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석현 주미대사. | ||
국민들은 처음 접해본 재벌 총수의 재산 규모에 놀랐고 땅투기 의혹에 분노했다. 게다가 대부분 주식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는 홍 대사의 재산이 과연 얼마일까 하는 의문은 재산 공개이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정재계 일각에서는 홍 대사의 재산이 ‘최소 수천억’은 될 것으로 보고 있는 가운데 ‘1조원 이상’이라는 주장도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재벌 총수의 살림살이, 그 ‘안방’으로 들어가 봤다.
지난 14일 홍 대사가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위장 전입 토지는 경기 이천의 농지와 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별장과 함께 매입한 농지였다. 매입과 관련 홍 대사는 “위장전입은 선친이 한 것”이라며 자신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홍 대사의 이번 ‘자진신고’는 시민단체 등의 퇴진요구로 이어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세간의 관심은 ‘홍 대사의 진짜 재산 규모’로 모이고 있다. 전체 재산 중 부동산이 갖는 비율이 워낙 작은 반면 ‘진짜 재산’에 대한 궁금증이 너무도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처음으로 세상에 드러난 ‘재벌의 삶’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한 몫을 하고 있다.
홍 대사 가족이 소유한 부동산은 총 19건에 신고액만 88억5천7백37만1천원이다. 그 중 홍 대사 본인 소유의 부동산은 59억7천3백61만8천원(12건)으로 되어 있다. 또 부인 명의의 부동산이 총 24억4천1백31만8천원(4건), 장남도 4억4천2백43만5천원(3건)에 달하는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신고되어 있다.
그러나 홍 대사의 신고내역은 보유 부동산의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한 것이어서 실거래가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거래가를 기준으로 홍 대사 가족이 보유한 부동산 재산가치는 족히 2백억을 넘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
홍 대사 가족이 소유한 부동산 중 눈길을 끄는 몇 개만 살펴보면, 먼저 홍 대사 본인 소유의 경기도 양주시 전답과 임야는 지난해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되어 내년 3월 보상을 기다리고 있다. 보상가액은 공시지가의 1백50%. 홍 대사는 이 지역에 본인 명의로 2만8천여 평의 전답, 대지, 임야를 소유하고 있다. 홍 대사가 밝힌 이들 부동산의 신고가액은 총 12억6천여만원. 그러나 실제 보상가액은 18억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도 이천시의 전답과 임야는 공시지가가 평당 2만원 안팍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 거래가는 6만~7만원에 이른다. 이를 기준으로 할 때 홍 대사 가족이 소유하고 있는 이 지역 총 6건의 부동산 실제 가치는 20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게 지역 부동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홍 대사가 신고한 금액은 고작 4억7천여만원이었다.
고 정몽헌 회장으로부터 사들인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일대 임야 2만7천여 평은 현재 그린벨트지역으로 묶여 있다. 홍 대사는 이 땅에 포함된 2천여 평의 농지를 사들이기 위해 어머니가 위장전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홍 대사는 현재 이 땅의 가격을 5억1천여만원으로 신고해 놓고 있다. 그러나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 땅의 가격이 20억원을 족히 넘어선다”고 설명한다.
한 공인중개사는 “강가가 보이는 곳이어서 경치가 아주 좋다. 그린벨트 지역이어서 특별히 매매가가 형성되어 있지는 않지만 2만7천여 평이나 되다보니 호가는 못해도 20억이 넘어설 것이다. 만약 그린벨트가 풀린다면 빼어난 경관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이 될 것이 뻔하다”고 주장했다.
홍 대사가 부인과 지분을 공유하고 있는 서울 종로구의 상가 두 채도 시세가 평당 2천만원선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80여 평으로 크기는 작지만 거래가는 10억을 호가하고 있다.
그러나 홍 대사의 전체 재산을 생각할 때 2백억원대의 부동산은 대부분 투기와는 관계가 없는 것들이 많다. 홍 대사도 지난 14일 위장전입 사실을 밝히는 과정에서 “내 전체 재산 비중으로 볼 때 부동산은 1~2%에 불과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홍 대사의 재산 중 관심을 끄는 것은 역시 홍 대사의 재산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는 주식이다. 홍 대사는 자신의 재산과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내 자산은 총액으로 8백억쯤 되며 대부분이 주식이다. 특히 삼성전자 주식 6만~7만주와 중앙일보 주식 50억~60억, 비상장주식(중앙일보와 삼성을 맞교환하면서 받은 삼성관련 주식), 현금 수십억이다”고 언급한 바 있다.
홍 대사는 가족이 보유한 주식(유가증권)의 총액이 6백15억5천13만원이라고 신고했다. 신고된 주식 중에는 삼성전자와 보광훼미리마트, 삼성코닝정밀유리 등 알짜배기 회사 주식 수십만 주도 눈에 띈다. 이들 기업 중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이 비상장회사들이다.
먼저 홍 대사 가족은 모두 7만7천9백60주(부인이 소유하고 있는 우선주 9백50주는 제외)의 삼성전자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로만 환산해도 3백60억원(47만원 기준)이 훨씬 넘는 금액. 비상장주식 거래시장에서 주당 1만5천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보광훼미리마트 주식도 본인과 부인 명의로 총 62만1천4백38주를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가치만 1백억이 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홍 대사의 보유 주식 중 가장 큰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것은 비상장회사인 삼성코닝정밀유리의 지분7.43%다. 회사가 총 발행한 2백40만주 중 홍 대사는 17만8천3백46주를 가지고 있다. 삼성코닝은 지난해 말 주주들에게 두 번에 걸쳐 1천23%에 달하는 배당금을 나눠줬다. 홍 대사는 이를 통해 1백80억원이상을 챙겼다. 삼성코닝은 지난 한해 6천억에 가까운 당기순이익을 냈으며 주당순이익이 24만원을 넘고 있다.
이 회사의 주식 가치와 관련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1조2천억 정도의 매출에 7천억이 넘는 영업이익을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우리나라에 거의 없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만약 지금 상태에서 상장이 된다면 적정가격은 3백70만원(PER=15 기준) 이상이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홍 대사는 삼성코닝정밀유리 한 종목으로만 최소 6천6백억원이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홍 대사의 엄청난 재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홍 대사는 자신이 회장을 지낸 중앙일보사의 주식 95만6천7백97주도 가지고 있다. 액면가를 기준으로 47억8천여만원. 그러나 실질적인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홍 회장의 지분이 가진 경영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이 주식의 가치는 산술적인 액수로 환산하기 어렵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홍 대사의 중앙일보 지분의 경우 단순히 몇 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경영권을 가진 실질적인 오너라는 점과 신문업계 1~2위를 다투는 신문사라는 점이 감안된다면 그 가치는 장부가액의 10배가 될지 백 배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홍 대사는 중앙일보 소유의 조인스닷컴 주식 2백40만 주(장부가액 기준 16억여원)와 중앙 M&B 주식 5만주(5억여원)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 또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생각하면 그 수치는 산정이 어렵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결국 홍 대사 가족이 보유한 유가증권의 총액은 신고된 금액이 6백15억5천13만원이지만 실제 가치는 최소 6천7백억원 이상은 된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여기에 2백억원대의 부동산과 채권(35억5천2백5만9천원), 예금(67억2백98만3천원) 등을 감안하면 족히 7천억원은 넘는다. 저평가된 중앙일보 지분(47억원)까지 감안하면 홍 대사의 재산이 1조원에 가까울 것이란 세간의 분석도 허무맹랑한 것만은 아니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재계에 떠도는 ‘1조원설’이 그저 단순한 ‘뻥’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