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이 경남기업 부실을 알고도 대출 규모를 확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진은 수출입은행 본사 건물. 최준필 기자
경남기업과 성완종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한국수출입은행에 대한 수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남기업의 부실을 알고서도 오히려 대출 규모를 확대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경남기업이 지난 3월 27일 법정관리를 신청함으로써 수출입은행의 손실도 불가피해졌다. 현재까지 수출입은행의 손실 규모는 경남기업의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1740억 원)의 3배가량 되는 5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출입은행은 기업 대출 심사와 구비해야 할 서류 문제 등에서 시중은행보다 덜 까다롭다”며 “대출 규모와 이자율 등에서도 시중은행보다 유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출입은행은 재무제표만 봐도 부실 위험을 간파할 수 있는 경남기업에 오히려 대출을 확대해 피해 규모를 더 키웠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덕훈 은행장
수출입은행이 또 하나 주력하고 있는 사업은 ‘히든챔피언 사업’이다. 글로벌 경쟁력과 성장 잠재력이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해 그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금융 지원을 하는 사업이다. 수출입은행은 히든챔피언으로 선정한 중소기업에 대출금리를 우대해주고 대출한도를 확대해주는 한편, 이들의 해외 진출이 용이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러나 수출입은행이 2009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해온 이 사업이 최근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수출입은행이 선정한 히든챔피언 중 일부 기업이 말썽을 일으키며 퇴출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모뉴엘과 우양에이치씨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현재까지 히든챔피언과 관련된 기업은 모두 321개로 ‘히든챔피언 육성대상기업’이 298개, ‘한국형 히든챔피언 인증기업’이 23개다. 2012년 히든챔피언에 선정된 모뉴엘은 23개 기업에 포함됐던 기업이며 2013년 히든챔피언에 선정된 플랜트 설비업체 우양에이치씨는 육성대상기업이었다.
‘히든챔피언’으로 지원해준 모뉴엘도 최근 퇴출됐다.
수출입은행이 한국형 히든챔피언으로 인증한 모뉴엘은 분식회계와 사기 대출 등으로 시장을 큰 혼란에 빠뜨렸다. 우양에이치씨 역시 지난 3월 4일 최종부도 처리되면서 수출입은행의 허술한 관리 실태가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코스닥 상장업체였던 모뉴엘과 우양에이치씨는 모두 상장폐지됐고 이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봤다. 한 투자자는 “국가기관에서 유망 중소기업이라고 선정해 발표했으면 믿을 만한 곳 아닌가”라며 “이런 기업이 불과 1, 2년 만에 상장폐지될 것이라고는 누가 알았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수출입은행의 히든챔피언 사업은 그 부실함 때문에 국회 국정감사의 단골 추궁 사항이기도 하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321개 기업 중 일부에 불과한 특별한 경우”라며 “우리나라 기업 도산율로 따져도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그치지 않는다. 수출입은행이 이들 기업에 지원해준 자금도 수천억 원에 달해 그 손실만큼 국민 세금이 축날 판이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1976년 설립 이래 단 한 번도 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다”며 “정책금융 특성상 아무래도 리스크가 큰 분야를 지원하게 마련이므로 시중은행과 단순 비교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또한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음에도 이덕훈 현 은행장은 잦은 해외 출장으로 일부에서 구설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 3월 6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이덕훈 행장은 1년 중 93일이나 해외 출장으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횟수로는 13번이다. 이 행장은 지난 3월 초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 경제사절단의 일원이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이 행장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수출입은행 안팎이 떠들썩한 때에 자리를 자주 비우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이전 행장들과 비교해보면 출장 횟수와 시간, 예산이 비슷하다”고 반박했다.
수출입은행의 기업 지원금은 현재 연간 80조 원에 이른다. 정책금융기관으로서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데 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김용환 전 은행장 농협금융행 암초 ‘하필 이때에…’ 흑역사 뻥뻥 수출입은행의 부실이 부각되면서 전임 행장인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후보자가 과연 농협금융의 새 회장으로 최종 선임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용환 전 은행장 김 전 행장은 농협금융 회장 후보자로서 농협금융 이사회와 주주총회의 선임 절차를 거쳐야 한다. 더욱이 수출입은행장에서 퇴직한 후 2년이 지나지 않은 탓에 오는 24일로 예정돼 있는 정부의 ‘퇴직공직자취업심사’를 먼저 마쳐야 한다. 이 같은 절차를 남겨둔 상태에서 수출입은행장 시절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농협금융 회장 자리가 위태로워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모든 일이 김용환 전 행장 재임 시절 일어난 것은 아니다”면서 “김 전 행장과 연결시키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회장 선임 절차와 관련해 아직까지 변화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