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의총 모습. 초선그룹의 세력화 추이에 따라 ‘빅3’·4대계파 중심의 당내 역학구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
행정도시법 갈등과 친박(친 박근혜)-반박 구도, 개혁 대 보수 등 당내에 형성된 3개 전선에서 표류하는 모습을 보였던 초선의원들이 최근 잇달아 새 모임을 만들거나, 기존 조직을 확대개편하고 나서면서다. 초선그룹 내의 이 같은 움직임은 그동안 내분 과정에서 본의와 무관하게 일부 의원들이 기존 계파나 특정 중진들의 ‘세 확산’의 도구로 악용됐다는 비판론에 근거하고 있어 세력 재편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당내에서는 벌써부터 1백20명 소속 의원의 절반(60명)을 차지하는 초선그룹의 세력화 추이에 따라 대권후보 ‘빅3’(박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4대 계파(국가발전연구회·국민생각·수요모임·자유포럼) 중심의 당내 역학구도가 크게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로 결성된 초선 모임들은 권력투쟁 국면에 접어든 당내 상황 탓인지 정치적 결사체로 비쳐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 결성 동기도 모임에 따라 출신성분과 지역, 정책적 성향 등을 ‘고리’로 ‘자연스레’ 형성됐음을 강조하고, 혹 당내 특정세력과의 친소관계가 화제에 오르면 손사래부터 치기 일쑤다.
이계진 박재완 김명주 안명옥 정문헌 박세환 의원 등 24명의 초선 의원들이 지난 7일 비공개리에 결성한 ‘초지일관’은 교수 변호사 의사 등 전문가 출신들이 주축을 이뤄 일종의 ‘정책그룹’을 표방하고 나선 것이 특징. 모임 이름은 17대 국회 내내 ‘초심’을 유지하자는 뜻에서 정해졌다.
초지일관은 국가보안법과 과거사법, 사립학교법 등 이른바 ‘3대 쟁점 입법’을 비롯한 각종 법안과 정책, 당내 현안 등에 대한 연구가 부족해 제대로 의사를 표출하지 못했고 그 결과 당 내분이 깊어지는 과정에서 무기력하게 대응했다는 반성이 태동 배경이란 게 이들의 설명이다. 모임은 이 같은 취지에 따라 4월21일 책임당원 모집과 장애인 정책을 주제로 토론회를 가져 존재를 대외에 알릴 예정이다.
초대 대표인 이계진 의원은 “정책 지향이라는 진지함과 누가 무슨 소리를 해도 웃을 수 있는 여유를 겸비할 것”이란 말로 모임의 개방성을 강조하면서도 “국가적 정책 현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의정활동에 공조할 것”이라고 말해 경우에 따라 당내외 현안에 내부 논의를 토대로 제 목소리를 낼 것임을 내비쳤다.
▲ 수요모임의 ‘반박’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의원. | ||
실무간사인 공성진 의원은 “다른 어떤 그룹보다도 자유롭고 합리적인 사고, 객관적이고 유연한 사고가 가능한 교수 출신들이 그 역량을 당 내외에 두루 펼쳐야 할 때다. 이성 보다 감성이 부각되고 있는 이때에 무엇보다 교수 출신 정치인들의 역할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발족 배경을 밝혔다.
3월 하순 진영 고진화 이종구 김충환 한선교 유정복 이계진 정문헌 의원 등 서울·경기·강원권 의원들과 나경원 박찬숙 황진하 의원 등 비례대표 등 20여 명을 주축으로 발족된 ‘중초회(중부지역 초선의원회)’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지역적 공동이해에 기초한 모임이다. 중초회는 특히 박근혜 대표, 강재섭 원내대표, 김무성 사무총장 등 지도부가 ‘영남 일색’으로 짜여진 탓에 ‘한나라당=영남당’ 이미지가 고착되는 것을 막겠다고 나서 행정도시법 갈등 이후 당내에 ‘수도권 대 비수도권’ 구도가 강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주목을 끌고 있다.
모임 결성을 주도한 진영 의원은 “당이 영남권 위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수도권에서 목소리를 낼 필요성을 느껴 모임을 만들게 됐다”며 “당의 영남화를 막기 위해 토론도 하고 일치된 의견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모임결성의 취지를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이들을 ‘반박’·‘친 이명박’ 성향의 수도분할반대투쟁위원회 활동과 연관시키는 시각도 있으나 중초회측은 강력부인하고 있다.
중초회와 지역적으로 대척점에 서 있는 영남 출신 초선의원 전체 모임인 ‘낙동모임’도 4월9일 모임 명칭을 ‘초심회’로 바꿔 재출범해 당 안팎의 주목을 끌고 있다. 김태환 주성영 곽성문, 장윤석 의원(이상 대구·경북)과 권경석 안홍준 김영덕, 최구식 의원(〃 부산·경남) 등 19명은 지난 9일 경주에서 모임을 갖고 “당 안팎에서 한나라당을 ‘영남당’이라고 비판하지만 결국 한나라당은 영남이 중심이 될 수 없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힘을 합쳐서 당을 살리고 나라를 살리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선 학생운동권 출신 소장·강경파와 교수 변호사 기업 출신 중견·온건그룹이 망라된 수요모임이 분화 단계를 넘어 해체로 나아가는 과도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장·강경파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수요모임이 당내 민주화와 수권능력 제고에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회원으로 가입해 놓고선 실제로는 반대편에서 조직에 위해를 가하는 박쥐 같은 의원들은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정리해야 한다”며 “뜻을 같이 하는 동지가 적더라도 모임을 발전적으로 해체해 정치적 결사체로서의 면모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영남 출신 중견·온건그룹의 한 의원은 “수요모임이 공부·연구모임이란 발족 취지에서 한참 벗어나 ‘남원정’ 등 일부 세력의 당내 권력쟁취를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며 “상황을 좀 더 지켜 본 후 ‘나가라’고 하기 전에 내가 먼저 정리할 생각”이라고 말해 양측간 갈등이 회복불능 수준에 도달했음을 시사했다.
이준원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