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4개의 금메달을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남자 유도에서는 러시아의 쌍둥이 유도 선수 할무르자예프형제가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내며 저력을 과시했다. 말 그대로 더블 파워를 선보이며 메달을 목에 건 쌍둥이 선수들의 활약을 소개한다.
◇러시아 남자 유도의 쌍둥이 형제-하싼 할무르자예프, 후쎈 할무르자예프
지난 5일 광주 염주빛고을체육관에서 열린 2015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남자 유도에서는 하이라이트 세부 종목의 2개 결승전 모두 한국 대 러시아의 접전이 벌어져 시선을 끌었다. 2013년 러시아 카잔U대회에서 73kg급 우승을 차지했던 한국의 왕기춘이 체급을 바꿔 또 한번 금메달에 도전했던 81kg이하 급 결승전과 곽동한이 출격했던 90kg이하 급의 결승전이었다.
하지만 한국 남자 유도의 간판급인 두 선수와 맞붙은 러시아 선수들도 만만치 않았다. 90kg이하 급 결승에서는 한국의 곽동한이 러시아 선수를 1분 3초 만에 업어치기 한판승으로 이겼지만, 81kg이하 급에서 금메달을 예상했던 왕기춘은 결국 러시아 선수에 패하며 아쉬운 은메달에 머물러야 했다. 그리고 잠시 후, 같은 얼굴을 한 러시아 선수가 차례로 각자의 시상대에 올랐다. 왕기춘을 꺾고 금메달을 거머쥔 하싼 할무르자예프와 곽동한에게 패했지만 은메달을 목에 건 후쎈 할무르자예프, 쌍둥이 형제였다.
1993년 생인 쌍둥이 할무르자예프 형제는 러시아의 떠오르는 유도 신예 스타들이다. 두 사람 모두 유러피안 컵 주니어대회, 월드 챔피언십 주니어 대회 등의 우승을 통해 뛰어난 실력을 검증받았고 이어 시니어 국제대회에서도 화려한 메달 경력을 자랑한다.
하싼은 2009 부다페스트 월드 U17 챔피언십에서의 금메달을 시작으로 2012 세인트 피츠버그 유러피안 컵 U20의 금메달, 2013 알마티 그랑프리 금메달, 2014 부다페스트 그랑프리 금메달, 2015 바쿠 그랜드 슬램 금메달 등을 획득하며 러시아 유도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특히 2013 알마티 유도 그랑프리 대회에서의 금메달은 대회 역대 2번째로 나이 어린 선수가 유도 그랑프리에서 우승한 것이다
또 올해 아제르바이잔의 수도인 바쿠에서 열린 2015 바쿠 그랜드 슬램에서의 우승으로 하싼은 남자유도 세계랭킹 10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당시 세계 랭킹 17위였던 하싼은 81kg이하 급의 결승에서 세계랭킹 15위인 동갑내기 선수와 접전을 벌였다. 두 사람 모두 유도계에서 금메달 후보로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그러나 하싼은 치열한 접전 끝에 상대 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거머쥐었고, 이번 광주 유니버시아드에서도 자신의 체급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자리를 지켰다.
이번 U대회에서는 은메달 수상에 그쳤지만, 유도 주니어 챔피언십에서의 수상 경력을 따진다면 후쎈이 하싼보다 한 수 위다. 2012년 크로아티아 포레치에서 열린 유러피안 U20 챔피언십에서 러시아는 유도 부문에서 5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 당시 금메달을 목에 건 주니어 남자 선수 3명, 여자 선수 3명 중 가장 눈에 띄었던 선수가 바로 90kg이하 급에서 5명의 선수를 상대로 우승을 거둔 후쎈 할무르자예프였다.
2011년 케이프타운 주니어 U20 월드 챔피언십의 은메달을 시작으로 러시아의 유도 주니어 유망주로 떠오른 후쎈은 각종 유러피안컵 주니어 대회에서 금메달을 비롯한 다양한 색깔의 메달들을 거머쥐었다. 이후 시니어 대회에서도 2013 오렌부르크 유러피안컵 금메달과 2013 튜메니 러시안 U23 챔피언십 금메달을 획득했다.
서로 다른 국제 대회에 출전하며 각자의 커리어를 쌓아왔던 쌍둥이 형제가 나란히 출전했던 것은 벨기에서 열린 2011 로멜 유러피안 U20 챔피언십이었다. 당시 쌍둥이 형제는 각자의 체급에서 둘 다 금메달을 목에 걸며 더블 파워를 자랑했고, 자신들이 러시아 남자 유도의 두 기둥임을 세계에 알렸다. 내년 리우 올림픽을 겨냥해 함께 출전한 이번 광주유니버시아드에서도 각각 금메달과 은메달을 따내며 다시 한 번 러시아 유도 쌍둥이 형제의 명성을 인증 받은 셈이다
◇아제르바이잔의 쌍둥이 여검투사-세빈 부냐토바, 세빌 부냐토바
이번 광주유니버시아드의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서는 1989년생 두 명의 쌍둥이 여검투사가 각각 자신의 이름을 걸고 도전한다. 하지만, 아제르바이잔의 여자 펜싱선수 세빈 부냐토바(Sevinj Bunyatova), 세빌 부냐토바(Sevil Bunyatova) 쌍둥이 자매가 처음부터 각각 개인전에 출전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두 사람은 따로 출전한 개인전에서는 전혀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반면, 쌍둥이 자매가 힘을 합쳐서 출전한 여러 펜싱 국제경기 단체전에서는 더블 파워의 성과를 거둬냈다. 자매는 2011 펜싱 월드 챔피언십에서는 사브르 여자 단체 4위, 2011 유러피안 U23 챔피언십에선 사브르 여자 단체 3위, 2012 유러피안 챔피언십에서는 사브르 여자 단체 6위를 기록하며 아제르바이잔 쌍둥이 여검사의 명성을 이어왔다.
그러나 지난 6월에 열린 2015 제1회 바쿠 유러피안 게임에 출전한 쌍둥이 자매는 180도 달라진 스타일로 다시 한 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단체전이 아니라 펜싱 여자 개인 사브르 부문에 자매가 각자 출전해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한 것이다.
은메달을 따낸 세빌 부냐토바는 2위를 한 뒤 인터뷰에서 “아제르바이잔에 메달을 안길 수 있어서 기쁘다. 예상치 못한 결과였으나 나는 내 자신을 믿었다. 아제르바이잔의 펜싱은 점점 성장할 것이고 우리는 더 많은 메달을 가져올 것이다”라고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다.
부냐토바 자매는 이번 U대회에서도 각자의 노선을 택했다. 김대중컨벤션센터의 펜싱 경기장에서 열리는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 각각 도전하는 쌍둥이 자매가 과연 이번 광주유니버시아드에서도 메달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세계의 관심이 모아진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