지난 3월 중순 귀국한 그는 지난 3월 30일 새누리당 서울시당 관계자들과 환영회 형식의 만남을 가졌다. 다음날인 31일에는 영등포 지역구 모처에서 주민 지지자들과도 자리를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권 전 대사의 한 핵심 인사는 “권 전 대사는 당장 출마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주중대사 일을 청와대와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고, 새누리당의 상황이나 지역구 분위기를 파악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환영회 형식의 거창한 만남이 아니고 서너 명씩 만나는 자리들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의 행보에 대해서는 “양 의원은 2013년부터 지역의 조직 관리를 해왔는데 권력욕이 없고 배포가 커 국회의원직에 연연할 사람이 절대 아니다. 지금 지역구 행보를 열심히 하는 이유는 해당 지역에서 새누리당을 승리하게 하려는 대의 차원에서 노력하는 것이다. 당에서 누구를 공천 줄지는 모르지만 양 의원과 권 전 대사의 사이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또한 권 전 대사의 조직이 와해됐다는 분위기에 대해서는 “(조직원들) 모두 10년 이상 함께 해온 사람들로 당장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권 전 대사가 나오면 모일 사람들이다. 지금 당장 권 전 대사가 등산을 가자고 하면 버스 30대를 대절해서 갈 수 있을 정도”라고 자신했다.
김다영 기자 lata1337@ilyo.co.kr
양창영 의원은 누구 권영세와 정치적 동지관계 그는 지역정가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인사지만 영등포을 지역에서 30년 이상을 거주했다. 지역 정가에 따르면 권영세 전 대사와는 ‘심복관계’보다 정치적 동지관계에 더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다. 당내 지지도가 낮은 그가 비례대표 순번을 받을 때도 권 전 대사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 의원은 2013년 6월 권 전 대사가 주중대사로 부임하면서 당협위원장을 맡아왔다. 2014년 7월 안종범 전 의원 후임으로 비례대표직을 받았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