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라호마 머스코기에 거주하는 라이언(10)은 5년 전 어느 날 자신의 부모에게 이렇게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밤마다 악몽을 꿨던 소년은 줄곧 자신이 1930년대 할리우드 배우였다고 주장했으며, 그럴 때마다 마치 다녀온 양 수천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할리우드에 대해 생생하게 묘사하곤 했다.
실제 라이언은 할리우드에서의 생활과 다섯 번의 결혼, 유럽에서 보낸 휴가, 그리고 자신이 살았던 오래된 집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했으며, 무명 배우에서 에이전트로 전향한 후 보낸 날들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늘어놓았다.
처음에는 아들의 말을 믿지 않았던 어머니는 “아들이 말하는 내용은 어린 아이가 꾸며낸 이야기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자세하고 방대했다”라고 말했다.
아들의 말이 진짜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어머니는 도서관에서 할리우드 관련 서적을 빌려와 아들에게 보여주었다. 책을 찬찬히 훑어보던 라이언은 메이 웨스트 주연의 1932년 영화 <밤이면 밤마다>의 스틸컷을 한 장 보더니 불쑥 이렇게 말했다. “엄마, 이게 저예요.” 소년의 손가락은 영화 속의 조연 배우 한 명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조사 결과 그 배우의 이름은 마티 마틴이었다. 실제 1930년대 배우로 활동했던 마틴은 훗날 에이전트로 진로를 바꿨으며, 다섯 번의 결혼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라이언의 말이 전부 다 옳았던 것이다.
더욱이 할리우드에서 마티 마틴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점, 그리고 그가 이렇다 할 대사 한 줄 없는 조연 배우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라이언의 이런 기억은 실로 놀랍다 못해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게다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어린 소년이 1930년대의 생활에 대해 정확하게 묘사한다는 것 역시 놀랍긴 마찬가지였다.
라이언의 상태를 지켜본 버지니아대학의 짐 터커 아동정신과 전문의는 “전생을 기억한다고 주장하는 어린이들은 많지만 라이언의 경우에는 매우 독특하다”라고 말했다. 너무나도 자세하고 명확하게 마틴의 인생을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는 것이다.
터커 박사는 할리우드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마틴의 딸 가운데 한 명과 연락을 취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또 벌어졌다. 라이언이 지금까지 언급한 내용 가운데 무려 55가지가 사실로 확인됐던 것이다. 가령 마틴이 생전에 살았던 곳의 도로명과 자녀들의 이름, 형제자매들의 이름, 그리고 전처들의 이름 등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가장 놀라웠던 점은 따로 있었다. 라이언은 터커 박사와의 면담 중에 “왜 신이 나를 61세에 죽게 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지만 사망신고서에 따르면 마틴은 59세에 사망했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마틴 가족의 말에 따르면 사망 신고서가 잘못 작성됐던 것으로, 마틴은 실제 61세에 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