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사진)지난 26일 오전 이강철 시민사회수석이 춘추관에 들러 신임 인사를 한 뒤 춘추관을 나서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오른쪽 사진)지난해 2월12일 권정단 한국자유총연맹 총재가 노무현 대통령 부부와 오찬을 함께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 ||
그 소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난해 10월쯤 권정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69)와 심하게 다퉜다는 것이다. 같은 TK(대구·경북) 출신으로 평소 호형호제하던 두 사람이 느닷없이 고함치며 충돌했던 까닭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여권의 한 인사는 “이 수석이 자유총연맹의 자회사인 한전산업개발 인사 문제에 깊숙이 개입했었던 게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도대체 이 수석이 어떤 방식으로 한전산업개발 인사에 개입했다는 것일까. 그로 인해 두 사람이 격하게 충돌했다는 것인데, 그 내막을 알기 위해선 우선 시계바늘을 지난 2003년 3월로 되돌려봐야 한다.
당시 한국전력은 민영화 방침에 따라 검침과 단전 사업을 대행하는 한전산업개발(주)의 보유주식 51%를 자유총연맹에 매각했다. 이렇게 해서 자유총연맹이 한전산업개발의 경영과 인사권 등을 책임지는 대주주가 된 셈이다.
이후 자유총연맹은 경영과 인사시스템에 대한 개편을 단행했다. 같은 해 7월 한국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었던 이하룡씨를 감사로 임명했고, 11월엔 사장으로 선임했다.
그런데 한전산업개발 안팎에선 이씨가 감사와 사장으로 승승장구하는 과정에 당시 열린우리당 대구 창당준비위원장이었던 이강철 수석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수석과 이하룡 사장은 고향(대구) 선후배 관계로 알고 지내다, 2002년 대선 직후부터 급격히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의혹이 제기된 데는 이 수석과 권정달 자유총연맹 총재의 절친한 친분관계도 작용했다.
여권과 한전산업개발 안팎에선 “이 수석이 권 총재에게 이하룡씨를 강력하게 추천해 결국 사장 자리까지 오르게 했다”는 게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권 총재는 한전산업개발 이사회 의장으로 사장을 임명하는 키를 쥐고 있다.
한마디로 ‘이강철-권정달’의 친분으로 발생한 ‘정실 인사’라는 의혹이 제기됐던 것이다. 더군다나 대통령의 측근인 이 수석이 권 총재에게 인사 청탁 ‘압력’을 가했다는 얘기까지 덧붙여졌다.
당시 정황에 정통한 여권의 한 인사는 “이강철 수석이 권정달 총재에게 이하룡씨를 감사로 추천했고, 이후 사장으로 임명되는 과정에도 깊이 개입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 사장 체제는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권 총재와 이 사장의 관계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아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여권 인사는 “이씨가 사장으로 선임되자 한전산업개발의 경영과 인사 문제를 권 총재와 협의하지 않은 채 처리하려 했다고 한다. 이에 권 총재가 몇 차례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사장은 자기 뜻대로 회사를 운영하려 했고, 거기서 권 총재와 이 사장 관계가 틀어졌다. 그리고 그것은 권 총재와 이 수석 간의 충돌로 번졌다”고 설명했다.
권 총재는 이 수석과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통해 여러 차례 “이 사장, 교육 좀 시켜라”며, 이 사장의 경영방식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권 총재는 이 사장을 임시 이사회를 통해 강제 퇴사시키려고까지 했다는 전언.
그러자 이 수석은 권 총재에게 전화 걸어 “이 사장이 계속 사장자리에 앉아 있게 해 달라. 그냥 봐주면서 넘어가 달라”고 요청하면서도, 권 총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사이엔 고함과 험담까지 오갔다고 한다. 심지어 권 총재는 평소 절친한 정치권 인사에게 “상황이 이렇게 됐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하소연하면서, “도와 달라” 요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권 총재가 이 수석과의 충돌로 상당히 난감했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권 총재는 지난 28일 기자와 만나 “다 지나간 일인데, 굳이 지금 와서 얘기할 필요가 있겠느냐”며 상당히 말을 아꼈다.
그러나 기자의 거듭된 확인 요청에 “지난해 7월부터 10월까지 이 사장과 불편한 관계였다. 내가 이 사장을 지명해서 사장으로 선임됐는데, (이 사장이) 말을 안 듣고, 나와 안 맞으니까. 특히 약속도 잘 지키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사표를 내고 나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25일부터는 권 총재가 한전산업개발 사장을 겸직하고 있다.
권 총재는 이 수석과의 ‘충돌’에 대해서도 “이 수석은 동생 같은 친구다. 그래서 일이 있으면 전화를 걸어 야단을 치기도 했다. ‘네가 잘못했으니까, 알아서 해라’며 고함을 지른 적도 있지만, 다 지나간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강철 수석측은 “권정달 총재하고 얘기해보라”고만 밝혔다. 이 전 사장측도 “(기자와) 전화 통화를 원치 않는다”고만 언급했다.
‘노무현 정부 실세’인 이강철 수석과 ‘5공 실세’였던 권정달 총재. 절친했던 두 사람은 기업 인사 문제에 얽혀서 한바탕 얼굴을 붉혔다.
그런데 “이 수석이 민간기업 인사에 개입한 것은 대통령 최측근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이 수석이 곰곰이 되새겨봐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