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문제는 숨겨야 한다는 ‘절박함’보다 후유증에 대한 ‘위기감’에 있다. 최근 몇몇 연예인들이 치명적인 성형수술 후유증으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불거진 이런 위기감은 성형 수술을 자주 받는 몇몇 연예인들에게 조금씩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영화배우 A양은 요즘 두려움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높은 인기를 누리며 활발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지만 속내는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그 이유는 얼굴이 전체적으로 내려앉는 듯 보이는 성형 후유증 때문. A양의 경우 여러 차례 성형 수술을 받은 소위 성형 미인 가운데 한 명이다. 그런데 광대뼈를 깎는 수술을 받은 이후 심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광대뼈는 동양 여성에게 신이 내린 선물”이라며 “그 중요성을 모르고 무조건 서양 여성처럼 광대뼈를 깎는 여성들은 서양 여성처럼 얼굴이 쉽게 노화되는 후유증을 겪게 된다”고 충고한다.
광대뼈는 얼굴의 양쪽을 지지하는 받침대의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를 깎아버릴 경우 버팀목이 없어진 얼굴 피부가 처지게 되는 것. 동양 여성의 경우 서양 여성에 비해 얼굴 피부가 두껍고 광대뼈의 지지 역할로 인해 주름이 적고 노화가 느리게 진행되는 편이다. 따라서 광대뼈를 깎는 수술을 받는다는 건 동양 여성의 장점을 한 순간에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광대뼈를 깎는 수술은 지나치게 광대뼈가 커서 교정할 때를 제외하고는 시술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실리콘을 이용해 코나 턱, 이마 등을 보형하는 수술은 매우 보편화된 방법이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환자의 체질과 맞지 않는 경우 염증이 생길 우려가 크고 딱딱한 실리콘으로 인해 피부가 얇아지고 뼈가 녹아내리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 코끝의 피부가 얇아져 피부 속으로 실리콘이 비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TV에서 보면 가끔 코 속의 실리콘이 비치는 등 위험해 보이는 여자 연예인들이 많다”면서 “간혹 얼마 후에 다시 정상적인 코로 돌아오는 연예인도 있던데 이것은 피부가 뚫리는 부작용을 우려해 다시 실리콘 제거 수술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영자(왼쪽), 하리수 | ||
또 다른 탤런트 K양은 지난 97년부터 모두 세 차례의 코 성형 수술을 통해 완벽한 외모를 만들어 공채 탤런트로 당당히 데뷔했다. 무명 생활을 지나 최근 주목을 받기 시작한 K양은 코가 매부리코로 보이고 끝 부분이 뭉툭해지는 부작용을 격고 있다. 지나친 욕심으로 세 차례나 수술을 받았는데 코 연골이 실리콘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이상한 모양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K양 역시 소송을 제기했지만 판결에서 패소하고 말았다. 지나친 욕심이 법적 보호의 대상을 넘어선 경우다.
최근 화제가 된 것은 가수 L양이 성형 수술 부작용으로 강남 소재의 한 성형외과를 고소한 사실이다. L양이 시술받은 치료는 지방흡입술. 지난 2001년에는 배 부위, 2002년에는 등 부위를 시술 받았는데 등 부위에 심한 반흔이 남아 사라지지 않는 치명적인 후유증에 시달렸던 것.
피부에 인위적인 구멍을 뚫어 강제적으로 지방층을 뽑아내는 지방흡입술은 구멍을 낸 부위에 흔적이 남는 경우가 다반사다. 작은 흔적은 대부분 자연 치유가 되지만 심한 경우 지워지지 않는 반흔이 남는다. 이는 개그우먼 이영자의 경우도 마찬가지. 자신의 지방흡입 수술을 폭로한 K 성형외과를 고소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영자는 “지방흡입술을 받아 살이 빠지는 효과보다는 염증이 생기는 후유증을 겪어 우울증까지 생겼다”고 얘기한 바 있다.
이렇게 흉터가 남는 경우는 대부분 너무 심하게 지방층을 뽑아 피부에 무리가 생긴 경우. 지방을 너무 많이 뽑다보니 혈액 공급층까지 파괴되어 피부가 괴사한 것이다. 또한 초음파 치료의 경우 열을 통해 화상을 입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피부 겉이 아닌 속에 화상이 생기기 때문에 치유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흉터가 남는다고.
▲ 채림(왼쪽), 박예진 | ||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지방흡입술을 받는 환자가 급격히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몸짱’ 열풍이 불면서 운동을 통한 다이어트가 유행하자 지방흡입술을 통한 다이어트가 사향길에 접어들었다는 게 성형외과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드라마 <작은아씨들>에 출연중인 박예진은 당당히 성형 사실을 밝히며 “솔직히 더 예뻐지고 싶었고, 팬들에게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얘기한다. 비주얼이 중요한 연예인의 입장에서는 외모를 다듬기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수술 사실을 공개하는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연예인이 수술 사실을 숨기려 하고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네티즌들을 통해 성형 의혹이 제기되자 성형 사실을 고백한 채림은 “일부러 수술 안 받았다고 속이지는 않았다. 다만 얘기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당시 심경을 토로한 바 있다.
이렇게 성형수술의 유혹에 흔들릴 수밖에 없는 연예인들이 부작용이라는 검은 그늘을 피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욕심을 버려야 한다. 성형 수술의 부작용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환자와 의사의 욕심 때문. 하리수의 경우 “가슴 수술을 받은 뒤 목 디스크가 오는 후유증을 앓은 바 있다”고 얘기했는데 이 역시 지나친 욕심으로 가슴을 너무 키우려다 신체에 무리가 생긴 경우에 속한다.
익명을 전제로 취재에 협조한 한 대학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성형수술도 의학적인 수술인데 이를 하나의 미용법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면서 “모든 수술이 그렇듯이 합병증이 있을 수 있고 예정된 부작용이 다양한데도 이를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얘기한다. 심지어 턱을 깎는 수술이나 지방흡입 수술은 자칫 잘못해서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위험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것. 이 두 수술의 사망 확률이 맹장 수술보다 높다는 사실도 성형수술의 위험성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성형 수술에 대한 환상만 갖고 그 위험성을 인지하지 않는 이들이 많다”면서 “성형 수술 역시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시술해야지 미용 효과를 위해 무차별적으로 시술해서는 안된다”고 충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