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근태 장관 | ||
열린우리당의 한 초선의원 보좌관은 “지난 연말에 김근태 장관의 비서가 갑자기 찾아와 정치후원금이라며 10만원이 들어간 봉투를 줘서 (정치자금) 영수증을 끊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보좌관은 “우리 의원님과 김 장관이 특별히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기에 후원금을 받고서도 의아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목에서 김 장관이 어떤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제공했는지 의문이 생긴다. 평소 김 장관과 가까웠던 의원들에게 연말연초를 맞아 인사차 정치후원금을 제공했다면 나름대로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평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관계, 다시 말해 ‘그저 그런 관계’였던 의원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김 장관의 의중이 사뭇 궁금해진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 장관은 그가 소속된 열린우리당 내 재야파 중심 계파인 ‘국민정치연구회’ 의원(총 43명) 일부와 386세대 모임인 ‘새로운 모색’ 의원(35명) 일부에게 후원금이 전달했다고. 김 장관이 자신과의 친분 여부를 떠나 ‘정치적 코드’가 비슷한 의원들을 선별, 후원금을 전달했다고 해석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보건복지부를 감사하는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10명) 가운데 몇몇에게도 ‘김심’이 전해졌다는 후문.
김 장관의 한 핵심측근은 정치후원금 전달 사실에 대해 “말하기 힘들다”며 상당히 곤혹스러워하면서 “일부 초선 의원을 대상으로 10만원 정도 정치후원금을 보낸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그는 “(열린우리당) 초선이 1백8명이나 되기 때문에 모두에게 후원금을 보낼 만한 돈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후원금이 제공된 의원 명단이나 액수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회피했다. 그는 ‘후원금이 제공된 이유’에 대해선 “정치자금법이 바뀌어 후원금이 많이 걷히지 않은 의원들에게 김 장관이 마음을 전달한 것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었다”면서 “후원금을 받은 분들이야 좋겠지만, 받지 못한 분들이 오해할 수 있기 때문에 보도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 김 장관의 또 다른 측근도 위와 같은 후원금이 전달사실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정치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국민정치연구회’나 ‘새로운 모색’ 소속 의원실 관계자들은 “잘 모르겠다” “그것이 문제가 되느냐”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함구했다.
그렇지만 김 장관과 함께 ‘국민정치연구회’에 소속된 또 다른 초선 의원실 보좌관은 “우리 의원님과 김 장관이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연말에 후원금을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도 “김 장관이 후원금을 줬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이라면서 “설마 그런 후원금을 줬겠느냐”고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김 장관이 전달한 정치자금은 상당히 ‘미미’하다. 오히려 정치자금이라기엔 ‘빈약’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정치후원금 ‘10만원’ 속에 담긴 묵언의 정치는 결코 ‘미미’하거나 ‘빈약’해 보이질 않는다. 당장 4월에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열리고, 더 나가서는 차기 대권 주자 구도도 가시화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