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AV <하이퍼 매직 in 한국> | ||
다만 모든 것에는 역효과가 있기 마련. 최근 일본 열도에서 발생한 ‘AV 기압골’이 한반도에 상륙했다가 다시 일본으로 되돌아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 역시 한류열풍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는 기상학자들도 있지만 그 안에 어떤 의도적인 ‘유발인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일본에 이런 ‘에로 한류현상’이 시작된 건 지난 2000년에 관측된 ‘<마가씨> 열풍’부터였다. ‘아가씨’라는 한국어의 오역 표기인 ‘마가씨’라는 제목의 에로비디오가 일본 비디오숍에 소개돼 큰 인기를 끈 것. 이후 여러 편의 <마가씨> 시리즈가 제작됐지만 오래 가지는 못했다. ‘한국 여성 출연’ 외에는 별다른 볼거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잠잠해진 에로 한류현상은 지난 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다시 관측되기 시작했다. 한국 에로배우 장유나가 출연한 <한복포르노>가 바로 그 기폭제. 서울역과 남대문 시장의 모습이 등장하는 <한복포르노>는 ‘한복’이라는 의상소품과 한국 로케이션으로 강풍을 불러일으켰다. 이 현상은 또 다른 에로배우 유채영이 출연한 <한복포르노2>로 이어졌다. <한복포르노2>의 경우 일본 남성이 올림픽공원 앞을 지나가는 한국 여성을 돈으로 유혹해 여관으로 데려간 뒤 한복을 입혀 성관계를 나누는 내용이다.
물론 <한복포르노>가 일본에서 통한 이유는 ‘한국 로케이션’과 ‘한복’에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이유는 ‘한국은 길거리에서 아무나 붙잡고 돈으로 유혹하면 저렴한 가격에 성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 데 있다. 그만큼 한국 사회를 미개한 경제 후진국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얘기.
다시 몇 년의 시간이 흐름 요즘. 이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배용준을 필두로 한 한류열풍이 일본 열도를 강타한 뒤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 일본 중년 여성들은 한국 배우들에게 열광하고 젊은이들 사이엔 한국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기반으로 일본 AV업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하이퍼 매직미러호 in 한국>이라는 포르노가 그 신호탄으로 보인다. 일본 유명 AV 제작업체인 ‘소프트 온 디맨드’(SOD)에서 제작한 이 포르노는 일본인 남성이 한국의 유명 도심 길거리에서 한국 여성들을 돈으로 유혹해 성관계를 맺는다는 내용이다.
‘하이퍼 매직미러호’는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은 <난파> 시리즈에 등장한 특수 포르노촬영세트 차량. 안에서는 보이지만 겉에서는 보이지 않는 ‘반사유리’를 이용한 이 차량은 유리 밖 거리를 배경으로 촬영이 가능해 <난파> 시리즈와 같은 길거리 헌팅 형식의 포르노 촬영에 쓰인다.
이를 통해 한국 도심에서의 촬영이 가능해졌다. <하이퍼 매직미러호 in 한국>의 주요 배경은 명동과 동대문운동장. 일본에도 잘 알려진 한국의 거리에서 헌팅 형식의 포르노를 제작해 한류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게 이들의 전략인 셈.
이 포르노에 등장하는 여성은 13명으로 미대생, 학원강사, 자칭 변태걸 등으로 다양한데 대부분 성에 대해 개방적이다. 2백만원을 앞세운 일본 남성의 유혹을 뿌리치는 이는 단 한 명. 나머지는 에로비디오에나 나올 듯한 대화를 나누며 일본인에게 몸을 내던진다.
그 동안 ‘한국’을 이색적인 소재 정도로 생각해오던 일본 AV 업계가 이렇게 적극적인 행태를 보이기 시작한 까닭은 단연 ‘욘사마 열풍’ 때문이다. <하이퍼 매직미러호 in 한국>에 등장하는 남자배우는 ‘일본의 배용준’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겨울동화> 당시의 배용준 스타일의 의상을 입었다.
<하이퍼 매직미러호 in 한국>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의도적인 한국 비하가 아니냐는 비판 의견이 많다. 욘사마 열풍으로 상대적 소외감을 느끼는 일본 중년 남성을 겨냥해 ‘한국에선 돈만 있으면 길거리에서 아무 여자나 데리고 잘 수 있다’는 AV적 환상을 상품화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내용의 AV가 일본 현지에서는 그리 큰 인기를 얻지는 못하는 듯하다. 한국 에로업계에서 일하다 지금은 일본으로 건너가 AV 관련 출판사에 재직중인 조아무개씨는 “실험정신이 뛰어난 일본 AV업계가 시도하는 다양한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며 “<한복포르노> 당시에도 한국에선 난리가 났었지만 일본에선 별 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얘기한다. 다만 요즘 중년 남성의 정서를 고려해 한국 비하의 강도가 더 높은 포르노가 제작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를 덧붙인다.
안타까운 현실은 한류를 노린 일본 포르노의 출연 여성 대부분이 국내 에로배우라는 사실이다. 한국 에로 시장의 침체로 일거리가 줄면서 일본측의 제안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은 듯.
에로배우 전문 소속사인 ‘더나은’의 매니저 이경민씨는 “일본측의 제안이 상당히 많은 게 사실”이라며 “이상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빈번해 까다롭게 일을 고르고 있다. 일본측과 누드 작업은 몇 차례 했었지만 포르노 출연은 불법이라 일체 응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내보다 더 높은 출연료와 정해진 시간에 맞춰 촬영이 끝난다는 점 등의 이점 때문에 일본 측 요구에 응하는 에로배우들도 상당수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