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은 조은숙의 영화<플라스틱 트리>의 장면으로 이 직후에 문제의 장면이 나온다. | ||
<플라스틱 트리>에서 은밀한 부위가 노출된 장면은 성불구자인 ‘수’(김인권 분)가 동거녀 ‘원영’(조은숙 분)과 친구 ‘병호’(김정현 분)의 정사를 몰래 지켜본 뒤 원영과 벌이는 오럴섹스 신. 감정이 뒤엉킨 수는 성불구자로서 유일한 성표현 방식인 오럴섹스를 시도하지만 이내 원영의 치부에 얼굴을 파묻고 괴로워한다.
이 장면은 30초가량 지속되는데 수가 얼굴을 파묻는 장면에서 원영의 음모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얼굴을 완전히 파묻는 장면에선 수북한 털에 수의 입술이 가려질 정도다.
문제의 장면은 기존 한국 영화에서 허용된 노출 수위를 훨씬 뛰어넘는다. 이런 정도의 노출 장면은 와레즈 사이트에 나도는 외국 영화의 무삭제 필름에서나 볼 수 있는 것. 때문에 네티즌들은 이 동영상이 <플라스틱 트리>의 무삭제 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게다가 출시된 이 영화 VHS용 비디오에는 문제의 장면이 삭제돼 있어 이런 추측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취재 결과 문제의 동영상은 현재 출시중인 <플라스틱 트리> DVD와 똑같은 편집본으로 확인됐다. 와레즈 사이트에 올라오는 한국 영화의 경우 출시된 DVD를 네티즌들이 ‘디빅 파일’(Divx·화상통신용 동영상 압축 기술이 가능하도록 변형한 파일)로 바꿔놓은 것들이 많다. <플라스틱 트리>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 와레즈 사이트에 올라온 것일 뿐 무삭제 필름이 유출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수위의 노출장면이 정식 출시된 DVD에 담길 수 있었을까. 이에 대해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 비디오부 국내등급 담당자인 박원종씨는 “비디오 소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위원들이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극적 구성이 있고 작품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포커스가 음모보다는 얼굴이라는 점에서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 조은숙 | ||
영화제작사인 알지 프린스 필름(RG Prince Films)측은 이에 대해 “개봉 당시 영화와 DVD가 같은 편집본”이라고 설명했다. 러닝 타임 역시 1백3분으로 동일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개봉할 당시 접한 기자들은 음모 노출 장면을 본 기억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영화 전문 프리랜서 조태현씨는 “이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이 있었다면 큰 논란이 됐을 텐데 그런 기억이 전혀 없다”며 “다만 전체적인 화면톤이 어두웠기 때문에 극장에서는 정확하게 보이지 않았지만 화질이 좋은 DVD에서는 명확하게 보이는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영등위 영화 등급분류 소위원회 옥선희 위원은 “<플라스틱 트리> 등급 심사 당시 상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며 “직접적인 성행위 장면만 아니라면 음모 노출이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옥 위원은 기자가 해당 장면이 오럴섹스 신이었음을 밝히자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이지만 심사 과정에서 노출 장면을 인지하고 논란을 벌인 기억은 없다”고 밝혔다. 옥 위원은 다른 위원들에게도 당시 상황을 물었지만 대부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은밀한 부위가 노출된 장면이 국내 시판용 DVD에 담긴 데 대해 주연 여배우인 조은숙은 강하게 반발했다. 조은숙은 우선 화면에 나온 음모 노출 장면은 본인이 아닌 대역이 연기했다고 밝혔다. 촬영 초기에 오토바이 타는 장면에서 부상을 당해 깁스를 한 상황이라 부득이하게 베드신의 하체 부분은 대역 배우가 연기했다는 설명.
조은숙은 촬영 당시 대역 배우를 통해 음모 노출 장면을 촬영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장면은 프랑스 판에만 담고 국내에서는 공개하지 않도록 계약했다고 설명했다. <플라스틱 트리>의 제작사는 대표가 프랑스인으로, 프랑스 자본을 유치해 제작한 영화다.
조은숙의 매니저 정대원씨는 “현재 제주도에서 촬영중이기 때문에 확인이 불가능하다. 며칠 뒤 DVD에 담긴 문제의 장면을 확인한 후 문제가 있다면 영화사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플라스틱 트리>의 노출 장면을 둘러싼 논란은 중요한 사실 하나를 시사하고 있다. 심사에 참여한 영등위 위원들의 얘기에서 한국 영화 노출 허용 수위에 큰 변화가 생겼다는 점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적나라한 음모 노출일지라도 ‘작품성’이 겸비된다면 ‘허용’될 수 있음을 영등위가 인정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