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내달 미국 방문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언론 대응 방식, 날짜 택일을 놓고 불만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2일 외교안보장관회의 모습. 사진제공=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오는 6월 15일을 전후해 나흘간 미국을 방문할 계획으로 일정을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11일자 신문에서 한·미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다. 이 신문은 또 박 대통령의 방미에 따른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존 케리 미국 국방장관이 5월 17일~18일 이틀간 한·일관계의 개선의 실마리를 모색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이 외신을 통해 공개되면서 대외비인 박 대통령의 일정에 대한 엠바고(보도유예)가 파기됐다는 점이다. 특히 이를 사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청와대측의 엠바고 요청으로 인해 보도하지 않고 있었던 국내 언론은 또 한 번 ‘물’을 먹게 된 셈이다. 이로 인해 청와대 출입 기자들 사이에선 “이미 내용이 공개된 이상 엠바고는 무의미해졌다”며 기사를 써야 한다는 의견이 비등했다. 청와대도 “한미 양국은 현재 박 대통령의 6월 방미를 위해 일정을 협의 중에 있다”는 입장을 내놨고, 국내 언론들도 뒤늦게 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보도했다.
박 대통령의 일정 등 엠바고 사안이 외신에 의해 파기된 것은 이번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국내 언론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의 한 출입기자는 “매번 우리는 알고 있음에도 청와대의 요청으로 쓰지 않고 있는데, 외신들에 의해 번번이 물을 먹게 만들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지난해 6월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 일정(2014년 7월 3~4일)도 일본 언론들이 먼저 보도한 바 있다. 일각에선 ‘미·일간 신밀월 시대’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방미 일정을 보도하는 등 국제정치적으로 미묘한 시점에 일본 언론들의 보도가 흘러나오고 있는 데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온다. 또 다른 청와대 출입기자는 “이럴 바엔 차라리 우리가 먼저 보도를 해서 흐름을 주도하는 게 낫지 않나”라고 자조 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 ‘택일’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포함될 6월 15일엔 ‘6·15 남북 공동선언’이 있었던 날로, 국내에선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의 주관으로 6·15 선언 15주년을 기념한 각종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1주기였던 지난 4월 16일 중남미 4개국 순방 일정을 떠나 논란이 일기도 했었던 터다. 당시 야권과 세월호 유가족들은 “박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수습에 대한 진정성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때문에 야권은 물론 여권 내에서조차 이번 방미 일정 조율과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중요한 날에만 꼭 도망치듯 해외순방을 간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적지 않다. 일각에선 “다음엔 10월 4일(참여정부 당시 10·4 남북정상선언) 때 순방을 가지 않겠느냐”는 비판적 목소리도 들린다. 여권의 한 인사는 “박 대통령에게 득이 돼야 할 해외 순방이 일정을 잘못 조율하면서 오히려 안 좋은 이미지만 쌓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은 외교부가 컨트롤타워”라고 전제한 뒤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우리만 생각할 게 아니라 상대방 측의 일정도 고려해서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제한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일정 부분 오해의 여지는 있을 수 있다고 보지만,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날짜가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그렇게 따지면 해외 순방 일정을 잡는 게 너무 어렵다.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을 잡는 게 너무 어렵다.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은 국내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하기 보단 국제적인 상황과 상대 국가의 상황을 감안해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현경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