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택시 운전 중인 전정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운전 첫날 사고를 내다
바쁜 정치활동을 하는 가운데 지역주민과 꾸준히 소통을 유지하는 국회의원이 있다. ‘서민의 발’인 택시를 몰며, 현장에서 답을 찾아보려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정희 국회의원(익산을)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해 11월부터 매달 한 번씩 하루 12시간을 택시 기사로 일하고 있다. 사납금을 채워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식사도 기사식당에서 해결한다. 지난 5월 22일에도 그는 아침 5시부터 택시를 몰았다. 그 날은 그의 결혼기념일이었다는데…
그가 택시를 모는 곳은 지역구인 익산시이다. 여성의원이 아니라 여성으로서도 하기 힘든 택시운전을 하기에 그의 행보는 익산시에는 제법 알려져 있다. 그는 왜 택시를 몰며 서민과 소통하려고 하는가. 그의 대답이 시원했다. “안민석 국회의원(오산시)이 오랫동안 택시로 민생탐방을 해왔어요. 해 보니까 지역주민과의 소통하는데 아주 좋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한번 해보자고 결심한 것이죠.“
전 의원은 국회의사당이 있는 서울과 익산시를 오가는 기차 안에서 택시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공부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드디어’ 택시 핸들을 잡았다. 근무 시간은 오전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새벽부터 비가 뿌리기 시작했다. 긴장한 탓으로 전 의원은 운전석의 의자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을 몰랐다.
체구가 작은 그는 운전석 의자에 푹 파묻혀 버렸다. 당연히 시야가 정상적으로 확보되지 못했다. 빗물이 고여 있지 않은 곳에 손님을 내려주려다 그만 보도 턱에 택시를 부딪치게 하는 작은 사고를 내버렸다. 범퍼가 조금 내려앉았다. 진땀나는 신고식이었다. ‘운전하는 것도 쉽지 않구나.’ 소통은 차치하고 운전 기술부터 숙지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밀려왔다.
전 의원은 ‘무너지고자 하는’ 자기 의지부터 졸라매야 했다. 그리고 단단히 준비를 해 한 달 뒤인 지난해 12월 다시 택시 핸들을 잡았다. 역시 시작이 반이었다. 그는 작심삼일의 함정을 빠져나온 것이다. 그렇게 시작한 택시 소통이 올해 5월로 7회째를 맞았다.
그런데도 그의 택시 소통은 언론을 타지 못했다. 보여주기 위한 정치는 지양하고, 과장하거나 능력 이상의 약속을 하지 않겠다는 전 의원의 철학 때문이었다. 6회째를 넘기자 주위에서 비아냥도 나왔다. ”정치인이 그 정도 쇼했으면 됐다. 그만해도 된다.“며 만류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럴수록 전 의원은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비아냥에 맞서는 것은 더 없는 어리석음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진정성만이 서민과 통할 수 있다. ”오기로 하는 것은 아니다. 쇼라고 하든 말든 계속 운전대를 잡자. 내가 원하는 것은 서민과의 소통이다.“
사진=전 의원이 취득한 택시운전면허증.
”운전이나 똑 바로 하세요.“
전 의원은 자기 내려놓기를 중시한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인 샘 리스는 소통의 조건으로 “상대방을 정확히 파악해 띄워주고, 자신을 낮춰 호감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위르겐 하버마스는 소통을 하려면 진실성과 진정성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상대의 의도가 무엇인지부터 명확히 알아야 한다. 그리하여 신뢰를 얻을 수 있다면 소통은 저절로 이뤄진다.’는 것을 그의 철학으로 삼았다.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이 그에게는 택시가 된다.
“택시를 운전하면서 참 놀랍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간담회나 공청회에서 갖는 만남이 공적인 소통이라면, 택시 안에서의 만남은 소소한 일상을 얘기할 수 있는 사적인 소통의 공간입니다. 공간이 다르면 소통의 주제도 달라져요. 물론 내용도 달라지죠. 소통을 잘 하려면 공간선택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어디에서 소통을 하느냐가 중요한 문제란 것이지요.”
전 의원은 택시를 운전하면서 알게 된 색다른 사실이 하나 있다고 말했다. 그가 국회의원이라는 것을 밝히면 오히려 대화가 쉬워진다는 것이다. 승객들은 택시기사가 시시콜콜 물어보는 것을 대부분 싫어한다. 쉽게 말해서 “운전이나 제대로 하세요.”이다. 그런데 그가 국회의원이라고 밝히면, 정치 경제를 비롯해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에게 승객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충고가 무엇인지 물어보니, “계파 간 싸우지 말고 잘 하라는 말이 가장 많아요. 그리고 익산시 좀 잘 살게 해달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죠.”라고 했다. 이것이 서민들이 생각하는 정치다. 그 눈높이를 정치인들은 맞춰주지 못하고 있다.
운전기사에게는 운전을 똑 바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지역구 국회의원들에게는 싸우지 말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본분에 충실한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이 쉬운 것을 우리 정치인들은 왜 못하고 있나.
익산의 똑순이
익산을 대표하는 산업은 귀금속 가공이었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중국으로 건너가, 주얼리 산업의 메카 익산은 옛말이 돼 버렸다. 전 의원은 중국 주얼리 기업들을 익산으로 돌아오게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을 떠나 중국에서 기업하던 이들을 U턴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13년 상반기 U턴 기업 지원법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국비 127억 원을 투입해 지난해 완공한 ‘공동R&D 센터’의 운영 주체를 비영리 법인화하려고 한다(현재는 영리인 조합이 위탁 운영). 그렇게 해야 도금과 연구개발비 등에 대한 운영비가 안정적으로 확보되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40년 된 익산 국가산업단지(산단)를 탈바꿈시키려고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호남의 랜드마크가 될 종합비즈니스센터를 연내 착공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얼마 전에 유치한 ‘3D프린팅 지역혁신지원센터’와 창업 및 서비스디자인 기능이 융합된 ‘디자인센터’ 등을 입주시키게 할 계획이다.
그는 종합비즈니스센터에 대한 국가예산 확보에도 큰 역할을 했다. 정부는 지난 2009년 국가산업단지 구조 고도화 시범사업 추진 계획에 따라 반월·시화, 남동, 구미 그리고 익산산단 등 총 4곳을 시범사업 단지로 지정했다. 그의 말이다. “지난 산업위 국정감사를 통해 점검해보니까, 익산은 지난 4년간 2억2000만원을 들여 낡은 펜스를 철거하고 방범시설과 안내표지판을 설치한 게 전부였습니다. 익산산단에 계획된 비즈니스호텔과 복합지원시설은 백지화된 상태였어요.”
전 의원은 ”익산과 같은 지방은 자치단체는 재정이 열악하다. 그런데 부동산경기 침체 등으로 민간이 투자를 하는데 한계가 있으니, 정부 지원 확대를 통해 민간부문 투자를 유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요구를 강력히 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얼마 후 산업부가 주도하는 ‘스마트·혁신 산업단지 전환 계획’이 구체화됐다. 익산시도 종합비즈니스센터 건립 계획을 확정했다. 이 사업에는 국비 40억 원과 지방비 40억 원 그리고 익산산업단지공단도 별도로 144억원을 투자해 총 224억 원이 투입된다. 낡은 익산산단이 새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U턴 기업 유치에 대한 그의 각오는 남다르다. 애초(2012년) 국내로 복귀해 익산에 터전을 마련하기로 한 중국 기업들은 20여개에 달했다. 이중 현재까지 투자를 완료해 설비를 가동하거나 구축하고 있는 업체는 도합 9개뿐이다. 패션 주얼리 8개, 섬유 1개 기업이다. 나머지 기업들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자금난을 겪고 있어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다.
바이어들이 줄 도산했으나 판매처를 마련할 수 없게 된 탓이다. 현지 사업장을 처분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기업들은 관망하거나 U턴을 철회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전의원은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현지(중국)에서도 인건비가 급증하고 있는데다, 외자계 기업에 대한 과세가 강화되고 있어, 익산으로의 U턴이 중단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전 의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5개 주얼리 업체를 추가 유치한다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지난해 10월 중국 칭다오를 방문한 바 있는 그는 그 후 산업부와 KOTRA, 전라북도와 익산시 등을 주기적으로 만나 추가 유치를 위한 해결방안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최근에는 몇 가지 긍정적인 성과도 도출했다.
“익산은 국내로의 U턴 첫 물꼬를 튼 곳입니다. 정부의 U턴 기업 지원정책에 대한 주도권은 전북과 익산의 주얼리 기업이 확실히 쥐고 있습니다. 익산이 대한민국으로의 U턴 메카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입니다.”
사진= 지난해 12월 한국입법학회와 시사저널이 선정한 ‘대한민국 입법대상’을 수상한 전 의원.
국민에게 도움 되는 정치인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난 전 의원의 꿈은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인이다. 때문에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후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도 최선을 다해 의정활동을 펼쳐왔다. 이에 대한 보답일까. 2014년 12월 그는 한국입법학회와 시사저널이 선정한 ‘대한민국 입법대상(U턴기업 지원법)’을 수상했다. 아울러 국회NGO모니터단이 선정한 ‘2014 국정감사 우수의원’ 수상 영예도 안았다.
지난 2월에는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가 선정한 ‘국회를 빛낸 바른 언어상’을 수상했다. 전 의원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많은 소통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들의 고민을 해결하는데 노력하겠다.”며 “택시 소통도 계속해서 할 생각”이라고 말을 맺었다.
고진현 기자 koreamediano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