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쇼핑몰을 운영하게 되면 곧 이웃들은 고객이자 홍보직원이 된다.
이웃을 늘리기 위해서는 기존의 파워블로그 인맥을 활용하거나 각종 이벤트로 눈길을 끌어 모으는 방법이 있다. “이웃 등록을 하고 스크랩 혹은 응원 댓글을 남겨주시면 명품 화장품을 드려요” 식의 선물 증정식 이벤트를 진행하면 단 며칠 사이에 수백 명의 이웃이 생겨난다. 물론 특별한 방법 없이 꾸준히 다른 블로그를 방문해 댓글을 주고받으며 한 명씩 이웃을 늘려가기도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최 씨는 파워블로거인 친구가 홍보를 도와줘 두 달 만에 3000명의 이웃을 확보할 수 있었다. 친구의 일상 포스팅 사진에 자주 얼굴을 내밀고 최 씨의 블로그 주소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블로그 유입을 유도했다. 최 씨는 “처음부터 쇼핑몰을 위한 블로그 냄새를 풍기면 거부감을 느낀다. 일상 포스팅을 꾸준히 올리며 팔려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노출하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마켓으로 옮겨가는 게 좋다. 5차례 마켓을 진행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입소문이 퍼져 이웃도 증가하고 그만큼 매출이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최 씨처럼 블로그를 키운 뒤 마켓으로 흘러가는 게 가장 일반적이지만 독특한 과정을 거쳐 대박을 터뜨리는 사례도 있다. 의류에서 식품, 잡화, 해외 유명 브랜드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는 김 아무개 씨(여·32)도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블로그 쇼핑몰에 안착했다.
6년 전 단순한 취미생활로 블로그를 시장한 김 씨는 늘씬한 몸매와 청순한 외모와 상반되는 털털한 성격의 반전 매력으로 빠르게 이웃을 확보했다. 김 씨가 입은 의상정보를 묻는 사람도 많았고 한두 벌 대행구매를 해주다 결국 온라인 쇼핑몰도 열었는데 기존의 블로그 이웃들이 오픈 초반 매출을 이끌어줬다.
블로그 쇼핑몰들에 올라 온 사진들 캡처. 장사만 하는 게 아니라 이웃들과 일상생활을 공유해야 한다.
하지만 약 1만 명의 이웃들 가운데 온라인 쇼핑몰을 찾는 이들은 불과 20% 정도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이웃들은 일부러 쇼핑몰을 찾아 회원가입을 하고 제품을 구입하는 과정을 생각보다 귀찮아했다. 오히려 가끔 블로그를 통해 제품을 판매할 때 반응이 훨씬 뜨거웠다. 김 씨는 시즌이 지나 쇼핑몰에 올리지 못한 제품이나 약간의 하자가 있는 것들을 블로그를 통해 싸게 판매했는데 올리기만 하면 순식간에 다 팔렸다.
고민 끝에 김 씨는 블로그 쇼핑몰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도메인 관리, 사진 작업, 주기적인 홈페이지 개편 등의 부담을 안아야 하는 온라인 쇼핑몰과 달리 블로그 세상은 간편했다. 기존의 블로그를 이용해 일상 소식을 전하듯 새로운 제품을 소개하고 댓글이나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양식을 이용해 주문을 받기만 하면 됐다. 이웃들도 굳이 쇼핑몰을 찾지 않고 블로그에서 제품을 구경하고 구입까지 가능하니 참여도가 훨씬 높았다.
처음에는 저가 의류를 중심으로 블로그 쇼핑몰을 운영했지만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비록 3만 원짜리 바지였지만 일주일 만에 수백 장씩 팔아 여름 한 철 동안 무려 5000장을 판매할 정도로 성장한 것. 단일 품목 매출이 무려 1억 5000만 원에 달하자 대기업과 해외 유명 브랜드에서도 자신들의 제품을 팔아달라고 먼저 접촉해왔다.
김 씨는 “유통과정이 짧아져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좋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 좋고 기업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박리다매가 가능해 재고 소진이 가능하며 2만 명으로 늘어난 이웃들에게 홍보도 할 수 있으니 서로 이득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의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블로그 쇼핑몰의 인기요인은 ‘쇼핑몰 같지 않은 쇼핑몰’이다. 대부분의 운영자들은 블로그에서 장사만 하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도 공유한다. 남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로 블로그를 찾는 이들이 많으니 그들의 욕구도 충족시켜주며 동시에 구매욕을 자극시키기 위해서다.
거의 매일 어떤 옷을 입고 어디서 무얼 했는지 이웃들과 공유하는데 이 과정에서 “옷 예쁜데 어디 브랜드죠” “판매해주세요” “구입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요” 등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공감 없이 판매만 주야장천 하다가는 일명 ‘저품질 블로그’로 추락해 이웃들이 줄어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간혹 이런 과정이 귀찮아 포스팅을 대신 해주는 업체에 맡기는 운영자들도 있는데 ‘귀신같은’ 이웃들은 바로 잡아낸다. 이웃들은 운영자의 사소한 말버릇, 분위기까지 파악하고 있어 다른 사람이 글을 쓰면 금방 들통이 난다. 한때 기업에서 인기 블로그를 통째로 구입해 기존의 블로그 운영자인 척 글을 써 홍보수단으로 사용하려 했으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까닭도 이 때문이다.
한편 탄탄하게 성장한 블로그 쇼핑몰 운영자들은 도매시장 판도까지 바꾸고 있다. 기성제품을 구입해 판매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손수 하는 블로그 쇼핑몰이 늘어나면서 새로운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아동 의류를 판매하는 블로그 쇼핑몰 운영자 유 아무개 씨(여·32)도 자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유 씨는 “처음엔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해 마진을 남기고 파는 형태로 장사했다. 그런데 아동복은 마진이 적고 사이즈가 다양해 공장에서 주는 물건으로 수량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디자인 욕심도 있어 결국 제작에 뛰어들었는데 초반엔 다른 브랜드 옷을 만드는 공장에 부탁해 만들어냈다. 하지만 물량이 많아질수록 속도가 느려 지금은 공장 하나를 통째로 전용으로 돌린다. 사전에 사이즈별로 선주문을 받고 공장에 의뢰를 하는 형식인데 한 번 주문 넣을 때마다 1000만 원 단위로 움직인다. 바로바로 현금이 돌아 공장에서도 좋아한다. 이제 규모가 큰 블로그 쇼핑몰은 중소기업 대접을 받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온 -> 오프라인 진출 활발 백화점 팝업스토어 입점해 ‘돌풍’ 콧대 높은 백화점이 유명 온라인(블로그 포함) 쇼핑몰과 손을 잡기 시작했다. 대부분 일주일에서 한 달 동안만 짧게 운영하는 팝업스토어 형식으로 백화점에 입점하는데 양측 모두 손해 볼 것은 없다는 입장이라 활발하게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난닝구’는 백화점 팝업스토어에서 대박을 친 뒤 일부 지점에 정식 입점하기도 했다. 온라인 쇼핑몰 역시 백화점 입점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많다. 브랜드 가치를 한층 높일 수 있고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에게 이름을 알리는 등 대대적인 홍보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오프라인 매장 오픈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팝업스토어를 경험해봄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일 수도 있다. 이처럼 상부상조를 위한 온라인 쇼핑몰의 백화점 입점은 때론 기대 이상의 좋은 결과를 낳아 주목을 받는다. 블로그 쇼핑몰로 시작해 매장까지 오픈한 한 제작의류 업체는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통해 ‘대박’을 터뜨려 업계를 놀라게 했다. 보통 팝업스토어 매출은 일주일 기준으로 3000만 원 정도인데 이 업체는 사흘 만에 1억 5000만 원의 매출을 올린 것이다. 또한 워낙 마니아층이 두터운 온라인 쇼핑몰이라 수백여 명의 고객들이 백화점으로 몰려들어 2~3시간씩 긴 줄을 서서 구입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예상을 뛰어넘는 대박에 입점 백화점은 함박웃음을 지었고 경쟁 백화점은 유사한 제품을 취급하는 온라인 쇼핑몰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적지 않은 파장을 낳았다. 이렇게 팝업스토어를 통해 브랜드 파워를 보여준 일부 온라인 쇼핑몰은 정식으로 백화점에 입점해 또 다른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기도 한다. 캐주얼 브랜드 ‘난닝구’는 팝업스토어에서 대박을 친 뒤 롯데백화점 일부 지점에 정식 입점해 한때 단일 브랜드 최고 매출을 기록해 백화점 업계에서 온라인 쇼핑몰 열풍을 일으켰다. [박] |
생존경쟁도 치열 아이템 도둑질·탈세 신고…‘총성 없는 전쟁터’ 블로그 쇼핑몰은 진입장벽이 낮은 대신 생존 경쟁이 치열하다. 하루에도 수많은 블로그 쇼핑몰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다보니 운영자들끼리 얼굴을 붉히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의류 블로그 쇼핑몰을 운영하는 최 아무개 씨(여·28)는 “운영자들끼리도 블로그 이웃을 맺어 편 가르기를 한다. 또 내가 성공하려면 경쟁자를 밟고 앞서나가야 된다는 생각에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난다. 서로 아이템 도둑질을 하다 감정이 상해 소송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국세청에 탈세 의혹 신고를 하기도 한다. 진짜 살벌한 업계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에도 해외 구매대행 블로그 쇼핑몰 분야에서 꽤 이름을 알린 운영자 두 명이 아이템 도둑질 때문에 한바탕 소란을 일으켰다. A 블로그 쇼핑몰 운영자가 “며칠씩 발품을 팔아 아무도 구매대행하지 않는 제품을 어렵게 구해 단독 판매했는데 몇 시간 뒤 B 블로그 쇼핑몰에 똑같은 옷이 올라왔다. 내가 지은 옷 이름과 상세설명과 똑같이 올려놓곤 나보다 1000원 싸게 판매해 피해를 봤다. 이건 도둑질이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면서 시작된 싸움은 그들의 충성고객인 이웃들까지 합세하면서 ‘판’이 커졌다. B 블로그 쇼핑몰 운영자는 “기성품 판매를 두고 내 것 네 것 하는 일조차 웃기다. 나도 미리 봐뒀던 제품”이라며 즉각 반박에 나섰고 이웃들도 편을 갈라 싸움에 불을 붙였다. 그렇게 하루에도 몇 차례씩 블로그를 통해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던 두 운영자는 서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고 법정에서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하게 됐다. 그나마 매출 규모가 비슷한 블로그 쇼핑몰끼리 시비가 붙으면 대등한 싸움으로 이어지지만 간혹 뜨는 블로그 쇼핑몰의 ‘싹’을 잘라버리기 위해 일부러 시비를 걸기도 한다. 앞서의 최 씨는 “자신과 유사한 품목을 취급하는 블로그 쇼핑몰이 나타나 매출에 영향을 주면 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요즘 사진 구도를 따라하고 분위기가 겹치는 쇼핑몰이 생겨나서 힘들다, 비슷한 물품인데 비싸게 판다 등의 핑계로 은근슬쩍 뜨는 블로그를 비난하는 글을 쓰면 이웃들이 동조를 한다. 여기에 이웃들이 우르르 몰려가 그 블로그에 댓글 테러를 하거나 악평을 남겨 장사에 영향을 주면 오래 못 버틴다”고 말했다. 국세청 신고도 경쟁 블로그 공격용 무기로 자주 활용된다. 현금 결제가 주를 이루는 블로그 쇼핑몰은 ‘탈세 사각지대’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고의로든 실수로든 매출액을 축소해 신고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이를 노리고 탈세 제보를 하는 것이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때는 직접 경쟁 블로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한 후 ‘현금영수증 발행을 거부했다’ ‘카드 결제를 안 받는다’ 등의 이유로 신고를 하기도 한다. 한 차례 세금 폭탄을 맞은 경험이 있는 의류 블로그 쇼핑몰 운영자는 “내 잘못도 있다. 관행상 누락하는 부분들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돈을 토해냈다. 블로그 쇼핑몰 특성상 일상을 공개해 트집잡힐 일이 많은데 한 번은 2만~3만 원짜리 옷 팔아서 어떻게 수백만 원짜리 명품을 사냐며 탈세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신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제는 어떤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게 10원 단위로 신고를 한다. 다들 총만 안 들었지 이곳은 전쟁터다”고 말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