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수십억 혹은 수백억 원의 로또에 당첨된다면 가장 먼저 당첨금을 수령하는 일부터가 걱정이 될 것이다. 자칫 얼굴이라도 알려질 경우 골치 아픈 일이 줄줄이 벌어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미키 마우스 가면을 쓴 중국의 로또 당첨자.
그런데 최근 중국의 로또 당첨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고민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기발한 방법이 인기를 얻고 있다. 얼굴에 캐릭터 가면을 쓰거나 혹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코스튬을 입고 나타나 당첨금을 수령해가는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는 당첨금 액수가 ‘어마무시’하게 많을 경우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관례인 만큼 이런 변장은 더더욱 필요하다.
최근 1억 7000만 위안(약 293억 원)의 로또에 당첨된 한 40세 남성 역시 이런 방법을 사용했다. 디즈니 만화 <빅히어로>의 캐릭터인 ‘베이맥스’로 완벽하게 변장하고 나타나 당첨금을 수령해갔던 것. 그는 이런 복장을 하고 나타난 이유에 대해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서”라면서 “신분이 알려질 경우 친구들이나 연락이 끊겼던 먼 친척들이 갑자기 나타나 당첨금을 나눠 달라고 할까봐 걱정이 됐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괴상한 복장으로 당첨금을 수령해가는 것은 이미 중국에서는 흔한 일이 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산시성의 한 남성이 5억 2000만 위안(약 896억 원)의 당첨금을 받기 위해 노란색 곰돌이 탈을 쓰고 나타나기도 했었다. 당시 이 남성은 곰돌이 복장을 한 채로 앉아서 기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을 해주는 친절(?)도 베풀었다.
또한 지난해 8월에는 한 남성이 미키 마우스 가면을 쓴 채 3억 9800만 위안(약 686억 원)의 당첨금을 받아갔는가 하면, 2011년에는 판다 코스튬으로 분장한 남성이 5억 6500만 위안(약 974억 원)을 수령해가기도 했다.
이밖에도 지금까지 방독면, 어벤져스 가면, 스파이더맨 가면, 가면무도회용 가면 등 다양한 복면이 등장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 상하이에서는 780만 위안(약 13억 원)의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추측컨대 누군지 몰라도 기자회견에 어떤 코스튬을 입고 나올지 결정을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예상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