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피자가 가맹점주에 대한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이를 법적으로 해결하려다 최근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한때 미스터피자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꿈의 브랜드’로 불렸다. 매장을 수백여 개로 불려나가면서도 매출 부진으로 인한 폐업이 없는 브랜드로 소문이 난데다 정우현 회장의 고객을 중심으로 하는 경영철학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은 이를 두고 ‘빛 좋은 개살구’라는 표현을 썼다. 월 수천만 원의 매출을 올려도 본사에 지급하는 비싼 식재료비, 광고비, 로열티 등을 제하면 남는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 회장이 일본 본사를 인수하고 해외 시장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자 국내 가맹점주들의 불만이 제기됐다. 가맹점주들은 “광고비 명목으로 매출의 4%를 본사가 걷어가면서도 제대로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아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며 본사에 대책을 요구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스터피자는 경쟁 브랜드에 비해 광고비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분담 비중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국내 주요 피자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정보공개서를 보면 2013년 미스터피자는 광고 및 판촉비로 약 138억 8700만 원을 사용했는데 이중 가맹점이 분담한 비중이 93.7%에 달한다. 동기간 경쟁브랜드 가맹점의 광고비 분담 비중은 약 43% 수준으로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서울의 한 가맹점주는 “매년 100억 원이 넘는 돈을 챙겨가면서도 갈수록 광고의 양과 질 모두가 떨어지는 게 문제다. 이 부분을 지적하고 광고비 집행 내역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구조 속에서 가맹점주들의 불만은 더해갔고 결국 지난해 12월 갈등이 폭발했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 협의회장 이 아무개 씨가 전국의 가맹점주 138명과 함께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한 것. 이들은 광고비 집행 내역을 공개하고 미집행 광고비 가운데 가맹점주들이 부담한 부분을 반환할 것을 요구했다. 또 가맹점주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시행되고 있는 할인행사를 중지하고 지금껏 진행된 할인행사 중 가맹점주들이 부담한 부분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 지급 등을 원했다.
갑작스러운 가맹점주들의 단체행동으로 미스터피자는 숨기고 싶은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협의 의사가 전혀 없는 본사의 태도에 이 씨는 지난 2월 미스터피자의 횡포를 폭로하면서 갈등은 정점에 치달았다. 당시 이 씨는 “본사의 횡포로 2달째 월세가 밀리고 직원들 월급조차도 지급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경영악화에 내몰리고 있다. 전국 430여 매장 가운데 약 200개 점포가 매물로 나온 상태”라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주장했다.
본사도 즉각 반발하며 강하게 맞섰다. “이 씨가 가맹본부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시켰다”며 가맹계약 해지라는 카드를 빼든 것. 이후 본사는 식자재 공급마저 끊어 이 씨를 궁지로 몰았다. 하지만 법정다툼 끝에 식자재 공급이 재개되자 본사는 이 씨의 영업을 중단해달라며 별도의 가처분 신청을 냈다.
정우현 MPK그룹 회장. 사진제공=미스터피자
이처럼 본사가 무리하게 가맹점주와의 갈등을 해소하려 한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무엇보다 MPK그룹 실적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하루 빨리 안정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정 회장은 신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왔음에도 불구하고 2013년에 이어 지난해도 매출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MPK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1440억 원으로 이는 전년대비 17.5% 줄어든 수치다. 영업이익도 2013년과 비교해 54.6%나 감소한 14억 원에 불과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갑질’ 논란으로 인한 가맹점주들과의 엇박자가 계속된다면 돌파구 찾기가 쉽지 않을 게 뻔하다.
또 논란이 지속될 경우 이제 막 빛을 보기 시작한 해외 사업에 불똥이 튈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미스터피자는 2000년 중국시장 진출 이후 계속해서 점포를 늘려가고 있으며 15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는 동남아 시장에도 도전장을 던진 만큼 국내의 불미스러운 일을 가만두고 볼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외부로 시선을 돌려보면 곧 있을 공정위의 직권조사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 공정위는 올 초부터 프랜차이즈 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직권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시작이 미스터피자였다.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업체 전반에 대한 조사지만 미스터피자는 마음놓고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태다. 미스터피자에서 가맹사업과 관련한 논란이 일면서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이 직접 미스터피자를 언급한 만큼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복잡한 상황에서 정 회장은 지난 22일 최악의 소송 결과를 받아들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MPK그룹이 이 씨의 영업을 금지해달라며 제기한 상표권·서비스표권 침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했다. 법원은 반복적인 할인행사를 하면서 본사의 비용분담을 축소해 가맹점의 부담이 증가한 것이 사실이며 가맹점으로부터 거둔 광고비가 어떤 내용으로 집행됐는지 검증할 자료가 없어 상당수 가맹점주가 본사의 광고 집행에 불만을 품고 있는 점을 인정했다.
또 이 씨의 “430여 매장 중 200여 개가 매물로 나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허위사실 유포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다소 과장된 표현임을 지적했지만 “전체 취지를 살펴보면 중요한 부분(상당수 점포가 양도 의사가 있다)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 세부 내용이 차이가 있어도 허위사실 유포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법원 판결에도 본사와 가맹점주의 대립은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씨는 “판결 이후 본사로부터 따로 연락받은 내용은 없다. 조금 더 지켜보겠다”며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인 반면 본사는 “항소 여부가 결정되진 않았다. 내부적으로 판결 내용을 검토한 뒤 명확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