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일요신문db
하지만 박원순 시장은 이 같은 행사를 통해 프로젝트를 강행할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다만 상인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서울시는 지난 7일 남대문시장에 2018년까지 ‘50억 원 지원’ 방안을 비롯한 ‘당근’책을 제시하기도 했다.
7017 프로젝트를 두고 몇몇 매체에서는 박 시장의 ‘불통’ 내지 ‘조급증’으로 표현하고 있다. 한 일간지에서는 서울시가 행사 추진 과정에서 관할인 중구청과 사전 협조를 구하지 않고 시민단체에 먼저 알렸다고 전하기도 했다. 중구청은 서울시가 7017 프로젝트를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이유로 갈등을 빚고 있다.
실제 중구청에서는 같은 날 ‘다산 성곽길 걷기’라는 별도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중구청 소속 한 공무원은 “보통 고가도로를 통제하는 규모의 행사라면 사전에 협조 공문을 보내 우리 쪽에서 별도 홍보안을 마련하거나 당일 행사에 동원되기 마련인데, 그런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며 “우리가 한 성곽길 걷기 행사와 서울역 고가도로 행사는 장소와 시간이 아예 다르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행사 개최 시기를 놓고도 뒷말이 나왔다. 때마침 박 시장에 악재가 한꺼번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박 시장이 아들 주신 씨의 병역 의혹과 연관된 공직선거법 관련 재판 증인으로 채택됐는가 하면, 감사원에서는 서울시의 조직 운영 및 인사 남용을 지적한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주신 씨의 병역 의혹을 줄기차게 주장해온 피고소인 7인은 박 시장 아들의 병역비리가 사실이라는 기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한 피고소인은 “주신 씨의 병역비리는 99%가 아닌 100%”라고 단정하기도 했다.
이날 재판부는 주신 씨와 박 시장의 증인 채택을 요구하는 변호인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정치권은 형사합의27부가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관련 1심 재판에서 벌금 500만 원의 당선무효형을 선고한 재판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조희연 교육감 재판이 국민참여재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박 시장 관련 재판이 정쟁거리로 확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같은 날, 감사원에서도 불운이 날아들었다. 서울시가 규정에도 없는 행정 기구를 만들어 직원들을 무더기 승진시키고 과다한 업무추진비를 지급해 예산을 낭비해 온 점을 지적한 것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보도블록 혁신단’ 등 법령에 없는 11개 행정 기구를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2012년부터 2년간 행정자치부의 승인 없이 승진시킨 3·4급 공무원이 141명에 달했다. 모두 박 시장 재임 기간에 발생한 일이다. 또한 감사원은 서울시가 최근 5년간 부당 지급한 업무추진비가 52억 원에 이른다고도 밝혔다.
지난해 10월 12일 서울 중구 서울역 고가차도 앞에서 남대문 시장상인들이 고가차도 공원화사업 반대 시위를 벌였다. 사진제공=남대문시장상인회
설상가상 보수기독교 단체에서도 박 시장을 상대로 ‘6월 항전’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시가 오는 6월 9일 예정된 ‘퀴어문화축제’ 개막식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도록 허가했기 때문이다. 행사 주최 측은 과거에도 서울광장 사용 요청을 해 왔으나 번번이 불허됐고, 이번에 최초로 승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시는 서울광장에 대한 사용신고는 미리 신고된 행사가 없다면 시민개방 원칙에 따라 수리하게끔 돼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축제를 통해 박 시장은 인권변호사 출신답게 성소수자 권리를 적극 보호하는 정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선점할 수 있겠으나 사정은 그리 간단치 않다. 박 시장은 지난해 서울시 인권헌장을 일방적으로 폐기시켰다는 이유로 성소수자들로부터 거센 비난에 시달린 바 있다. 일부 활동가들은 일주일가량 서울시청 점거 농성을 통해 인권헌장 제정을 요구했다. 같은 공간에서 인권헌장 제정 반대를 외치는 보수기독교 단체 집회가 열렸음은 물론이다.
서울시 인권헌장 폐기나 서울광장 사용 여부까지 박 시장 개인 탓으로 돌리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다만 박 시장이 대권 욕심으로 서울시가 전쟁터로 변하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 발표되는 시정지지도 역시 이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 4월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광역단체장 지지도 조사에서 박 시장의 부정평가는 홍준표 경남도지사(55%)에 이어 42.1%로 두 번째로 높았다. 박 시장은 올해 4차례 조사에서 모두 부정평가 상위 3인에 포함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에서는 박 시장의 ‘마이웨이’를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였지만 ‘정무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지난 7일 당선된 이종걸 신임 원내대표의 행보다. 3수 끝에 당선된 이 원내대표는 범노무현계 지지를 얻은 최재성 의원에 맞서 초·재선 그룹 및 민주평화통일연대(민평련)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시민단체와 가까운 초·재선 그룹과 민평련 쪽에서 문재인 대표를 견제하고 다음 총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박원순 차기 대권행을 적극 부추길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고참 당직자는 “박 시장 대권지지율이 주춤하고 있지만 반전의 계기는 얼마든지 올 수 있다”라며 “차기에 나가느냐, 서울시장 3선 이후 차차기를 기다리느냐가 문제다. 현재 지지도도 그렇고, 나이도 있어 차차기까지 기다리기엔 부담이다. 본인도 요즘 듣는 소리가 있는지 뭔지 모르게 조급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서도 비슷한 반응”이라고 전했다.
여의도연구원 출신 한 여권 인사는 “최근 박 시장이 코어층(핵심지지층)은 떨구고 적군만 양산하는 것 같다”라며 “여권 물밑에서는 차기 대권 경쟁보다 치열한 게 차기 서울시장 경선이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라고 밝혔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