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귀은 교수와 <그녀의 시간> 표지.
[일요신문] 국립 경상대학교(GNU·총장 권순기)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한귀은 교수가 ‘인문학자 한귀은이 들여다본 성장하는 여자들의 이야기와 그림’이라는 부제를 붙인 에세이 <그녀의 시간>(예담, 316쪽, 1만 3800원)을 펴냈다.
한귀은 교수는 <모든 순간의 인문학>, <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 등을 쓴 인문학자다. 그동안 주로 여자에게 생각할 시간을 안겨주는 인문에세이를 써왔다.
<그녀의 시간>은 열둘, 스물여섯, 서른넷, 서른아홉, 마흔둘, 쉰, 예순셋의 시간을 지나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담고 있다.
내가 겪었고, 겪고 있고, 겪게 될 장면들을 보며, 나는 과연 ‘여자의 시간’ 중 어디쯤을 지나고 있는지 가만히 사색하게 되는 책이다.
각각의 글이 단편소설 같은 느낌을 주지만, 소설가나 비소설 작가가 아니라 인문학자의 시선이기 때문에 여성의 내밀한 부분을 포착하고 보여준다.
또 중간 중간 글의 흐름과 관련 있는 명화들을 배치하고 저자만의 인문학적 성찰을 담아 깊은 울림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한편으론 소설을 읽는 듯, 한편으론 인문서를 읽는 듯, 공감과 성찰을 동시에 할 수 있다.
한귀은 교수는 “에리히 프롬은 사람은 완전히 태어나기도 전에 죽는다고 했다. 성장은 끝이 없다는 말이고, 온전히 성장하기도 어렵다는 말이다. 성장한다는 것은 더 지혜로워지고 더 인내심이 강해진다는 뜻이 아니다. 그건 혼돈을 수용하는 능력이 더 생긴다는 거고, 불안 속에서도 균형을 잡을 수 있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책 속 일곱 명의 주인공도 그때니까 불안한, 그때니까 소중한 성장통을 겪는다.
피아노 콩쿠르에 예쁜 드레스를 못 입은 열두 살 하영이, 백화점에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지른 기간제 교사 명은, 아이를 가지기 전까지 언니를 멀리했던 서언, 별거 후 도서관에서 답답한 생활을 살고 있는 진숙, 아빠의 외도에 대한 엄마의 대처가 이해 가지 않는 고등학생 딸, 끊임없이 새로운 공간과 생활을 찾으려는 미자, 치매 노인을 모시고 살고 있는 예순셋의 여교수 등이 모두 마찬가지다.
한귀은 교수는 “간혹 내 삶도 누군가의 삶을 반복하고 있는 듯 한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쓰면서 더욱 그러했다. 다른 사람의 시간을 쓰는 것은 내 시간을 새로 사는 길이라는 걸 알았다”고 전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