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 ||
김 전 회장은 어디에 있을까. 김 전 회장의 최근 베트남 입국 사실이 보도되면서 그의 행적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증폭되고 있다. 행방이 묘연했던 김 전 회장을 둘러싸고 베트남 현지에서는 그가 하노이시에 65층짜리 주상복합빌딩 건립을 추진하는 등 큰 사업들을 벌일 것이란 소문이 나돌고 있어 적잖은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김 전 회장이 홀연히 떠난 지 6년. 그의 자취를 따라가 봤다.
올 2월 태국에서의 골프약속은 아쉽게도 불발로 끝났다고 전해진다. 김 전 회장이 만나기에는 조금 껄끄러운 인사들이 함께 있었기 때문. 태국 파타야에서 이들을 만나기로 했던 남씨는 “골프 약속이 되어 있었다. 정희자 여사가 한국에 있는 사람들에게 태국으로 한번 오라고 했고 당시 태국에 머물던 내게도 연락이 왔다. 골프가 어려우면 저녁식사라도 함께 하자고 했었는데 자리를 같이하기에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몇 명 있어서 김 회장과의 약속은 불발이 됐다”고 사정을 설명했다.
임 변호사도 “(소설가) 김 선생님이 ‘같이 태국에 갔다가 오자. 정 여사가 한번 오라고 하더라. 시간이 되면 김 전 회장도 한번 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지난 2002년 여름 태국에서 김 선생과 함께 김 전 회장을 한번 본 일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임 변호사는 “이번 방문은 김 회장을 만나기 위해 떠난 것은 아니었다. 정 여사, 남 프로, 김 선생님과 오랜만에 운동이나 한번 할 생각으로 갔던 것이다”고 말했다. 2002년 임 변호사가 김 전 회장을 만났을 당시 그는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아주 건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이 전해준 얘기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2월 초 부인 정 회장과 함께 태국에 있는 정 회장 소유의 저택에 머물며, 베트남과 태국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지난 4월5일 SBS도 김 전 회장과 관련, “지난해 12월25일부터 1월9일까지 보름간 태국에 머물렀다”고 보도한 바 있다. 베트남과 태국은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모임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소설가 김아무개씨는 “정 여사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 김아무개씨는 지난 2000년 이후 김 전 회장을 서너 차례 만났을 정도로 김 전 회장 가족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남씨는 “김 선생이 정 여사, 김 회장과 오래전부터 친분을 가져온 걸로 알고 있다. 특히 정 여사와 친분이 깊다. 김 회장님도 지난 몇 년간 세 차례 정도 만난 걸로 들었다. 만난 장소는 태국, 필리핀 세부, 유럽 등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1999년 10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중국 산동성의 옌타이 자동차부품 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것을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잠행과 은둔생활이 벌써 5년을 넘기고 있는 것. 그러나 김 전 회장의 거취와 관련, 확인된 사실들은 그가 1999년 우리나라를 떠난 이후 지난 5년간 유럽과 동남아 각국을 자유롭게 오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김 전 회장의 거취가 가장 먼저 확인됐던 것은 지난 2000년. 당시 <월간 중앙> 10월호는 프랑스 니스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김 전 회장의 대저택을 확인해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5일 SBS의 보도를 통해 김 전 회장의 거취가 확인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25일부터 1월9일까지 보름간 태국에 머물렀다. 당시 김 전 회장은 방콕에서 자동차로 두 시간 가량 떨어진 태국 칸타나블의 보난자 골프장에서 지인 3명과 골프를 쳤으며 현재는 독일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 부인 정희자 필코리아리미티드 회장 | ||
지난 2003년 여름 김 전 회장을 만났던 박계동 한나라당 의원의 경우 “태국에서 김우중 회장을 세 시간 동안 만났으며 ‘3개월 정도 나가 있으면 대우자동차를 포함해 4~6개의 회사를 경영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당시 정부(DJ 정부)의 권유를 받고 나갔다’는 말을 김 전 회장으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말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2003년 1월 미국 경제지 <포천>과 가진 인터뷰에서는 “김대중 대통령이 직접 출국을 권유했다”는 사실을 밝혀 파문을 가져왔다.
현재 김 전 회장은 총 41조원의 분식회계를 통해 9조원이 넘는 불법대출을 받은 혐의로 대검 중수부에 의해 수배를 받고 있고 2001년 5월부터 기소중지된 상태. 게다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 공정거래법 위반, 외화 밀반출 등 족히 20여 개에 달하는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의 사면문제는 그가 자취를 감춘 뒤부터 끊임없이 흘러 나왔다. 최근에는 여당 내 친노직계 그룹이 ‘경제활성화, 투명사회 협약 체결’ 등을 위한 하나의 디딤돌로 김 전 회장에 대한 사면 문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지난 4월2일 열린우리당 당의장에 선출된 문희상 의원은 당대회 출마선언 직후인 2월20일 <일요신문>과의 단독인터뷰에서 “해방 60주년이 되는 오는 8월15일이 정·재계 인사들의 대사면·복권 시기로 적당하다”며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사면·복권 여부도 포함돼야 한다”고 밝혀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러나 김 전 회장 측근들은 정치권에서 불고 있는 김 전 회장 ‘사면설’이 아직은 구체적인 방향을 못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대우그룹에서 이사를 지낸 백기승씨는 “정치인들이 아무런 계획도 없이 사면설을 흘리고 있다”며 “말로만 떠도는 사면설에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또 “정치인들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지 않나. 통치자의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정치권력이 변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며 “김 회장의 사면 문제에 대해 대우에 관계됐던 우리가 언급할 것은 없다. 분명한 것은 정치인 한두 명이 거론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전 회장의 부인 정희자씨와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프로골퍼 남씨도 “어떤 흐름이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김 회장쪽에서는 사면은 당분간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김 전 회장쪽 분위기를 전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김 전 회장의 측근 인사들은 대부분 “김 전 회장이 사법처리를 받더라도 귀국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귀국을 위한 준비를 지난 5년여 동안 수차례에 걸쳐 진행했음도 인정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귀국을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동시에 전해 왔다.
한 측근 인사는 “지금 귀국을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귀국을 해서 사법처리를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명예회복은 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야 하는데 가능하겠나”라며 “우리가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전 회장의 5년이 넘는 긴 유랑생활에 대해 의문을 품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김 전 회장의 체포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는가”하는 의문이 그것이다. 실제 SBS는 지난 5일 보도를 통해 “지난 2001년 3월 경찰청은 김 전 회장을 체포하기 위해 인터폴에 레드 노티스(적색 수배)를 통보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인터폴의 적색수배 명단에 김 전 회장이 포함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는 것을 밝혀내 논란을 불러 왔다. 실제 인터폴 홈페이지의 한국인 적색수배자 명단에는 김 전 회장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청 외사과 관계자는 지난 8일 <일요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2001년 3월 검찰로부터 국제수배 요청이 들어와 인터폴에 공개수배를 요청했고 현재 2009년 12월까지 공개수배 조치되어 있는 상태다. 다만 홈페이지에서 일반인이 검색할 수 있는 공개수배가 아닌 보안수배로 분류되어 있어 오해가 생긴 것일 뿐이다”며 “최근 김 전 회장의 국제수배에 대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경찰청에서는 인터폴 공개수배와 관련된 내부 규정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이 문제가 마무리되면 조만간 공개수배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본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