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혜승 아나운서는 아역 탤런트 출신으로 대학로 연극무대에도 섰던 ‘프로’ 배우였다. 오른쪽은 최근 ‘야한 의상’으로 논란이 일었던 방송 출연 장면. | ||
아나운서의 학창시절은 대부분 ‘모범생’이라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워낙 어려운 입사시험을 통과해야 아나운서가 될 수 있는 만큼 학창시절의 상당 시간을 공부에 할애해야 했다. 이는 취재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인기 아나운서의 모교 교사들을 상대로 그들의 학창시절을 물어봤지만 ‘공부 열심히 하고 예의바른 학생이었다’는 비슷비슷한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예상외로 소극적인 성격의 소유자들도 많았다.
▲ 손범수 아나운서 | ||
하지만 조금 자세히 살펴보면 학창시절부터 그들의 끼가 자라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학창시절 동아리 활동을 살펴봤다. 예상대로 방송반 출신이 가장 많았다. 서기철(한성고) 정은아(수도여고) 김경란(창덕여고) 홍소연(서문여고) 김보민 신지혜 아나운서 등이 방송반 출신. 특히 홍소연 아나운서는 고교 은사인 박화종 교사가 “교직생활을 하며 수없이 많은 제자들이 ‘명상의 소리’ 교내 방송을 진행했지만 (홍)소연이만큼 잘한 학생이 없었다”고 얘기할 정도. 학창시절부터 인정받은 실력을 이제는 공중파 방송에서 발휘하고 있는 셈이다.
아나운서 가운데 학창시절 교내 기자로 활약하던 이들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이화여고 교내신문 기자 출신인 김주하. 최근 아나운서에서 기자로 변신한 결단 뒤에는 학창시절 경험이 담겨져 있었던 것이다.
윤인구 아나운서 역시 신문반 출신이나 조금 색다른 경우다. 경기초등학교, 경복고등학교 등 명문 사립학교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윤 아나운서는 고교 시절 영자 신문반에서 동아리 활동을 했다. 게다가 축제 때 직접 영화제까지 준비했을 만큼 적극적인 학생이었다고.
하지만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아나운서들의 경우 방송반이나 신문반이 아닌 더욱 색다른 영역에서 끼를 키워온 이들도 상당수다. 어린 시절부터 동화구연대회나 웅변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낸 김완태 아나운서는 고교시절 교회에서 개최하는 ‘문학의 밤’에서 예술가적인 ‘끼’를 발휘했다. 사회는 물론이고 출품 연극의 극본·연출·주연을 모두 도맡았을 정도.
최근 야한 의상으로 논란에 휩싸인 이혜승 아나운서는 배우 출신이다. 초등학생 때 아역 탤런트로 활동하며 시작한 연기는 대학 진학 후 연극 동아리를 통해 계속됐다. 이후 대학로 극단 ‘차이무’ 소속으로 무대에 선 경험까지 있으니 아마추어 수준을 뛰어넘는 연기 경력으로 볼 수 있다.
정은아 아나운서 역시 어린 시절부터 끼를 드러냈다. 초등학교 당시 KBS 어린이합창단 소속으로 활동해온 정 아나운서는 중학교 때까지 걸스카우트 활동도 열심이었다고 한다.
▲ 강수정 아나운서 | ||
학창시절 동아리 활동과 관련해 가장 재미난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정세진 아나운서다. ‘컴퓨터 자원봉사회’에서 동아리 활동을 펼친 정 아나운서는 축제 기간 동안 컴퓨터 사주를 보는 장사를 했었다고. 하지만 손님이 거의 없어 동아리 최고 미인이었던 정 아나운서가 나서 주위 남학생들에게 ‘나랑 궁합 한번 보자’며 매달려야 했다는 후문이다.
요즘 최고 주가를 달리고 있는 강수정 아나운서의 경우 고교시절 로맨틱 소설 마니아였다. 그 때부터 소설가의 꿈을 키워온 강 아나운서는 현재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쓴 로맨틱 소설을 연재하고 있다.
또한 아나운서 대부분은 반장 부반장 등 학급임원 출신이다. 그만큼 모범생의 범주에 들었다는 얘기. 당찬 이미지로 대변되는 황수경(서문여고) 아나운서의 경우 학급 임원은 물론이고 고교 시절 학생회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고 한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꿈꾸게 된 가장 흔한 이유는 특정 아나운서에 대한 선망이다. 그중 지금은 아나운서직을 그만둔 신은경씨의 <9시 뉴스를 기다리며>라는 책을 읽은 뒤 아나운서의 꿈을 키운 이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최윤영, 신지혜 아나운서 등이 여기에 속한다. 또한 강수정 아나운서는 이미 고인이 된 정은임 아나운서의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아나운서를 동경하게 됐다고 한다.
교사의 칭찬이 아나운서의 길을 열어준 경우도 있다. 서기철, 김윤지, 김보민 아나운서의 경우 책을 또박또박 잘 읽고 목소리가 좋다는 국어선생님의 칭찬을 자주 받으며 아나운서의 꿈을 키우게 됐다. 반면 교사의 칭찬과 권유로 다른 인생을 선택할 뻔한 사례도 있다. 김주하 아나운서는 어깨 힘과 손목 근력이 남다르다며 투포환던지기 선수가 되면 서울대 진학을 보장한다는 체육교사의 진지한 권유를 받은 적이 있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