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김종빈 서울고검장의 에쿠스 승용차는 친형의 선물로 밝혀졌다. | ||
친형에게서 승용차를 선물받고도 부담스러워 하는 차기 검찰총장 동생, 무남독녀에게 용돈이든 뭐든 아낌없이 해주고 싶은 총리 아버지, 39만원짜리 주택에 어머니를 모시는 노동운동가 출신의 국회의원 아들 등등. 재산공개 내역을 통해 고위공직자들의 ‘세간살이’를 엿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검찰총장으로 내정된 김종빈 서울고검장은 법조계 내에서 소문난 청빈함이 이번 총장 내정에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산 내역 역시 깔끔했다. 본인의 재산 증가 내역도 봉급을 저축한 1천7백여만원 정도가 고작.
그런데 한 가지 눈에 띄는 항목은 지난해에 새로 구입한 것으로 신고된 2004년식 에쿠스 승용차였다. 재산공개 비고란에는 ‘형 보전으로 매입’한 것으로 표기돼 있다. 주목할 점은 그가 그전까지 타고 다녔던 2000년식 에쿠스 승용차 역시 형이 할부 구입하여 증여한 것으로 2001년 신고된 바 있다는 것. 이 내용대로라면 김 고검장의 승용차는 전적으로 친형이 책임진 셈이다.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김 고검장은 부담스러운 듯 “쑥스럽다”면서도 기자에게 조심스레 자신의 가족사를 직접 밝혔다.
▲ (왼쪽부터)이해찬 총리, 김홍일 의원, 단병호 의원, 반기문 장관 | ||
결국 김 고검장은 동생을 아끼는 형의 마음을 매일 타고 다니는 셈이다.
외동딸에 대한 이해찬 총리의 자식 사랑도 엿보인다. 딸 현주씨는 지난해 중국 베이징대 유학중이었다. 그런데 이번 재산신고에는 현주씨의 예금액 증가 1천2백여만원이 포함됐다. 그 사유는 ‘용돈 저축’으로 되어 있다. 학생 신분인 딸에게 이 총리 부부가 학비와 유학 체재 경비로 매달 용돈을 보냈음은 당연하다. 그 가운데 꼬박꼬박 매달 쓰고 남은 1백여만원씩을 저축한 셈이 된다. 이왕이면 쓰고 남을 만큼이라도 풍족한 용돈을 보내주고 싶은 이 총리의 부정이 느껴진다.
민주당 김홍일 의원은 본인의 재산이 약 2천1백여만원 줄었으나, 부인 윤혜라씨의 내조 덕분으로 전체적으로는 6천9백만원쯤 재산을 불렸다. 윤씨는 8천7백여만원이 증가한 것으로 신고했는데, 그 가운데서 특히 ‘사업소득액’ 4천1백여만원이 눈에 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집안의 맏며느리로 가정에 충실했던 것으로 알려진 윤씨가 사업을 시작한 까닭은 뭘까.
이에 대해 김 의원의 한 측근은 “2년전 쯤부터 부인이 강남에서 여성피부관리 관련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인이 사회 활동을 하고 싶어 해서 김 대통령이 퇴임할 무렵부터 개인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의 신고 내역 가운데는 ‘누락분’이라고 지목한 39만8천원의 항목이 눈에 띈다. 경북 포항시에 주소를 둔 주택의 가격인데, 그 집 한 채 값이 39만8천원이라는 셈이다.
이 주택은 단 의원의 노모가 실제 거주하고 있는 집이다. 단 의원의 한 측근은 “말이 포항이지 시골 벽지에 달랑 한 칸짜리 흙으로 만든 집이 있는데, 이 집값이 현재 공시지가로 39만8천원”이라고 밝혔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아들 우현씨의 재산 증가액이 무려 1억5천여만원으로 신고된 점도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국내 대기업인 LG에 다니지만 억대 연봉자가 아니고서는 샐러리맨이 한 해 동안 벌기엔 벅찬 금액이기 때문.
▲ (왼쪽부터)김승규 장관, 진대제 장관, 정문헌 의원, 박상길 중수부장 | ||
김승규 법무장관의 경우에는 부인 김미자씨의 ‘예금이자’로 인한 1천5백여만원의 재산 증가가 눈길을 끌었다. 약사 출신인 김씨는 실제 통장 예금이 약 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돈을 고스란히 통장에 그대로 담아두고 있었기에 한 해 동안 예금이자로만 1천5백여만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반면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은 손해배상금가지급 등으로 무려 12억8천여만원의 ‘출혈’이 있던 것으로 신고했다. 무슨 손해배상금인지 그 사연을 알아봤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3년 말경 참여연대가 (계열사 불법지원 문제로) 삼성전자 전·현직 이사를 상대로 낸 주주대표 소송 배상 판결에 의거해서 대법원 확정 전에 장관이 손배금을 가지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강원도 속초·양양·고성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정문헌 의원은 속초시에 있는 낡은 주택을 ‘리모델링’하기 위해 서울 충정로 오피스텔 매도대금 1억6천여만원을 모두 털어넣었다고 신고했다. 정 의원측은 소송 비용 등으로 2억5천여만원을 쓰는 등 지난해 재산이 4억원이나 줄어, 할 수 없이 부친(정재철 전 의원) 집에 얹혀 지내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정 의원측 설명에 따르면 속초 집은 20년 된 노후 주택. 하지만 일각에선 리모델링 비용 1억6천만원이면 속초에서 웬만한 주택을 사고도 남을 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양수산 김성수 회장의 맏사위인 박상길 대검 중수부장은 장인의 회사 주식이 하락하면서 본인과 두 자녀가 각각 1천3백여만원씩, 부인이 2천1백여만원 등 모두 6천만원이 넘는 평가손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족이 보유한 오양수산 주식은 모두 1만8천4백 주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